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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병희 객원기자
2017-09-18

유럽, 디젤차 배기가스로 매년 수천명 사망 실제 운행 때 공인치보다 배출량 4~7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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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일의 저명 자동차회사가 디젤 자동차 연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탄과 함께 엄청난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해 있다. 제한치 이상의 공해 배기가스가 배출되면 그만큼 대기를 더 오염시키고 인체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디젤연료 차가 많은 유럽에서 이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해마다 수천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18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는 노르웨이 기상연구소가 오스트리아의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및 스웨덴 찰머스 공대 연구팀과의 협동연구로 수행됐다.

현재 유럽지역에서는 1억대 이상의 디젤 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 이외 지역의 디젤 차량 대수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숫자다. 문제는 이 디젤차량들이 뿜어내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공식으로 인증된 것보다 실제 도로운행에서 4~7배 가량 높게 나온다는 점. 제조업체들은 현대적인 엔진 제어기술을 개발했으나 이는 실험실에서 최적화된 것이고 실제 운행에서는 성능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전역에서 디젤 자동차와 밴 및 경상용차의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 분포도. 푸른 색은 낮은 농도, 오렌지색과 빨간 색은 높은 오염도를 나타낸다. PM2.5의 ㎍/㎡, 2013년 평균.  Credit: Jonson et al 2017
유럽 전역에서 디젤 자동차와 밴 및 경상용차의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 분포도. 푸른 색은 낮은 농도, 오렌지색과 빨간 색은 높은 오염도를 나타낸다. PM2.5의 ㎍/㎡, 2013년 평균. Credit: Jonson et al 2017

90년대 후반부터 디젤차 크게 늘어나

유럽(EU)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전체 차량 대수 가운데 디젤 차량의 비중이 50% 가까이 증가했으며, 나라별로 큰 차이가 있다.

질소산화물은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로, 고온의 연소 과정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산화돼 생성된다.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용 보일러, 소각로 등이 대표적인 질소산화물 배출원이다. 질소산화물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한편 기침, 가래, 눈물, 호흡곤란 등과 함께 기관지염이나 천식, 만성기관지염을 일으킨다. 갑자기 대량의 질소산화물에 노출되면 급성 폐수종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번의 새로운 연구에서 연구진은 모든 유럽국가들에서 질소산화물 초과 배출로 인한 조기 사망률을 산출했다.

조사에 따르면 EU 28개국과 노르웨이, 스위스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42만5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현재의 대기오염 수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기 사망의 90% 이상이 대기 중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 전역에서 디젤 자동차와 밴 및 경상용차의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왼쪽 줄). 디젤 배기가스 배출을 도로주행 결과에 따라 제한했다면 조기 사망의 50%는 줄일 수 있었고(중앙), 디젤 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 정도로만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면 조기 사망자의 80%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오른쪽).  Credit: Jonson et al 2017
유럽 전역에서 디젤 자동차와 밴 및 경상용차의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왼쪽 줄). 디젤 배기가스 배출을 도로주행 결과에 따라 제한했다면 조기 사망의 50%는 줄일 수 있었고(중앙), 디젤 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 정도로만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면 조기 사망자의 80%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오른쪽). Credit: Jonson et al 2017

디젤차 배기가스가 휘발유 차 만큼 낮으면 조기 사망자 3/4 줄어”

질소산화물은 이 미세먼지를 형성하는 핵심 전구체로서, 새 연구에 따르면 디젤 승용차와 디젤 밴 및 경상용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로 인해 해마다 약 1만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약 반 정도인 5000명의 조기 사망자는 실제 도로 운전에서 제한치보다 훨씬 많이 배출되는 배기가스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휘발유 차의 배출가스는 이보다 훨씬 적다. 운송 전문가인 엔스 보르켄-클레펠드(Jens Borken-Kleefeld)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연구원은 “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가 가솔린 자동차의 배출가스만큼 낮으면 조기 사망자의 4분의3 정도인 7500명이 사망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젤 자동차와 밴 및 경상용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이 나라들이 인구가 많고 디젤 자동차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1인당 위험은 이탈리아가 프랑스보다 두 배나 높았다. 연구 책임자인 노르웨이 기상연구소 얀 아이오프 욘손(Jan Eiof Jonson) 박사는 “특히 북부 이탈리아가 심하게 오염돼 있어 그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구 대국을 제외한 유럽 20개국(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사이프러스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랜드 그리스 아일랜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노르웨이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웨덴)은 유럽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지만 디젤게이트로 인한 조기 사망은 전체의 10%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표 상에서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상위 4개국은 조기 사망의 70%를 차지했다.   Credit: Jonson et al 2017
인구 대국을 제외한 유럽 20개국(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사이프러스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랜드 그리스 아일랜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노르웨이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웨덴)은 유럽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지만 디젤게이트로 인한 조기 사망은 전체의 10%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표 상에서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상위 4개국은 조기 사망의 70%를 차지했다. Credit: Jonson et al 2017

노르웨이, 핀란드, 사이프러스 오염도 가장 낮아

위험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노르웨이와 핀란드, 사이프러스로, 유럽 28개국 평균보다 최대 14배나 낮았다.

노르웨이 기상연구소는 이번 연구에서 IIASA가 제공한 여러 국가의 모델 연도별 경디젤차(light-duty diesel vehicles)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토대로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와 축적량을 계산했다. IIASA는 이 오염물질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다.

이번 연구는 배기가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계산해 낸 결과물은 아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5월 17일자에 발표된 논문(‘11개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의 과도한 디젤 관련 질소산화물 배출의 영향과 완화’)에서 경디젤차의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7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광범위하게 토의되기는 했어도 유럽지역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이번 새 연구는 유럽 상황을 자세하게 다뤘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9-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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