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자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변환장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연료전지는 가장 유망하게 언급되는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원이다.
연료전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물만이 부산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같은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에너지 변환효율이 더 높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료전지의 상용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 중이다. 이유는 값비싼 백금 촉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백금 촉매 성능과 유사한 새로운 비금속계 탄소 촉매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상훈 UNIST 교수팀이 이종원소가 포함된 탄소층을 탄소 나노튜브 외벽에 코팅, 새로운 연료전지 촉매 제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는 화학분야의 중요한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의 ‘가장 주목받는 논문(Hot Paper)’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종원소 포함된 탄소층, 탄소 나노튜브 외벽에 코팅
“연료전지 시스템에서 백금 촉매의 가격은 약 50퍼센트 가까이 차지합니다. 때문에 최근 수년간 백금의 사용량을 현저히 줄이거나 백금계 금속이 없는 비귀금속 촉매, 그리고 금속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비금속계 촉매 등이 활발하게 연구돼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연구가 백금 촉매의 양이 많이 사용되는 공기극의 산소환원 반응을 위한 촉매개발에 집중돼 왔죠.”
주상훈 교수에 따르면 백금대체 촉매 중 비금속계 촉매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다. 하지만 아직 백금계 촉매에 비해서는 산소환원 반응에 대한 활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고 촉매 자체의 성능이 어느 정도 높더라도 실제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검증된 결과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현재까지 보고된 고성능 촉매를 만드는 방법은 대량 합성을 하기에 한계가 있었어요. 이처럼 여러 단점을 지니고 있었죠. 또한 많은 연구진이 비급속계 촉매를 개발해왔지만 늘 걸림돌은 성능이었습니다. 성능 면에서 비금속계 촉매는 백금계 촉매보다 효율이 매우 낮았죠. 촉매 자체의 성능이 어느 정도 높더라도 실제 연료전지 시스템이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검증된 결과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어요. 또한 1천 도 이상의 고온에서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 가스를 사용해야 하는 등 합성과정이 복잡하고 위험해 대량생산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상훈 교수팀이 이용한 것은 상용 탄소나노튜브의 표면에 다양한 헤테로원자가 함유된 이온성 액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비금속계 촉매의 경우 대부분 헤테로원자가 도핑된 나노구조 탄소물질에 기반한 촉매가 대부분이다.
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상용 탄소나노튜브의 표면을 다양한 헤테로원자가 함유된 이온성 액체를 이용해 상온에서 간단한 방법으로 둘러쌌다”며 “질소나 아르곤 같은 비활성 기체에서 열처리하는 방법을 통해 고성능의 촉매를 합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새롭게 개발한 촉매는 전기차의 전원으로 사용 가능한 금속-공기 전지의 촉매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보고된 비금속계 촉매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가져 알칼리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알칼리 연료전지 중 최고 성능
주상훈 교수팀이 개발한 촉매는 현존하는 알칼리 연료전지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 주 교수는 “개발한 촉매는 백금 촉매에 근접하는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더불어 기존에 보고된 비금속계 촉매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탄소기반의 비금속계 촉매를 이용해서는 실제 연료전지에 적용 가능한 촉매와 분리막이 결합된 시스템 수준에서 성능이 보고된 결과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보고된 경우에도 성능이 매우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알칼리 연료전지용 시스템 수준에서 현재까지 보고된 결과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연구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논문을 게재하기 까지 약 1년 반의 연구기간을 가졌다. 촉매의 합성, 촉매 자체 성능의 검증, 그리고 촉매를 막과 접합해 제조한 시스템 수준의 성능 검증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일이 포함돼 있었기에 연구실의 대학원생 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의 협력 연구가 필수였다.
주 교수는 “다행히 참여한 공동 연구진간의 소통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 편이라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도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며 연구과정을 회고했다.
주상훈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은 평소 다른 연구진이 염두에 두지 않던 분야를 찾으면서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10년에 UNIST에 부임한 후 연료전지의 촉매와 관련한 연구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았다. 당시 백금을 대체하는 촉매 개발 연구가 막 활력을 받기 시작한 때였기에 주 교수는 자연스럽게 비금속, 비백금계 연료전지 촉매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비금속 촉매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백금계 촉매에 비해 가격이 현저히 낮은 비금속 촉매를 쓰면서도 성능을 백금에 상당히 근접하는 수준으로 향상시킨 거죠. 백금 1g 당 시세를 약 8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백금계 촉매보다 원료 가격이 십분의 일 이하로 저렴해져요. 때문에 결과적으로 10배 이상의 생산 효율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주 교수는 “그럼에도 산소환원 반응 효율이 기존의 백금 촉매와 유사하고 장기 내구성과 촉매독에 대한 안정성도 기존의 백금 촉매보다 크게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새롭게 개발한 촉매와 막을 접합한 시스템을 알칼리 연료전지에 적용해서도 백금 촉매를 사용한 시스템에 근접하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이 결과는 상용화를 위해 상당히 근접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연구에서 개발한 비금속 촉매는 향후 전기차의 전원이 되는 금속-공기 전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연구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주상훈 교수는 “과학자로서 더 중요한 일은 이러한 촉매가 작동하는 원리를 규명하는 일”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넌지시 언급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현재 촉매 반응이 일어나는 조건에서 직접 측정하는 실상황 분석기법과 계산과학의 도움을 통해 실제 분자 또는 원자 수준에서 왜 촉매 반응이 좋아지고 어떻게 촉매를 설계하면 가장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연구를 더욱 활발히 진행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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