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억3천만 년 전이다. 육지에 나무가 처음 등장한 게 약 3억5천만 년 전이니까 상어의 탄생이 얼마나 이른 시기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생명의 역사엔 총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지만, 상어는 그 위기를 모두 무사히 넘겼다. 가히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할 만하다. 치열한 생존 경쟁 가운데서 상어는 그처럼 긴 세월 동안 어떻게 도태하지 않고 살아남았을까. 그것도 공룡의 2배 이상, 인류의 100배 이상이나 긴 세월 동안 바다의 패자로 군림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선 그 비결을 상어의 사냥 솜씨에서 찾아보자. 상어는 먹잇감을 확실하게 포식하기 위해 약 300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다른 동물과는 달리 상어의 이빨은 한 번 빠질 경우 몇 번이라도 다시 생긴다. 일단 이빨이 없어서 사냥을 하지 못할 염려는 없는 셈이다.
상어가 먹이를 추적하는 방법을 보면 더욱 놀랍다. 상어는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에 두 가지를 더 보태 ‘칠감’을 지니고 있다. 진동이나 압력을 감지하는 ‘측선’과 미약한 생체 전류를 감지하는 ‘로렌치니기관’이 바로 그것이다. 상어는 이 칠감을 동원해 먹이를 사냥한다.
우선 상어는 청각으로 먹이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한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상어의 내이(內耳)는 멀리 떨어져 있는 물고기가 상처를 입고 발버둥치는 소리를 금방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예민하다. 상어의 청각이 먹잇감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거리는 약 1~2킬로미터에 이른다.
청각으로 위치를 감지했으면 후각을 이용해 먹잇감으로 향한다. 상어의 콧구멍은 호흡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각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따라서 100만분의 1로 희석시킨 피 냄새를 포착할 만큼 뛰어난데. 이는 물 115리터에 떨어뜨린 단 한 방울의 피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후각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가 다른 부분에 비해 2배 정도 큰 것을 봐도 상어에게 있어서 후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칠감을 이용한 놀라운 사냥 솜씨
그럼 상어가 후각을 이용해 먹잇감이 있는 방향을 알아내는 원리는 과연 무엇일까.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연구팀이 2010년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상어는 양쪽 콧구멍 중 먹이의 냄새를 먼저 맡은 콧구멍 쪽으로 헤엄치는 방법으로 먹이를 방향을 찾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왼쪽과 오른쪽의 콧구멍 중 먼저 냄새를 맡은 콧구멍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은 후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냄새를 따라 좌우로 방향을 틀어가면서 결국 먹이가 있는 곳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먹잇감의 약 100미터 앞까지 접근하면 상어는 측선감각기관으로 움직임을 파악한다. 이것은 몸과 머리 전체에 뻗어 있는 관상기관으로서, 다른 동물로부터 생기는 압력파와 정지된 것에 접근할 때 상어 자신에 의해 생기는 압력파를 감지할 수 있다.
먹잇감에 가까워지면 눈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보통 상어는 시력이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상어는 심해에서도 가까이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서, 다른 바다 생물에 비해선 우수한 시력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상어는 주둥이에 달린 수많은 전기수용기인 로렌치니기관을 이용해 먹잇감을 입으로 덥석 낚아챈다. 로렌치니기관은 동물 체내의 신경이 발생시키는 전압보다 약한 100만분의 1볼트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한 전기수용기이다. 상어는 로렌치니기관으로 먹잇감이 발생시키는 미세한 전류를 감지해 사냥을 마무리한다.
이 같은 사냥솜씨뿐만 아니라 상어의 뛰어난 생존능력도 약 4억년 이상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다.
상어는 병이나 암에 걸리지 않는다. 미국 모트해양연구소에서 고농도의 발암물질을 넣은 수조 안에서 사육한 결과 암에 걸린 상어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자연계의 상어에게서도 아직까지 암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없다.
해양 산성화 심해지면 먹잇감 냄새 맡지 못해
또한 상어는 매우 강한 면역체계를 지니고 있어서 병에 잘 감염되지 않고 상처가 나더라도 빨리 치유할 수 있다. T세포에 의한 세포성 면역과 항체에 의한 체액성 면역을 갖추어 세균 및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면역성이 강하다.
따라서 수명도 길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큰 몸집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고래상어의 경우 150살까지 살 수 있다. 큰 몸집과 달리 크릴새우 같은 작은 먹잇감을 물과 함께 들이마셨다가 여과해서 먹은 고래상어는 다 자랄 경우 몸길이가 20미터에 달하며, 태어난 지 30년 정도가 되어야 생식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 년 전 호주 해양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고래상어들의 몸집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다 자란 고래상어들이 포획되면서 점차 어린 개체들만 남았기 때문이다. 고래상어의 고기는 식용으로, 간은 기름으로, 그리고 연골은 중국의 전통 약제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 이외에는 천적이 없는 상어가 또 다른 요인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에 전해졌다. 그 요인이란 바로 ‘해양 산성화’이다. 해양 산성화가 상어의 후각 능력을 소실시켜 상어의 공격 행동 양식을 감소시키고 먹이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의 실험 결과 확인된 것이다.
이 실험은 현재의 해양 산성화 수치 및 이번 세기 중반에 예측되는 수치, 2100년에 예측되는 수치의 3가지 조건에서 수행되었는데, 이번 세기 중반 이후의 조건에서는 상어가 오징어 냄새를 잘 맡지 못해 먹이에 관심이 없는 행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바다에 흡수 및 용해되어 해수의 pH를 낮추게 되는데, pH 값이 낮아질수록 산성이 강해지게 된다. 이러한 산성수는 대부분의 해양 생물체에 존재하는 GABAA라고 불리는 신경계의 수용기를 방해함으로써 포식자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어가 지난 4억년 동안 환경에 적응해온 발군의 능력을 감안해볼 때 해양 산성화로 인한 위기쯤은 무사히 넘길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양 산성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연구진은 상어가 현재처럼 급속하게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적응하기 힘들 것으로 추정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4-09-2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