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석탄, 가스 등 모든 연료의 연소과정에는 질소산화물(NOx)이 발생한다. 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물질로 산성비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 발전소나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질소산화물은 거의 후처리에 의존해 대기 중 배출을 줄이는 추세다. 하지만 질소산화물의 후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높아 이를 해결하는 기술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질소산화물을 후처리하는 대표적인 설비에는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 있다. 해당 설비는 백금계 귀금속이 사용돼 촉매 가격이 매우 고가여서 지속 경제성을 거론할 때 문제가 되곤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경제적이면서도 대기오염의 걱정을 줄여주는 연소기술방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심성훈 기계연 환경기계시스템연구실 박사팀이 고온 배기가스 재순환을 이용한 ‘초저(Superlow) NOx’ 연소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산소와 질소의 결합률을 낮추다
심 박사팀은 최근 고온 배기가스 재순환 방식을 이용해 이산화질소를 획기적으로 저감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온 배기가스 재순환’ 방식이란 기존의 냉각된 배기가스를 재순환하는 방법이 아닌 연소실 출구의 고온 배기가스를 재순환하는 방법으로 연소 시 주입되는 공기의 산소농도를 희석함으로써 연소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질소를 줄여준다.
“연료를 태울 때 많은 영역에서 공기 중 질소가 고온에서 산소와 결합해 질소산화물을 생성하게 됩니다. 우리팀의 연구는 배기가스를 공기에 혼합해 희석시켜요. 그렇게 함으로써 산소가 질소와 결합하는 확률을 낮춰주죠. 동시에 배기가스의 높은 온도는 희석된 공기와 연료가 혼합된 상태에서도 화염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에 사용된 방식은 냉각된 저온 상태의 배기가스를 재순환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질소산화물의 저감에 한계가 있었고 동시에 연소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유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재순환시킬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 박사팀은 이 문제를 유체 역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극복했다.
“연소실 출구부의 고온 연소가스를 재순환시켰어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 연소의 안정화와 질소산화물 저감을 동시에 달성했죠. 고온 배기가스 재순환 구조를 개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우리 기계연이 처음으로 이뤄낸 성과입니다.”
지금까지 연소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질소는 선택적 촉매 환원법과 같이 고가의 촉매를 이용한 방식으로 제거해 많은 비용이 발생해왔다. 하지만 심 박사팀의 기술은 연소과정부터 이산화질소 발생을 극소화해 후처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켰다.
무엇보다 고체연료에서도 적용가능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심 박사에 따르면 연구팀은 미분탄, 하수슬러지, 폐기물 등의 고체연료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 농도를 최소 40% 이상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 박사팀의 이번 연구가 지니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연료를 태워도 대기오염의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환경문제로 고민하는 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미분탄과 같은 고체연료에 대해서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할 수 있는 확실한 기술이 개발돼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번 연구는 관련 분야의 연구수준을 세계 최고로 올려놓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키(key) 아이디어요? 고전에서 얻었죠”
이번 연구가 가능할 수 있던 것은 심 박사팀만의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성훈 박사는 연구를 성공으로 이끈 키(key) 아이디어에 대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베르누이 정리와 같은 고전적 유체역학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즉, 공기를 분사해 고온의 배기가스를 유도하는 방법이죠. 연소나 유체역학 같은 고전적인 분야의 기술도 융합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연구에 몰두해온 과학자로 살아왔지만 매번 수행하는 연구가 주는 깨달음이 매우 크다는 게 심 박사의 이야기였다. 때문에 연구가 끝날 때마다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처음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번 연구도 사실 많은 노력으로 시작하게 된 사례였죠. 제가 호주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공동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호주에서의 연구를 끝내고 귀국길에 올랐는데 뭔가 더 연구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때문에 해당 기술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많은 과학자분들의 도움을 얻어 연구를 과제화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심 박사는 “호주에서 습득한 기술은 가스연료에는 무난히 적용됐지만 연소속도가 느린 고체연료에서는 안정적인 연소가 매우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연구팀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기 분사를 이용, 강제로 고온의 배기가스를 유인하는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을 설명했다.
심성훈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공해물질을 극소화시킨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석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소나 폐기물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후처리 하는 비용은 실로 막대한데,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이용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을 가져오는 것이다.
“현재 이번 연구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해당 기술은 가스나 액체 및 고체연료에 모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돼요. 앞으로 개발된 기술에 대해 실용화와 사업화를 위한 기계연구원의 자체연구를 수행할 것입니다. 해당 기술을 개량하는 후속연구도 지속할 예정이에요. 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많은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11-2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