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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황정은 객원기자
2015-02-12

나피온 전해질막 이온 이동 특성 밝혀 [인터뷰] 한옥희 기초지원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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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화력발전소나 내연기관에서처럼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촉매를 사용해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촉매에 의해 화학적 에너지를 직접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석유자원 등의 고갈 문제를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전환 장치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연료전지의 효율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 중 하나는 수소이온의 환원 반응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어나는가에 달려있다. 연료극에서 산화반응으로 형성된 수소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이동한 후, 공기극에서 산소와의 환원반응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어나는지에 결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진들이 효율적인 전해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연료전지 전해질막 물․수소이온의 확산 불균일성 확인

한옥희 기초지원연 박사 ⓒ 기초지원연
한옥희 기초지원연 박사 ⓒ 기초지원연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의 전해질막으로 주로 사용되는 나피온(Nafion) 유기고분자 전해질막 내 물과 수소이온의 확산 속도 차이, 그리고 이들의 위치에 따른 확신 속도 차이를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옥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지원연) 박사팀이 연료전지 전해질막 물․수소이온의 확산 불균일성을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연료전지의 성능 개선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한옥희 박사팀은 '오버하우저 동적 핵분극(Overhauser Dynamic Nuclear Polarization Relaxometry, ONDP)' 이라는 최신 분석기법을 이용, 나피온 전해질막에 있는 친수성 채널의 중심부와 내표면에서 물과 수소이온 확산속도를 직접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응용화학 분야에서는 세계최고의 학술지로 불리는 ‘앙게반테 케미(Angewante Chemie)‘ 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저는 그동안 연료전지 소재나 재료 혹은 연료전지의 시스템을 분석을 통해 전기 화학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헌데 그 중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유기고분자 전해질에서 일어나는 물과 수소이온의 이동 메커니즘이었습니다. 유기고분자 전해질에서 발생하는 물과 수소이온의 이동 메커니즘은 연료전지의 효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어요. 특히 친수성 채널 내에서 물과 수소이온의 확산속도가 공간적으로 차이가 나는지는 측정해 보고된 바가 없었죠."

물을 전기분해하면 전극에서 수소와 산소가 발생 되는데, 연료전지는 이러한 전기분해의 역반응을 이용한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역반응에 의해 양극에 공급된 수소가 이온화 돼 고분자전해질 막을 통과한 후 음극에서 산소와 반응해 물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 때 전자는 외부회로를 통해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반응이 빠를수록,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전자의 양이 많아지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밀도인데 그동안 연구된 메탄올 연료전지 등에서는 작동 온도가 100도보다 낮았다. 즉 생성되는 물이 끓는점 이하인 것이다.

"수소 이온이 물과 같이 이동을 합니다. 때문에 물과 수소 이온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면 매우 유용한 거죠. 그런 와중에 한송희 교수와 이야기를 하면서 ODNP 장비를 활용해 국제공동연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때부터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거예요. 이미 한송희 교수는 이러한 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었어요. 다만 저희가 연구한 고분자 전해질 막이라든지 혹은 재료 분야에서는 활용하지 않고 있었죠. 주로 생체에 있는 세포막 등에서 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해 주로 연구했어요.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교수님이 갖고 있는 기술을 저희 연구실에서 그동안 연구하고 있는 고분자 전해질 막 분야에 응용한다면 좋은 성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 실험실에 있는 장비로는 평균적인 것밖에 보지 못했거든요. 공간적으로 더욱 미세하게 잘라 1 나노미터(nm) 이하의 공간 안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그런 것들을 보거나 혹은 핵자기공명 반응 시간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는 것은 구별해보지 못했어요."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한옥희 박사팀은 반경이 수 나노미터에 불과한 나피온의 친수성 전해질 채널에서 물과 수소이온의 확산 속도 차이와 이들의 채널 내 위치에 따른 확산 속도 차이를 세계 최초로 측정할 수 있었다. 이는 표지물 주변 1 나노미터(nm) 이내의 물과 수소이온의 확산계수를 측정할 수 있는 ODNP 기법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ODNP란 '오버하우저 동적 핵분극 이완 측정법(Overhauser dynamic nuclear polarization relaxometry, ODNP)' 으로, '핵자기 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중 하나다. 신호를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증가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핵자기 공명 분석기법 중 한 가지가 DNP-NMR 분광기법이다. 이 방법은 시료에 안정적인 라디칼 화합물을 첨가한 후,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해 라디칼의 전자스핀 분극(polarization)을 증가시키고 이를 핵스핀(nuclear spin)으로 전달해줌으로써 핵자기 공명 신호 세기를 증가시켜준다. 특히 ODNP는 특정 라디칼의 1 나노미터(nm) 이내에 존재하는 분자의 확산 속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라디칼의 주변에 물이 존재하는 경우 1 (nm) 이내의 물 분자를 구성하는 수소 원자들의 확산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저희팀이 발표한 내용은 나피온 안에 있는 모든 물분자의 평균값입니다. 그동안 채널 안 물분자가 채널 안 내벽, 즉 고분자 쪽에 가까운 부분이냐 혹은 채널의 가운데에 있는가에 따라서 확산계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 가운데 저희팀의 연구는 템포(TEMPO)라 불리는 표지물과 그 유도체들을 나피온 전해질 친수성 채널의 중심부와 내표면에 선택적으로 배치해, 물과 수소이온이 채널 중심부보다 내표면 쪽에서 약 1만 배 빠르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는데 성공한 거죠."

후속연구로 저변 확대 기대

나피온 유기고분자 전해질의 친수성 채널 구조와 수소원자 확산속도에 대한 모식도. ⓒ 기초지원연
나피온 유기고분자 전해질의 친수성 채널 구조와 수소원자 확산속도에 대한 모식도. ⓒ 기초지원연

한옥희 박사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재료 특성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료에 대한 독특한 성질을 연구하는 그는, 이러한 다양한 특성에 대해 사전에 측정이 어렵거나 혹은 찾아내기 힘들 경우 특성을 찾는 기법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입자 표면의 성질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능을 갖는 소재는, 어떤 경우에는 전체 시료보다 전해질의 기능을 결정하는 게 표면이기도 해요.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생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물이나 수소 등이죠. 이러한 물질은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서 중요한 균형을 발휘합니다. 그것이 덩어리로 뭉쳐있지 않더라도 고체 안을 스쳐지나가거나 혹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채널을 지나가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합니다. 그동안 이러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이번 연구 역시 이것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죠."

물론 어려운 점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실험에 사용되는 장비를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 박사는 이야기 했다. "우리 실험실에도 이러한 장비를 구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아주 유용할 것 같아요."

이번 연구는 나피온 전해질의 친수성 채널 내 위치에 따른 물과 수소이온의 확산 속도 차이를 규명함에 따라, 보다 우수한 연료전지 전해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구에 사용된 ODNP 분석법은 생물분야에서 최근 각광받는 분석법인 만큼 이번에 한 박사팀이 소재 연구에 분야에 적용해 좋은 결과를 낳음으로써 그 분석법의 활용 폭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연료전지의 효율을 결정하는 전해질 막 내 물과 수소 이온의 이동 메커니즘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향후 연료전지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인 고분자 전해질막 소재 개발의 효율적 설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체산 전해질(solid acid electrolyte)의 함수량에 따른 이온 전도도의 변화 기작을 후속연구로 이어나갈 계획이에요. 고분자 전해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친수성 채널의 모양이나 특성이 변하거든요. 그 때 그 안에서 수소 이온이나 물분자 움직임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후속연구로 진행 하려고 합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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