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를 조선시대에서 길렀다면 믿을 수 있을까?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안연순)에서의 '옛 그림 속 우리 생물'이란 기획전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즘 시대에서는 개, 고양이, 금붕어를 비롯, 뱀, 거북이, 도룡뇽 등 다양한 동물을 기르고 있으나, 100년 전에 두루미를 길렀다는 사실은 믿기 힘든 것이 사실. 두루미는 예부터 선비의 고고함, 장수, 부부애, 평화 등을 상징하는 길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조선시대 김홍도의 '삼공불환도'라는 그림을 통해 현재 멸종위기종인 두루미가 집안 뜰에서 애완동물처럼 길러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공불환도 그림에는 몸은 흰색이고 날개 끝 부분은 검은색인 두루미 두 마리가 사람이 지나가도 놀라는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마당을 걷고 있는 고고한 모습이 담겨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연구사는 "두루미는 선비의 고고함을 나타내는 동물인 만큼 조선시대 선비들이 두루미를 애완동물로 키웠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야생동물인 두루미를 집안에서 기르기 위해 두루미의 깃털을 잘라 날지 못하게 한 뒤 다시 깃털이 나기까지 최소 몇 년간 두루미를 집 마당에서 길렀을 것"이라는 것이다. 두루미는 고기 맛이 좋아 조선시대 임금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였기 때문에 그림 속 집 주인은 상당한 고위층일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옛 그림 속에 숨겨진 뒷 이야기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0개 기관의 협조로 조선시대 화훼·초충·영모도 등 114점의 이미지를 제공받아 진품과 유사한 영인본(복제품)으로 제작하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동식물의 실물 표본을 함께 전시해 이차원적 붓 그림 속 생물이 삼차원의 현실 세계로 살아나온 것처럼 연출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교과서 문학 작품에 나오는 동식물의 내재적 의미를 작품별로 동식물별 의미를 설명해 주고 있어 생물과 국어, 미술이 융합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시된 114점의 옛 그림 속의 식물, 동물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데, 미술을 전공한 부천 중원초 김은정 교사는 “전시된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에는 4백 년 전 신사임당이 남긴 메시지가 있다. 작은 풀과 곤충을 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의 대표작 <수박과 들쥐>는 초등학교 6학년 미술 교과서에도 나오는 명작이다. 이 그림에 나와 있는 수박은 씨가 많은 식물로 자손 번창을 상징했고, 들쥐도 다산을 상징한다. 또한, 남녀화합을 상징하는 나비도 그려 넣어 부부의 화합과 다산을 담은 그림이다. 즉, 우리 주위의 작은 생명체에 자손의 번창과 자연의 근원을 담은 지혜를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이 곳에서 생물과 미술,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과 생물이 만나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옛 그림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자연사상과 당시의 자연환경 등을 엿볼 수 있다. 그림 속에는 우리 곁에 가까이 살아온 생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지금은 멸종 위기 종의 동물들이 애완동물처럼 길러졌다는 사실로 미루어 당시의 자연환경을 가늠케 한다.
또한, 옛 그림과 생물표본을 함께 비교해보며 실학사상의 발전과 더불어 조선시대 화가들이 직접 우리의 자생생물을 관찰하고 자세히 묘사한 사실성이 뛰어난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시에서는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생물은 과학적으로 검증해 당시의 화가들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자생생물을 직접 보고 그렸는지, 또는 주요 참고자료였던 중국 화보로부터 모사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연구사는 “이번 기획전이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대표적인 한국화를 가까이서 감상하며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 깊이 자리잡아온 많은 생물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 볼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여름방학 기간인 7~8월 중에 이번 기획전과 연관된 초등학생 및 가족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내년 3월까지 기획전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 정영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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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7-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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