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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4-01-24

유기물질을 이용한 차세대 배터리 불안정한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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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은 공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친환경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일정하게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 유기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배터리가 개발됐다 ⓒHarvard univ.

그런데,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유기물질을 이용하여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들을 경제적으로 저장해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전지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미 하버드대의 연구진이 금속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신개념의 배터리를 선보였다고 보도하면서, 퀴논(quinones)이라는 유기물질을 이용한 이 차세대 배터리가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인 불규칙한 발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쉽게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유기물 배터리

퀴논은 주로 대황(rhubarb)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하거나 원유에서 저렴하게 합성하여 사용하는데, 식물과 동물의 체내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분자들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2차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lithium)처럼 구하기 어려운 소재가 아닌 식물이나 원유에서 정제하여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버드대 재료에너지학과의 마이클 아지즈(Michael Aziz)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우선 배터리의 소재로 가장 적합한 물질을 찾기 위해서, 1만 개가 넘는 퀴논 분자들의 특성을 계산할 수 있는 대량 처리 용량의 분자 스크리닝 방법을 개발하여 사용했다.

▲ 유체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아지즈 교수 ⓒHarvard univ.

그 결과 금속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액체 상태의 유체 배터리(flow battery)를 제작할 수 있었다. 금속 이온을 대신해 유기 분자로 고효율의 유체 배터리 연구에 성공한 것은 하버드대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액체 상태의 금속 전해질을 사용하는 유체 배터리는 존재했지만, 바나듐 같이 고가의 금속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렴한 대용량 배터리를 만드는데는 경제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대용량의 저렴한 2차 배터리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하고 있다.

특히 유체 배터리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발전소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수급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경제적이고 확장성도 뛰어난 유체 배터리

유체 배터리는 커다란 탱크에 액체를 담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형태는 배터리 용기 자체 안에 저장되는 기존의 형태와는 다른 방식으로서, 주요 시스템으로는 전기화학 변환을 유도하는 하드웨어와 화학 저장 탱크가 있다.

전기 화학 변환 하드웨어는 배터리의 최대 출력 용량을 결정하고, 화학 저장 탱크는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을 좌우한다. 이런 형태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배터리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큰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비해, 자동차나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대부분 사용되는 고체 전극 배터리는 전력 변환 하드웨어와 에너지 용량이 하나의 유닛(unit) 안에 통합되어 있으며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고체 전극 배터리는 간헐적인 재생 에너지를 저장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만약 1MW 용량의 풍력 발전기의 경우 바람이 불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50시간 정도의 예비전력을 저장한다고 가정할 때 50MWh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한데, 현재의 리튬 배터리로 이를 감당하려 한다면 경제성 면에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반면 퀴논 기반의 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 액체 탱크의 크기를 늘리기만 하면 된다. 즉,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싶다면 전극 등 나머지 부분은 남겨두고 그냥 탱크에다가 용액만 더 담으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물에 녹아있는 형태의 퀴논 전해질은 가연성이 없기 때문에 고체 전극 배터리보다 더 안전하다.

▲ 유기물질을 활용한 유체 배터리의 원리 ⓒHarvard univ.

이 같은 유체 배터리의 성능에 대해 아지즈 교수는 “퀴논을 활용한 배터리로 에너지 저장 재료의 가격을 KW당 27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면서 “특히, 퀴논은 쉽게 확보하고,합성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올리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만한 원료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지즈 교수는 “다만 실제적으로 이런 유체 배터리가 경제성이 있는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 놓고 볼 때, 유체 배터리는 일단 부피와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만큼 이동이 필요한 경우보다는 대규모 백업 전력이 필요한 고정된 장소에 설치되는 것이 적합하다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대 연구진은 유체 배터리가 일반 가정에서도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가정용 보일러 크기 정도의 유체 배터리에 지붕위에 설치된 태양 패널에서 발생한 태양 에너지의 하루 사용치를 저장하면, 해가 지는 저녁부터 그 다음날 아침까지 어떤 화석 연료도 사용하지 않고 충분히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체 배터리에 대한 디자인과 시스템 아키텍처의 설계 작업이 상당한 진척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유체 배터리가 화석 연료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가 만든 전기로 변환시키는데 있어서 혁신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유체 배터리가 수 천 사이클 동안 열화가 일어나지 않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철저한 시험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 재료에너지학과의 협력업체인 서스테이너블 이노베이션사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며, 때가 되면 정식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4-0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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