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온 지난 14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열린 ‘금요일에 과학터치’에서 이현미 서울당곡초등학교 교사가 ‘단풍나무 씨앗의 비행’이라는 제목으로 도입 강연을 진행했다.
먼저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1악장에 해당하는 곡을 틀어 학생들의 눈과 귀를 집중 시켰다. 이어 단풍나무 씨앗 속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와 단풍나무 씨앗의 원리를 이용해 헬리콥터와 낙하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식물들은 씨앗을 멀리 보내 번식하는데, 이렇게 씨앗을 멀리 보내는 이유는 만약 씨앗이 한꺼번에 같은 곳에 떨어져 싹을 틔우게 되면 양분이나 물이 부족해 서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경쟁’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어 “씨앗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바람의 역할이 중요한데 씨앗의 크기가 작고 털이나 날개가 있는 단풍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전나무 등이 바람에 의해 잘 퍼진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식물의 씨앗이 낙하하는 현상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준 뒤 “단풍나무와 식물의 씨앗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서, 떨어질 때 헬리콥터의 회전날개처럼 빙빙 돌면서 활공한다. 천천히 떨어지는 도중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이어 그는 “회전하는 씨앗의 윗면에는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이것이 압력을 낮춰 떠오르는 힘을 만든다. 회전하는 씨앗의 양력은 회전하지 않는 씨앗에 비해 2배가 크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유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이 감소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는 ‘베르누이의 원리’. 비행기가 나는 원리도 이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단풍나무 씨앗이 낙하할 때의 공기 역학적인 효율은 표준적인 비행기의 날개나 헬리콥터의 로터보다 우수해, 앞으로 초소형 정찰용 카메라, 초소형 헬리콥터나 화성 탐사 로봇에 장착하는 낙하산의 설계에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
호르몬은 ‘열쇠’ 핵호르몬 수용체는 ‘자물쇠’
최흥식 전남대 생명과학기술부 호르몬연구센터 교수는 ‘생명활동의 핵심, 핵호르몬 수용체’를 주제로 본 강연에 나섰다. 핵호르몬 수용체라는 단어가 낯선 초등학생들을 위해 호르몬과 핵호르몬 수용체를 열쇠와 자물쇠에 빗대 설명했다.
핵호르몬 수용체에서 ‘핵’이란 진핵생물 세포의 중심에 있는 공 모양의 소체를 말하며 ‘호르몬’은 내분비물, ‘수용체’는 세포막이나 세포 내에 존재하며 호르몬이나 항원, 빛 따위의 외부 인자와 반응해 세포 기능에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을 말한다.
최 교수는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 분비되면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혈관을 통해 이동한다. 이때 수용체를 갖는 표적세포에 도달해서 호르몬과 수용체가 결합해야 한다. 즉 한 가지 호르몬(열쇠)은 반드시 한 가지 핵호르몬 수용체(자물쇠)에만 결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성장호르몬은 성장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해야 하는데 호르몬이 과다분비 되거나 분비장애가 일어날 경우에는 각종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성장호르몬 과다분비로 인한 거인증, 갑상선호르몬 분비장애로 인한 크레틴병과 갑상선종, 인슐린 장애로 인한 당뇨와 비만 등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그 밖에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렙틴 호르몬’은 체중 조절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렙틴은 뇌 시상하부에 신호를 전달해 지방량이 감소하면 음식 섭취를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지방량이 증가할 경우 반대 작용을 한다. 즉 렙틴은 지방량에 비례해서 증가하면서 에너지 밸랜스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몸에는 49개의 다른 핵호르몬 수용체들이 있다. 에스트로젠(Estrogen), 안드로젠(Androgen), 코티솔(Cortisol), 티로이드(Thyroid) 비타민A, 비타민D 등이 있다. 이 중에서 50%는 아직 적합한 호르몬을 못 찾았고, 새로운 핵호르몬 수용체를 찾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교수는 고아 핵 수용체(SHP Small Heterodimer Partner)를 처음 발견해 20년 가까이 연구하고 있다. 작년에는 고아 핵 수용체가 패혈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과학저널 네이처 임뮤놀로지(Nature Immunology) 7월호에 실렸다.
이어 그는 “호르몬의 종류와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질병을 알고, 호르몬과 유사한 화학물질(리간드)를 개발하면 신약을 만들 수 있다”며 “신약 개발을 위해 오랜 시간과 돈만큼이나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갑상선과 부갑상선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그는 “호르몬을 만드는 모든 기관은 중요하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들이 대부분 참석한 이번 강연에 중학교 교복을 입고 참석해 유독 눈이 띄는 학생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는 심효림(서울사대부여중 1) 학생은 “지금 학교에서 세포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오늘 강연을 들으니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계속 강연을 들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주최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는 매주 금요일 6시 30분 정독도서관(서울시 종로구 화동)에서 열린다.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
-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 저작권자 2012-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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