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매트릭스에서 검은색 가죽코트를 입은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가 공중부양을 하며 악당들을 향해 하이킥을 날리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가 인큐베이터 속에 가둬진 ‘인간 배터리’로서 전기에너지의 공급원으로 사용되는 인간 배터리 공장 장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특히 네오가 빨간약을 선택하며 실존적 각성을 하는 순간 영화 속 세계는 두 개로 나뉜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이 그 컴퓨터의 배터리 역할을 하는 2199년의 끔찍한 현실세계가 영화에서는 그려진다.

이런 '인간 배터리'는 더 이상 먼 영화속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생명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가상의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생물연료전지(Bio fuel cell) 기술은 생물의 대사과정을 이용해 미생물이나 효소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데 생물연료전지는 유기물을 이용하므로, 폐수, 토양, 식물, 동물 심지어는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인간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 수 있어 응용 분야가 광범위하다.
주목받는 생물연료전지
1960년대 우주개발을 주도하던 미국은 우주폐기물을 우주로 배출하거나 지구로 되가져올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물연료전지 연구를 시작했으나, 미생물이나 효소의 매개체가 갖는 문제점과 전지 출력의 한계로 인해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환경친화적이고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생물연료전지가 갖는 장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스스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이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폐수와 같은 유기 폐기물을 처리함으로써 매우 낮은 비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생물연료전지는 일반적인 연료전지와 달리 관리가 힘든 수소 또는 국가 간 자원 전쟁까지 유발시키고 있는 희토류 및 비싼 귀금속 같은 무기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인 생체물질을 이용한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올 3월, 미생물 연료전지를 십년 후 한국경제를 책임질 미래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생물연료전지는 이용되는 생체물질의 종류에 따라 크게 미생물 연료전지(MFC, Microbial Fuel Cell)와 효소촉매반응 연료전지(ECFC, Enzyme Catalyst Fuel Cell)로 나뉜다. 미생물 연료전지(MFC)는 음식물 쓰레기나 폐수 같은 유기성 오염물질을 연료로 사용, 저비용·친환경적으로 오염물질을 처리한다.
이에 반해, 효소촉매반응 연료전지(ECFC)는 생명체의 혈액 속 당분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인체 내에 삽입되는 소형의료장치로부터 곤충 또는 쥐와 융합된 사이보그형 생체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가 있다.
미생물 연료전지분야의 세계적 경쟁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한·미·일·유럽 등 주요국의 미생물 연료전지 분야 특허출원이 2005년까지 57건에 불과했으나, 2006년 이후 343건으로 증가했으며, 효소촉매반응 연료전지 분야 특허출원도 2004년까지 47건에서 2005년 이후 135건으로 증가돼, 각국이 생물연료전지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미생물 연료전지 분야 특허출원 210건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82건으로 유럽(29건), 일본(21건)에 앞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생물 연료전지 기술 실용화의 걸림돌인 단위 출력을 향상시키는 모듈화 기술 등 구조체 관련 출원이 활발하다. 반면, 효소촉매반응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일본이 82건으로 상당히 앞서 있고, 미국(66건)과 한국(26건)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생물연료전지 분야는 아직 특정 국가가 절대적 기술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연구개발 초기단계인 만큼, 효율적인 산·학·연 협력과 선제적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미래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산업으로 육성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길채 환경에너지심사과장은 “생물연료전지는 이제 영화 속 흥밋거리가 아닌 현실의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기술로 키워나가기 위해 로봇기술, 약물전달장치 기술 등과의 융합 연구를 통해 응용분야를 선점하고, 기술 전쟁 시대에 대비해 원천특허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영찬 객원기자
- jyc1630@nate.com
- 저작권자 2012-10-2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