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우리나라를 덮친 황사 탓에 대다수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황사가 항상 피해만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나름 긍정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서 들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효과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산업화에 따른 오염물질이 황사에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이처럼 황사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지난달 24일 골치덩어리로 전락한 아시아의 황사와는 달리,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황사는 남미 대륙의 아마존 우림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전문 링크)
아마존 우림 조성에 도움 주는 사하라 황사
자연에서는 직관적으로만 봐서는 절대로 내면의 진리를 알 수 없는 신비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사하라 사막과 아마존 열대 우림의 관계가 바로 그 같은 신비함을 잘 나타내 주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이 양 지역은 극과 극의 환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하라 사막이 극한 의 환경에 적응한 생물체만 살아갈 수 있는 뜨겁고 건조한 환경이라면, 아마존은 온갖 생명체들이 넘쳐흐르는 풍요롭고 습한 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환경이 밀접한 관계인 이유는 바로 사하라의 황사가 아마존의 비료 역할을 해준다는데 있다.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막대한 먼지 입자가 아마존 열대우림의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규명된 것이다.
물론 사하라 사막의 황사가 아마존 열대우림 조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영양성분들이 아마존에 도달하고, 사하라 사막에는 또 어떻게 그런 성분들이 축적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메릴랜드대는 공동으로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인공위성이 관측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얼마나 많은 영양 성분이 사하라 사막에서 아마존 지역까지 보내졌는지를 측정했다.
3D 영상으로도 제작된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006년에 발사된 미 지구관측위성 칼립소(CALIPSO)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동 연구진은 사하라 사막의 먼지가 매년 바람에 휩쓸려 대기 상층부로 올라간 뒤, 약 4800킬로미터(km)를 여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메릴랜드대의 유홍빈(Hongbin Yu) 박사는 “사하라 사막에서 아마존 지역까지 움직이는 거대한 먼지의 이동은 우주에서도 관측될 정도의 대규모 황사”라고 소개하며 “사하라 사막에서 아마존 지역으로 매년 날아오는 영양성분들의 양을 구체적으로 산출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황사에 포함된 인은 물고기의 뼈가 원천
공동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에서 출발한 대규모 먼지들을 분석한 결과 아마존 지역에 연평균 2770만 톤(T)의 황사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황사의 0.08퍼센트(%)인 2만 2000톤은 열대우림 조성의 필수 성분인 인(P)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인은 수많은 비료 성분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이것이 부족하면 식물들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특히 인은 광합성을 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영양소이기 때문에, 아마존이 거대한 우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 성분이다.
유 박사는 “매년 아마존으로 유입되는 인의 양은 매년 아마존이 비와 홍수 등으로 잃는 인의 양과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히며 “이 같은 지역 간 협력 현상은 지구의 생태계가 서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한편 ‘사하라 사막에 어떻게 그토록 많은 양의 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영국 런던대의 카렌 허드슨 에드워즈(Karen Hudson Edwards)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현장 조사를 실시한 후에 사하라 사막에 위치한 ‘보델레 함몰지’ 때문이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보델레 함몰지는 지금으로부터 6000여 년 전에 존재한 아프리카 최대의 호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인해 물이 차츰 말라 들어갔고, 현재는 동서로 500킬로미터, 폭 150킬로미터, 깊이 160미터(m)의 거대 함몰지로 변한 상태다.
런던대 연구진은 보델레 함몰지의 모래를 채취하여 엑스선 회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인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인 성분은 호수에 살던 물고기의 뼈가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에드워즈 교수는 “함몰지 중심부에는 규조류가 퇴적하여 생긴 규조토가 2만 4000제곱킬로미터(㎢) 넓이로 분포하고 있다”고 전하며 “호수에 살던 물고기가 죽으면서 바닥에 파묻혔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물고기의 뼈와 비늘 속에 들어있던 인 성분이 인회석으로 굳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외에도 보델레 함몰지가 과거 호수로 이루어졌었다는 증거는 함몰지의 바닥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물고기 화석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미래와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을 포함한 영양성분이 담긴 사하라의 황사가 언제까지 계속될까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에드워즈 교수는 “인 성분이 이 함몰지의 퇴적층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라고 말하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함몰지의 지질조사가 이루어져야한다”라고 주장했다.
만약 사하라의 황사가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가설에 대해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만약 황사가 중단되거나 보델라 함몰지의 인 성분이 고갈된다면,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심각한 영양 결핍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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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3-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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