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에너지 정책은 기존 정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존 정책은 에너지를 아끼고, 덜 쓰는 절약 방식을 기반으로 수립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은 보다 근본적이고, 시스템적인 수요관리 체제로 공급을 전환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일 더케이서울호텔에서는 국내 에너지 정책의 모든 것을 조망해 보는 ‘2014 에너지정책포럼 성과발표회’가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에너지관리공단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지난 1년간의 정책추진 성과를 공유하고,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에너지 분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네가와트
에너지 정책 추진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시스템, 그리고 녹색건축 등 다양한 주제가 소개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분야는 에너지 신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네가와트(Negawatt) 시장’에 대한 세션이었다.
네가와트란 전력 단위인 메가와트(megawatt)와 네거티브(negative)의 합성어다. 발전소 건설이나 기존 발전소의 생산량 증가 등 절대적인 발전량을 늘리지 않고도 ICT와의 융합을 통해 얻어지는 ‘잉여에너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절전이나 에너지 효율의 향상 등을 통해 버려지던 에너지를 회수한다는 것이다.
네가와트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네가와트 시장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어서 지난달에는 목욕탕이나 빌딩, 그리고 공장 등에서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력시장이 개설되었다. 지금까지의 전력판매 사업자는 한전이 유일했지만, 이제 전력수요 관리시장이 개설되면서 전력판매 독점구조가 깨지게 된 것이다.
특히 개설된 전력수요 시장은 소비자가 아낀 전력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A아파트와 B중개업자 간에 전력 감축 요청이 있을 시 전력을 감축한다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A아파트 관리소의 담당자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3시간 동안 전력사용량을 줄여달라는 문자를 받게 되면, 이 담당자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켜고 절전하며 단지 내에 있는 가로등이나 복도의 전등을 끄고 승강기도 순환 운전을 실시한다.
A아파트는 이렇게 감축한 에너지를 토대로 매달 일정액을 받게 되며, 이 돈은 단지 내 보수 작업이나 노인정 복지 확대 등 아파트 공공관리비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른바 수요관리 사업을 통해 실제로 전력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전력을 아낀 만큼 이익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수요관리 사업을 하는 전문업체는 현재 12개로서, 빌딩이나 공장 등 약 155만㎾의 감축량이 전력거래소에 등록되어 있다. 선진국의 네가와트 시장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으며, EU 7개국도 수요관리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전력시장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향후 네가와트 시장이 활성화되면 아낀 전기가 비싼 발전기를 대체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발전기와 송전탑 등을 덜 세워도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수요자원 개발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수요자원 거래시장 개설’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윤혁준 전력거래소 차장은 “전력수급정책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공급 위주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 방식’에서, 수요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전력수급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차장은 수요관리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수요자원을 개발하거나, 전력시장에 직접 참여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수요자원 개발의 경우 전기 사용자가 1년에 얼마만큼의 전기를 아끼겠다고, 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아낀 전기를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처럼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신뢰가 필요하다. 전기사용자의 에너지 절감량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수요관리사업자가 필요한 이유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전기 사용자에게 전력계량기 모니터링 및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설치해주고 전기절약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요관리사업자는 전기사용자와 계약을 맺어 절감량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다. 또한 수요자원거래시장이 생김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는 셈이다.
수요자원을 통해 모여진 전기는 한전과 판매계약을 맺으며, 직접 참여를 통해 수익을 창출시킨다. 특히 수요자원을 통한 전기가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면, 지난 몇 년 간 전력공급 부족으로 겪었던 전 국민적 불편을 해결할 수 있다. 비싼 발전기를 대체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발전기와 송전탑 등 전력설비를 당초 계획보다 덜 건설해도 되므로 친환경적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입지 문제로 인해 최근 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까지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네가와트 시행 정책에 따른 기대효과로 윤 차장은 “정부는 이 시장을 오는 2017년까지 연간 1900만 메가와트(mW)의 규모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라고 밝히며 “이는 원자력 발전소의 2기에 해당되는 연간 발전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네가와트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벽산파워의 최중인 대표는 “네가와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에너지 관련 플랫폼 기업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대표는 “애플의 앱마켓이나 카카오톡 같은 IT 분야의 플랫폼 기업들처럼, 에너지 산업도 저장된 전력의 판매 사업자(VPP)나 이런 사업자들을 규합하여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전력서비스 사업자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차별화된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온도조절기 및 가변유리창 사업자 등이 제시되었다. 온도조절기의 설정온도 변경 및 유리창 투과성 변경을 통해 수요자원을 생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4-1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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