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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4-10-21

북극과 남극의 빙하 면적 변화 '제각각' 지구 온난화의 역설적 증거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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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미 알래스카(Alaska)에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진풍경의 주인공은 바로 엄청난 무리의 바다코끼리 떼. 약 3만 5000 마리로 추정되는 바다코끼리 떼는 알래스카 해변을 점령하면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북극 빙하 감소로 알래스카 해변으로 몰려드 바다코끼리떼 ⓒ 연합뉴스
북극 빙하 감소로 알래스카 해변으로 몰려드 바다코끼리떼 ⓒ 연합뉴스

바다코끼리들이 알래스카 해변으로 대거 몰려든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극 빙하가 감소하여 바다코끼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근거로, 북극 빙하가 관측 역사상 최소 면적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미 국립 설빙연구소(NSIDC)의 최근 보도자료를 제시했다.

최소 면적에 도달한 북극 빙하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미 국립 설빙 연구소는 북극의 빙하가 최소 면적에 도달했다는 공동 관측 결과를 지난달 17일에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관측 결과에 따르면, 북극 빙하의 면적은 502만 평방킬로미터(km²)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링크)

이 같은 수치는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평균치인 622만 평방킬로미터나 1979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치인 670만 평방킬로미터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는 평균적으로 볼 때 5만 4000 평방킬로미터 정도의 면적이 감소한 것으로서, 매년 스위스만한 면적의 해빙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지난 20세기의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 시대 이전과 비교하여 섭씨 0.74도(°C) 정도가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추정치가 지구의 모든 곳에서 온도가 0.74도씩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13년의 지역별 기온 상승 분포도 ⓒ NASA
2013년의 지역별 기온 상승 분포도 ⓒ NASA

때에 따라 어떤 지역은 섭씨 3도 이상의 높은 온도 상승을 보인 지역이 있는가 하면, 거의 온도변화가 없거나 심지어는 하락하는 지역조차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역별로 온도 상승의 정도가 다르고, 또 같은 지역에서도 계절적인 분포가 매우 다양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원인이라면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을 들 수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기상 현상은 4~5년 정도의 주기로 지구에 수많은 기상 이변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역별 기온 변화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평균 기온의 상승보다 극지방이 저위도 지방에 비해 온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방은 지난 수십 년 간 평균 기온이 가장 크게 상승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북극 지방은 지구상에서 남극 다음으로 큰 빙하가 존재하는 곳이다. 만약 이 빙하가 다 녹게 되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대 7미터(m) 정도 상승해서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와 토지가 물에 잠기는 등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기후 변화와 빙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시선은 온통 북극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생성 과정이 다른 북극과 남극의 빙하

그렇다면 남극의 상황은 어떨까?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극지방의 온도가 좀 더 빨리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남극 빙하의 면적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나 관측 결과 전혀 예상 밖의 현상이 나타나, 기상학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최근 호주 기후·기상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극의 빙하 면적이 지난달 2011만 평방킬로미터에 도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서 미 국립 설빙 연구소도 지난달 20일에 공개한 자료에도 남극해의 해빙 면적이 총 2014만 평방킬로미터로, 지난 1979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극의 빙하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지만, 남극 빙하는 반대로 면적이 넓어지는 기현상이 관측된 것이다. 비록 그 속도는 연평균 1만 9000 평방킬로미터 정도로서,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이 같은 현상은 과학자들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처럼 북극의 빙하가 감소하는 대신에 남극의 빙하는 늘고 있는 현상을 놓고, 지구온난화 이론에 반대하는 일부 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학자들은 오히려 남극 빙하 면적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호주 호바트에 위치한 남극기후·생태계 협동연구센터(AC&ECRC)의 잰 리저(Jan Lieser) 박사는 “남극의 빙하 면적이 2000만 평방킬로미터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상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원인을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저 박사는 “그동안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던 지구 온난화의 측면에서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상 남극 빙하 면적이 증가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고 설명하며 “남극 빙하 면적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역설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 크기를 비교한 나사의 위성 사진   ⓒ NASA
북극과 남극의 빙하 크기를 비교한 나사의 위성 사진 ⓒ NASA

남극의 빙하는 북극의 빙하와는 완전히 다르다. 북극은 바다지만 남극은 대륙이다. 따라서 바다 위에 만들어진 북극의 빙상은 수면을 떠다니기 때문에, 부피가 늘어나거나 녹더라도 전체적인 해수면 높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남극처럼 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리저 박사의 견해다.

리저 박사는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남극 대륙을 덮은 얼음이 녹게 되고, 녹은 얼음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라고 말하며 “이 때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의 온도는 섭씨 0도에 가까우므로, 이런 온도가 바닷물의 어는점을 높여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얼음을 생겨나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저 박사의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 연구소의 클레어 파킨슨(Claire Parkinson) 박사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남극의 아문센 해(Amundsen Sea) 주변에 자리 잡은 저기압과 바람의 변화가 남극 빙하의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

파킨슨 박사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는 남극해의 표면을 얼리는 역할을 하는 반면에, 남극 반도 주변에는 따뜻한 공기가 머물러 있으면서 일부 빙하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파킨슨 박사의 주장과 관련하여 역시 고다드 연구소에 재직 중인 기상학자 월트 메이어(Walt Meier) 박사도 “최근 변화한 남극의 기후 패턴과 바람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예측하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연구자들이 100퍼센트(%) 동의할 수 있는 설명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이어 박사는 “다만 이것이 지구 온난화가 반전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북극과 마찬가지로 남극도 현재 분명히 기온이 오르고 있으며, 특히 양 극지방의 온도가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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