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5년쯤 뒤에는 지구에 빙하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강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최근 영국 노섬브리어대학 연구팀은 태양에너지 분석 결과 2030∼2040년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에 버금가는 ‘소(小)빙하기’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양의 활동이 2030년 무렵에 60% 감소해 10년 동안 소빙하기가 찾아온다는 것.
마운더 극소기는 지구가 마지막으로 소빙하기를 겪은 기간으로 1645년부터 약 70년 동안 극심한 추위가 지속됐다. 이 시기 맨해튼에서 스태튼 섬까지 얼어붙어 그 위로 걸어 다닐 수 있던 적도 있었으며, 런던에선 몇 달간 얼어있는 템스 강 위에서 빙상축제를 열기도 했다.
연구를 주도한 자르코바 교수는 “태양 내부의 파동을 결합하고 이를 현재 태양 순환기 자료와 비교한 결과 2030년의 태양 활동이 마운더 극소기의 태양 활동과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태양의 흑점 활동 저하로 지구 온도 낮아져
소빙하기는 영화 ‘설국열차’에서 비춰졌던 것처럼 지구가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지지는 않지만, 온도가 오늘날에 비해 평균 1~2도 더 낮아진다.
아직까지 소빙하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태양의 흑점활동과 지구 기온 하락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흑점은 태양에너지와 깊은 연관이 있다. 태양 내부의 핵융합으로 자기 현상이 현성되면 초고온 가스 기류가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고, 태양 내부의 격렬한 움직임으로 거대한 자기장 고리가 형성됐다 사라지는 과정에서 흑점이 생겨난다. 태양 활동이 활발할수록 흑점 수도 증가하고, 태양 활동이 줄어들면 흑점 수도 감소한다. 다시 말해 흑점이 없다는 것은 태양에너지 활동이 매우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400년 동안 이뤄진 태양 흑점 활동을 분석해보면, 마운더 극소기 중 30년 동안 관측된 흑점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4만∼5만개의 흑점이 관측되지만, 이 시기에 관측된 흑점은 고작 50개에 불과하다.
과학계에서는 태양 활동이 일정한 강약 주기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극소기에서 극대기를 거쳐 그 다음 극소기까지를 한 주기로 보고 이 주기를 보통 평균 11년(극소기 8년, 극대기 3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섬브리어대학 연구팀은 1976년부터 2008년까지 태양 활동 데이터를 이용해 이론 검증에 나섰다. 연구팀은 태양 내부 다른 층끼리 전해진 자기장 파형 2가지가 동기화하는 동안 흑점 같은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고, 동기화되지 않으면 반대로 활동은 저조해진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연구결과 2022년에는 최고치를 보이고 파형 2개가 서로 상쇄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부터 2040년까지 기간에 들어가면 파형 2개는 동기화가 완전히 어긋나면서 태양 활동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측됐다.
자르코바 교수는 “순환주기는 정확히 11년”이라며 “각 유동체가 서로의 패턴에 맞도록 활동량을 줄이는 까닭에 2030년쯤엔 태양에너지가 크게 줄고 그 여파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빙하기, 인류에 어떤 영향 미칠까
소빙하기 기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약 1.5도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과거 우리 인류는 소빙하기 시기에 문화적,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서기 1250년경부터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추웠던 시기는 16세기부터 17세기까지였고, 1850년경부터는 기온이 점차 상승하기 시작했다.
1300년대 후반에는 알프스의 빙하가 농지로 침투하고, 아이슬란드 주위는 빙하로 덥혀 어업을 포기해야 했다. 건축양식은 고딕양식에서 벽이 두껍고 창문이 작은 바로크 양식으로 바뀌었다. 소빙하기는 한랭했을 뿐만 아니라, 폭풍과 해일을 동반하는 습한 기후를 나타냈다. 북해의 폭풍우는 400%나 증가하고, 따라서 북해연안의 많은 도시들이 사라졌다. 습한 날씨로 농업이 흉작되는 일이 잦았으며, 또 습한 기후로 흑사병과 같은 역병이 쉽게 퍼지기도 했다.
소빙하기는 문화적인 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녀사냥이다. 당시 발생한 흑사병과 기근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고, 당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기득권에서는 기후의 악화를 인간의 죄악에 대한 신의 노여움으로 해석해 마녀사냥을 강화했다.
서유럽에서는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이 일어났다. 한랭한 기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농업이 기계화되고 집중화된 농업기술이 개발되고, 이는 공업생산에 종사할 수 있는 산업혁명에 필요한 많은 노동력을 만들어낸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 왕정의 사치와 주변국들과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국가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 혹한의 기후가 덮쳤다. 극도의 어려운 상황에 놓인 프랑스 농민들은 프랑스혁명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시기(조선시대 후기) 흉년과 기근으로 인해 잦은 농민반란이 발생했다.
2030년 소빙하기 올까
과학계에서는 2030년 소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고 있다.
태양의 흑점 활동이 실제로 소빙하기를 유발했는지, 아니면 우연히 그 시기가 일치한 건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기 때문이다.
CNN 기상학자인 브랜든 밀러는 “이 연구는 과학계에서 검증된 사실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태양 주기를 구체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태양 흑점의 감소가 실제 지구 기온을 떨어뜨린다하더라도 이를 상쇄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노의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태양의 흑점 활동이 지구의 기온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뿐더러, 태양의 흑점이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몇 십 년간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온이 상쇄돼 과거 소빙하기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백나영 디지털타임스 기자
- 저작권자 2015-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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