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강 상수원에서 악취와 흙냄새가 나는 수돗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더불어 녹조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이른바 '녹조공포'에 시달리면서 조심스럽게 식수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녹조류'는 녹색을 의미하는 녹(綠)자와 물속에 살면서 동화 색소를 가지고 독립 영양 생활을 하는 하등 식물인 조류(藻類)가 합쳐진 말이다. 즉, 색소체가 다량의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서 녹색을 띠는 조류를 말한다. 흔히 알고 있는 청각이나 파래, 섯갓말 등이 녹조류에 속한다.
최근 기사를 통해 접하는 녹조는 이와 비슷한 말로 강이나 바다, 호수 등 수중생태계의 영양물질이 증가하면서 늘어나거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이 녹색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플랑크톤이 번식하여 물이 황갈색으로 변하는 적조(赤潮)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녹조가 발생하는 원인
녹조는 계속해서 발생해왔지만, 유달리 이번 여름에 심한 이유는 바로 폭염 때문이다. 사실 적조와 녹조는 모두 기온의 상승과 연관이 깊다. 물의 표면에 녹조가 덮히면서 수중으로 들어가는 햇빛이 차단되고, 이에 따라 용존산소가 추가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물의 용존산소량이 줄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기온이 올라가면서 수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게 되고 일조량이 많아지면서 수중으로 영양분이 과다공급되고 이에 따라 녹조류와 플랑크톤이 활발하게 증식해서 녹조와 적조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녹조는 유속이 느린 곳에서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최근 폭염으로 인해 물이 마르면서 유속이 느려질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둘러싼 고기압 때문에 장마가 짧아지고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물의 양 자체가 줄어 그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녹조로 인한 피해는?
녹조현상은 인체에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람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독소를 가진 남조류가 많은 녹색의 호수물을 마실 경우, 간에 손상이 가거나 구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몇십 년 이상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녹조현상이 일어나게 되면, 물고기와 수중생물이 죽어 악취가 나고 그 지역의 수중 생태계가 파괴된다. 바로 수중생태계를 파괴하는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녹조류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견되는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와 '마이크로시스티스' '지오스민'이라는 유해성분을 가지고 있다. 지오스민은 인체에는 무해하나, 물에서 냄새를 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이 남조류가 생산하는 독소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1878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녹조로 인해 동물이 폐사한 사건이 있었고, 이후 세계 각지에서 이 남조류 독소 때문에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으나, 앞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녹조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
예전부터 녹조현상이 발생했을 경우, 그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황토를 뿌림으로써 해결을 했다. 황토를 뿌리는 이유는 황토가 수면에 떠서 수중으로 들어가는 햇빛을 차단해주면서 녹조 번식을 막고, 녹조들이 황토와 뒤엉켜 바닥으로 가라앉게 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녹조를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수중 생물 등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녹조현상은 수중에 용존 산소량이 줄면서 일어나는데, 수중의 무(無)산소층을 없애는 방법의 일환으로 물순환용 수차(水車)를 사용하기도 한다. 수차의 바퀴가 돌면서 호수 물을 뒤섞어주고, 물이 섞이면서 호수의 밑바닥까지 공기를 넣어줌으로써 녹조를 없애는 원리이다. 어류가 폐사하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지만, 이미 발생한 녹조 현상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이 외에도 선박에 녹조를 흡입, 여과, 회수하는 장치를 설치해 가동시키는 녹조 제거선을 운행하는 방법도 있다. 환경 친화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지 관리 비용이 높기 때문에 대량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안전한 방법이다. 실제로 충주댐과 이포보, 여주보의 수문을 개방하자 한강 녹조가 눈에 띄게 줄었고, 주말에 내린 비 또한 녹조 감소에 큰 효과를 주었다. 녹조현상은 수중에 용존 산소량이 부족할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물의 양이 줄어 유속이 느릴 때에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차를 이용하는 방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물을 흘려내보냄으로써 물을 뒤섞이게 만들어 물 속에 있는 무(無)산소층을 없애는 것이다.
사실 한 번 물에 유입된 영양염류는 제거하지 않으면 수중 생태계에 계속 남아 있으므로 녹조가 되풀이된다. 녹조를 막기 위해서는 생활하수를 충분히 정화하고, 영양염류가 바다나 호수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강이나 호숫가에 식물을 심어 이미 유입된 영양염류를 흡수하고 제거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이러한 녹조현상을 이용하여 농업용 비료나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이 연구되기도 하였다. 이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녹조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물을 빠르게 순환시키고, 수질관리를 철저히 하여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엽록소 葉綠素 : 녹색 식물의 잎 속에 들어있는 화합물. 엽록소는 녹색식물의 엽록체 속에서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이산화탄소를 유기화합물인 탄수화물로 동화시키는 데 쓰인다. *용존 산소량 Dissolved Oxygen : 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산소량을 나타내며, 주로 수질 오염의 지표로 사용된다. 보통 물의 용존 산소량은 10ppm 정도. 하천 오염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유기물에 의한 부패로 물 속의 미생물이 과다 번식하여 용존 산소가 부족해지면 어패류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영양염류 nutritive salts : 바닷물 속의 규소나 인, 질소 등의 염류를 총칭하는 말. 식물플랑크톤의 생산량을 좌우한다. 극지방 심층수에 많고, 반면 적도역 표층수에는 적다. 하천의 유입 등에 의해 연안부에서도 영양염류가 풍부하다. |
- 이슬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2-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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