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생물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른바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유발한 것은 '대부정합'으로 불리는 지질학적 현상이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7일 보도했다.
6억년 전까지 바다는 삼엽충의 세상이었지만 이후 지질 연대상 매우 짧은 기간인 수천만년동안 각종 생물들이 진화를 일으켜 다세포 생물이 늘어나고 뼈대, 껍데기를 가진 동물들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등 생물 다양성과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결과는 수많은 화석 증거로 남아있지만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연구진은 '대부정합'(大不整合: Great Unconformity)으로 알려진, 화성암(火成岩)과 변성암, 그리고 그보다 나이가 젊은 퇴적층 사이의 극적인 경계층에서 대답을 찾았다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대부정합은 수십억년 전 지각 밑에서 형성된 옛 암석과 5억년전 대륙을 덮고 있던 얕은 바다의 퇴적물로 형성된 캄브리아기 퇴적암 사이의 불일치를 가리킨다.
지질학자이자 탐험가인 존 웨슬리 파월이 지난 1869년 그랜드 캐니언에서 처음 기록한 대부정합은 찰스 다윈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에게 암석 기록과 사람들이 알고 있던 지구 역사 간의 거대한 괴리로 비쳐지며 새로운 숙제가 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런 괴리 자체가 지질학 기록에서 사라진 시간으로서 과거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대부정합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지질학적 힘이 캄브리아기 초기의 폭발적인 생물다양성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들은 이런 힘이 다세포 생물이 겨우 확산을 시작하던 당시 바다의 화학 성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 북미 전역에서 이 시기의 암석 표본 2만여개를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물리ㆍ화학ㆍ생물학적 효과 사이의 연결성을 가리키는 특이한 퇴적물들을 비롯, 수많은 단서를 발견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초기 캄브리아기엔 얕은 바다가 북미 대륙 전체에서 밀고 써기를 거듭해 지표면을 깎아내 기반암을 드러냈으며 처음으로 공기에 노출된 바위와 물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바다에 칼슘과 철분, 칼륨, 이산화규소 따위의 이온을 방출해 바닷물 성분을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기반암이 다시 캄브리아기의 해양 퇴적물로 덮이면서 오늘날 대부정합으로 불리는 경계층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다양한 이온의 유입으로 해양 생물들이 이온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을 것이라면서 거의 같은 시기에 유연관계가 먼 다양한 유기체들 사이에 인산칼슘과 탄산칼슘, 이산화규소 등 3대 생체광물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인산칼슘은 뼈와 치아 성분이며 탄산칼슘은 무척추동물의 껍데기, 이산화규소는 방산충(플랑크톤)의 성분이다.
연구진은 첫 동물의 출현과 그 후 캄브리아기 생체광물 획득 사이에 이처럼 오랜 시간이 흐른데 주목하면서 "생체광물화는 무엇을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반응, 즉 대부정합기의 해수 화학성분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암석 기록의 시간적 공백이야말로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난 원인을 밝혀주는 또다른 기록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서울=연합뉴스)
- youngnim@yna.co.kr
- 저작권자 2012-04-1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