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슨스디자인스쿨(이하 파슨스)은 세계적인 패션교육 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기들만의 확고한 색깔을 갖추고 있었다. 사이먼 콜린스 교수(파슨스 스쿨 학장)는 지난 25일 개최됐던 글로벌인재포럼의 한 심포지움에서 ‘나쁜 디자인’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파슨스 디자인 철학을 보여줬다.
탁월함, 이것 하나면 충분
파슨스는 최근 2년 이내에 루이비통, LVMH(Louis Vuitton Moet Hennesy), MCM 등 유명한 패션업계와 협력해 학생들의 기량을 한층 높여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특히, LVMH 프로젝트 진행당시 25명의 장인을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작업했으며 이러한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서 상영됐다. 당시 뉴욕타임즈 지면의 8면을 할애할 정도로 파슨스 스쿨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고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콜린스 교수는 ‘탁월함’으로 일궈낸 결과라고 자부했다.
한번은 루이비통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현악 앙상블팀을 초청해 연주를 부탁하고 학생들에게 음악을 들으며 의류를 제작하게 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떠오르는 감상을 따라가며 연주에 어울리는 패션을 만들기 시작했고, 우수한 작품들로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파슨스 학생은 루이비통과 협력해 클래식 연주자의 옷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론 교육에 치우치지 않고 실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늘 새로운 시도를 주도해온 파슨스는 ‘처음’이 아니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파슨스
콜린스 교수는 청중을 향해 나쁜 디자인을 끊임없이 거부하라고 부탁했다.
“나쁜 디자인은 쓰레기입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구입하지 마세요. 나쁜 디자인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펜은 어떤 디자인을 갖고 있나요? 겨우 펜 한 자루 가지고 무슨 디자인을 따지냐구요? 좋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든 것에는 다 디자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콜린스 교수에 따르면 의상 제작에 필요한 재료의 15%는 쓰레기로 버려진다. 파슨스는 유기농 패션브랜드 룸스테이트(LoomState)와 협력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량생산이 지속가능해야 했기에 파슨스의 단독 운영보다는 공장이 딸린 기업과 협력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작년 11월 뉴욕에서 멋진 쇼케이스를 펼쳤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임은혁 교수(성균관대)는 “파슨스 시절에 친구들끼리 늘 그런 넋두리를 했다. 이곳은 자신의 기량에서 120%을 요구한다고. 과제에 파묻혀 입학 후 1년간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파슨스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설렘을 알게 해 준 곳이다. 항상 ‘최고’라는 마인드를 심어주었기 때문에 파슨스 출신은 어디를 가도 자신감이 충만하다. 이것이 파슨스의 인재양성 비결”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천재를 양성하는 비결, 3P
파슨스 출신 김승현 교수(삼성디자인학교)는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서 파슨스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비결을 3P로 명료하게 정리했다.
- Place 파슨스는 문화예술의 중심지 뉴욕에 있다. 이것은 큰 경쟁력이다. 가장 트렌디하고 뛰어난 예술적 감수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파슨스가 뉴욕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별도로 디자이너의 자질을 배울 필요가 없다.
- People 파슨스 재학생 중 40~50%가 외국인이다. 인도에 가지 않아도 인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실제로 졸업 후에도 고국으로 흩어진 동기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 나라 정보를 교류하는 선배들이 많다.
- Process 파슨스의 전통은 100년이 넘는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초과정이 매우 탄탄하며 사회에 나가서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이 잘 돼 있다. 이미 아마추어 디자이너 경험을 학교에서 맛볼 수 있다.
강연장에서는 유독 청소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차세대 영재 CEO 과정을 밟고 있는 어떤 학생이 콜린스 교수에게 “패션쇼에 보면 왜 다들 입기 불편한 옷들을 입고 런웨이에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교수님은 그런 불편한 옷들이 정말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콜린스 교수는 “보그(Vogue) 패션은 투머치(Too Much)하다. 그 옷은 보기에도 불편하고 입기에도 불편하다. 패션쇼의 의상들은 일상생활과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보그는 아마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것 같다”며 “좋은 디자인은 상대적이다. 내가 누구를 대상으로 만들어 팔려고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면 그건 좋은 디자인이 아닐까”라고 견해를 말했다.
열띤 취재와 포럼 참가자의 질문으로 심포지엄 발표가 끝난 후에도 기념촬영과 인터뷰로 강연장이 북적였다. 콜린스 교수의 ‘우아함(Spezzatura:오스카 와일드 같은 바람둥이를 이르는 옛 말)’을 가지라는 조언은 그가 얼마나 나쁜 디자인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좋은 디자인, 자기의 마음에 꼭 드는 디자인을 찾기 전까지 우아하게 기다리라는 충고다.
- 손은혜 객원기자
- iamseh@naver.com
- 저작권자 2012-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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