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자동차의 평균 연비 기준을 ℓ당 26.5㎞, 미국은 2025년까지 ℓ당 2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의 평균 연비 기준이 ℓ당 20㎞ 이상으로 대폭 강화된다.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움직임에 맞춰 자동차 업계에서는 연비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실용성 추구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연비 개선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공공기관들이 자동차 연료의 절감과 더불어 대기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갖가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환경부가 지난달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내리막길 무가속 운전구간’ 알림 음성안내 서비스다. 여기서 무가속 운전이란 약 70~80㎞ 속도 이상으로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 연료차단 기능이 작동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내리막길에서는 차량 주행속도의 관성을 이용해 무가속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이 서비스는 연료차단 주행이 가능한 내리막길 도로 지역에서 음성안내 멘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무가속 운전이 가능한 지점임을 알려주는 친환경 운전법 안내 서비스인 셈이다. 환경부는 현대엠엔소프트가 개발 구축 중인 오차 50㎝ 이내의 차세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를 시행하고 있다.
내리막길 무가속 운전으로 지정된 구간은 전국의 23개 고속도로 195개 구간과 수도권 및 부산의 6개 고속화도로 12개 구간이다. 이들 구간을 주행하게 되면 내비게이션에서 “환경부와 함께하는 무가속 구간입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연료 소모 없이 주행할 수 있습니다”라는 음성안내 멘트가 나온다.
전체 207개 무가속 구간 중 3㎞ 이상 구간은 13개, 1~3㎞ 구간은 164개, 600m 이상 구간은 30개소 등으로서, 1개 구간 평균 거리는 1천583m이다. 가장 긴 구간은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여주→강릉 방향)의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에 있는 내리막길로 길이는 5천922m이다.
고속도로 총연장의 6.4% 지정
고속도로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앙선 31개소 53㎞, 중부선 20개소 30㎞, 영동선 16개소 35㎞ 등 전국 고속도로 총 연장 4천939㎞의 6.4%인 314㎞가 무가속 내리막길 구간으로 지정되었다.
환경부에 의하면 운전자가 고속도로 내리막길 1개소를 무가속 운전할 경우 연간 고속도로 통행량이 약 23억대인 것을 감안할 때 약 3억6천340만ℓ, 연료비 약 6천900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개인의 경우 승용차 운전자가 연간 2만㎞를 주행하면서 10%에 해당하는 구간을 무가속으로 운전하면 연간 약 38만원(휘발유 1ℓ당 1천900원 기준)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내리막길 무가속 운전구간 안내정보는 핸대엠엔소프트의 내비게이션 ‘소프트맨’과 ‘지니 넥스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모델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환경부는 앞으로 국내의 여타 내비게이션 및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와 협력해 내리막길 구간 안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경제운전 체험도로 구간’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도 올해부터 이 제도를 대구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시민 참여 유도를 위한 대시민 홍보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운전 체험도로란 현재 대구 수성구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담티고개 등 3군데의 도로로서, 운전자가 일정 속도 이상에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관성으로 주행이 가능해 연료를 최대 10%까지 절약할 수 있는 구간이다.
그동안 이 경제운전 체험도로들은 ‘에코존 시점 및 종점’이라고 도로 노면에 안내 글씨만 있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운전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경제운전에 대한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체험이 가능한 도로구간을 전수 조사해 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선정된 체험도로 구간에는 운전자가 ‘경제운전 체험도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방 100~200m 지점부터 가변전광판, 안내표지판, 홍보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대시민 홍보활동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친환경 경제운전 캠페인 확대 실시
서울시에서는 친환경 경제운전 캠페인으로 자동차 연료비 절감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급출발 및 급가속 등의 잘못된 운전습관을 교정하는 친환경운전 안내장치 4천200여대를 부착하고, 친환경․경제운전 체험교육을 매년 3천여 명에게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들의 경우 평균연비가 34.6% 개선됐으며, 온실가스는 25.5% 저감되고 교통사고도 8% 즐어든 것으로 자체 분석 결과 밝혀졌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전자에 국한되지 않고 이 같은 친환경․경제운전 교육 등을 일반 시민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1일 교통안전공단 및 도로교통공단 등 총 12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는 시에 등록된 297만대의 자동차 운전자가 모두 친환경 경제운전을 생활화할 경우 연비가 10% 이상 향상되어 자동차 연료비를 약 1조700억원 절감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89만2천톤 저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에서는 시내버스에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설치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8개 노선 94대의 시내버스에 시속 80㎞ 이하의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설치해 운행한 결과 전년 대비 교통사고 건수는 45.2%, 차량부품 교체건수는 3.4%, 민원발생 건수는 37.5% 감소 등과 함께 운송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에 따라 부산시에서는 올해부터 모든 시내버스에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설치하고, 에코드라이브(경제운전)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교통사고 예방과 더불어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노후 경유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부착하는 ‘1종 매연저감장치’ 필터 청소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1종 매연저감장치의 필터가 파손되거나 막히게 되면 장치성능 저하 및 차량출력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하므로 정기적으로 필터 청소를 할 경우 약 3% 정도의 연비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부착한 지 3년이 경과된 후 파손되거나 성능이 저하된 매연저감장치는 무상으로 교체 받을 수도 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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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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