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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5-01-06

전기차가 오히려 대기오염의 주범? 최종 배출량보다 오염원의 전주기 파악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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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오염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담배보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의 경우 심혈관 질환에 끼치는 영향이 20퍼센트(%)인 반면, 대기오염은 35퍼센트로 조금 더 높았다. 이 외에도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대기오염을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전기차나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일반적인 가솔린차 보다 오히려 환경에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전기차나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일반적인 가솔린차 보다 오히려 환경에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 freedigitalphotos

따라서 전 세계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자동차의 매연가스를 줄이고자 전기나 대체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적극 연구해 왔다. 그런데 이런 전기차나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일반적인 가솔린차 보다 오히려 환경에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미 미네소타대의 과학자들이 전기차가 가솔린 자동차보다 훨씬 더 큰 대기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하면서, 전기가 비록 청정에너지이기는 하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보다 더 큰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링크)

화석연료를 통한 전력 확보는 오염 증가시켜

일반적으로 전기만을 사용하는 전기차나 바이오에탄올 같은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차들은 오염원을 아예 배출하지 않거나, 배출하더라도 가솔린차나 디젤차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을 배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최종 배출량만을 고려한 것이다.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오염원의 배출량 전체를 파악하려면 에너지의 생산과정을 함께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에너지에 따라 대기 중의 초미세입자상물질(FPM)과 지면의 오존 농도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초미세입자상물질과 오존은 미국에서 한 해 10만 명 이상을 숨지게 만드는 대기오염의 원인 물질들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우선 자동차의 구동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한 전력은 물론 바이오에탄올 및 압축 천연가스 등 총 11개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사용했을 때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공해물질과 에너지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등을 모두 분석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면 구동 에너지로 바이오에탄올을 이용하는 경우 에탄올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농장의 트랙터에서 발생되는 공해물질, 또는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사용되는 설비에서 나오는 매연가스 등을 모두 측정하여 분석 작업에 반영한 것이다.

자동차 구동 에너지에 따라 변화하는 대기 중의 초미세입자상물질 추이 ⓒ Minnesota.edu
자동차 구동 에너지에 따라 변화하는 대기 중의 초미세입자상물질 추이 ⓒ Minnesota.edu

분석 결과 똑같은 전기차라도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전력을 어디서 확보했느냐에 따라 대기오염의 정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이나 태양열처럼 신재생에너지에서 배터리 전력을 얻은 전기차의 경우는 한 해의 대기오염 예상 사망자가 231명으로서 실험대상인 구동 에너지들 가운데 가장 적었다.

또한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충전한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는 이보다 많은 439명의 사망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되었고, 석탄을 쓰는 발전소에서 전력을 얻는 전기차는 한 해 3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낼 것으로 예측되었다.

반면에 구동 에너지별 전기차 들과 함께 실험한 일반 가솔린차는 878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낼 것으로 추정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석탄에서 전력을 얻는 전기차가 일반 가솔린차보다 3배가 넘는 대기오염 희생자들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미네소타대의 제이슨힐(Jason Hill) 교수는 “비단 석탄뿐만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인 전기 생산 방식으로 전력을 얻는 전기차들도, 일반적인 가솔린차보다 많은 1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고 소개하면서 “전기차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는 그 전기차가 어디서 에너지를 얻느냐에 달려있다”라고 지적했다.

오염원의 최종 배출량보다 생애전주기를 파악해야

미네소타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는 자동차의 구동 에너지를 생애전주기별로 추적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망률을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크리스 테섬(Chris Tessum) 박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만을 운행했을 때의 국민 건강 정도를 살펴보는 실험을 병행했다.

그 결과 신재생에너지만을 활용하여 생산한 전력을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사용하였을 경우, 지금처럼 화석연료나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만든 전력을 동력원으로 사용했을 때 보다 대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수를 무려 70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테섬 박사는 “기준치 이하의 미세먼지도 사망률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논문까지 발표되어 사실로 드러난 상황”이라고 밝히며 “이번 연구결과는 마치 중국처럼 미세 먼지로 인한 공해나 대기 오염이 극심해야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밖에도 이번 실험을 통해 그동안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로 여겨지던 바이오에탄올이 기존의 화석연료 못지않게 대기 오염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하며 “오히려 각종 농업 부산물 및 농작물을 키우는데 드는 에너지 등을 생각하면, 바이오에탄올 같은 대체에너지들이 더 많은 오염을 발생시킨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오염원은 최종 배출량 측정도 중요하지만 생산과정의 생애전주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염원은 최종 배출량 측정도 중요하지만 생산과정의 생애전주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freedigitalphotos

힐 교수도 “이번 연구는 자동차 배기관에서 나오는 오염원의 배출 외에도, 에너지 생산 및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의 전체 생애주기를 검토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앞으로 연료나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의 배출을 무시한다면, 운송 산업이 대기에 주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 오염은 자연적으로 생기는 미세 먼지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으나, 상당수는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매연이나 공장 및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같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대다수 환경 전문가들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운송 수단이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대기 오염의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미네소타대의 연구 결과가 향후 미래 에너지 정책이나 교통 정책을 수립할 때 꼭 필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나 대체에너지와 관련된 정책은 단순히 환경만의 이슈가 아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점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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