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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연희 객원기자
2013-04-26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해킹 역사 청개구리 제작소 '기술놀이 세미나x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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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는 주제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해킹’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청개구리 제작소의 두 번째 '기술놀이 세미나x워크샵'으로 이번에도 조동원 씨가 강연을 맡았다.

저작권 도입, 소프트웨어의 장막

1960년대 말 이전까지도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되는 것으로 여겼다. 아직 미분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경향도 있었다. 소스가 오픈되어야만 컴퓨터 기능이 향상되고, 그래야 더 많은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어서였다.

벨연구소의 캔톰슨와 데니스리치가 만든 유닉스도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탄생됐다. 특정한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하나의 운영체제계로 저렴한 컴퓨터에 맞게 만들어졌다. 물론 소스코드도 함께 배포됐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많이 고치고 수정해서 기능을 향상시켜 사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버클리에서는 유닉스를 수정해서 BSD를 배포하기도 했다.

▲ 지난 24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는 주제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해킹’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청개구리제작소

1970년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과 더불어 개발 비용이 들어가면서 소프트웨어 상품 시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IBM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언번들링(unbundling) 정책도 한몫했다. 조동원 씨는 “70년대 말 이후 개인용 컴퓨터 발전과 보급이 소프트웨어 상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1980년 초중반에 생긴 두 가지 사건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장막을 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적용이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이후 IBM 등이 이 저작권법을 이용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을 금지시켰다. 유닉스의 사유화도 더 이상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준 사건이다. 조 씨는 “벨연구소는 반독점법을 적용받던 통신사 AT&T 산하에 있어서 1982년 그 법이 해제되기 전까지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법이 해제되자 컴퓨터 사업에 진출하면서 유닉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많은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보 공유 운동의 뿌리, 그누(GNU) 선언

이 모습을 보면서 참여 프로그래머들은 상실과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이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혹은 카피레프트운동으로 이어졌다. MIT 인공지능 컴퓨터 해커였던 리차드 스톨만은 "소프트웨어는 자유로워야 한다"며 1984년 그누 선언(GNU)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누는 유닉스 운영 체계(OS) 호환 컴퓨터 프로그램의 총칭이다. 그누 소프트웨어라고 하며, 이의 개발 프로젝트를 그누 또는 그누 프로젝트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체제에 반대, 소스 코드에 대한 공중접근을 주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공유 운동의 뿌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누 소프트웨어는 일반 공중 라이선스(GPL)라는 협약에 의해 배포되었다. 이 협약에 따라 그누 소프트웨어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같은 조건으로 재배포하는 것을 제한하지 못한다. 상업적 이용 금지 조항도 없다. 개작을 하더라도 동일한 이용 허락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GPL을 어기면 위법이 되도록 만들었다. 저작권이 대안이지만 저작권을 타고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리차드 스톨만이 “자유소프트웨어의 자유는 공짜 맥주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다”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은 리눅스의 탄생과 월드와이드웹(www) 등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에릭 레이몬든는 1998년 ‘성당과 시장’이라는 책에서 “리눅스 공동체는 서로 다른 의견과 접근 방법이 난무하는 매우 소란스러운 시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GPL에 대한 반기, 오픈소스

하지만 1998년 자유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OSI 오픈 소스 이니시에티브’(Open Source initiative) 가 그것이다. 자유 소프트웨어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걷어내고 열린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GPL의 너무나 가혹한 라이센스는 개발자와 그것을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상업용 소프트웨어보다 더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기 꺼리게 만들게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였다. 조동원 씨는 “‘오픈 소스 이니시에티브’는 GPL과 비슷하지만 개작에 대한 동일 이용허락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며 “이는 코드의 전유를 허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넷스케이프사는 소스 코드를 공개 발표했고, IBM은 아파치 웹서버와 그누/리눅스 투자를 하기도 했다. 거기다 썬, 오라클, 컴팩, 델, 휴렛패컫, 인텔 등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지원을 위해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 차드 스톨만의 “자유소프트웨어의 자유는 공짜 맥주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다”라는 말을 통해 자유소프트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청개구리제작소

그런데 조 씨는 “왜 기업들은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지, IBM이 오픈소스에 왜 투자하는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오픈소스가 IT 정보산업의 대표자들이 상품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을 예로 들어보자. 그누/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구글은 모든 소스를 오픈한다. 정말 모두가 공짜이다. 그러나 거기에 함정이 있다. 그 오픈 소스를 통해 그들은 쉽게 개인의 정보를 빼내 상품화하고 있다. 백신 프로그램도 우리 컴퓨터를 보호하는 것인지, 우리 정보를 가져가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보취득에 대한 동의에 무심코 클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동원 씨는 “소프트웨어에서의 오픈 소스는 이용자 자유가 사라진 오픈 소스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해커보다 그 이면에 숨어있는 기업이 더 무서워졌다는 사실이 해커의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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