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서쪽 마녀가 소리를 바꾸고 없애버린다고 한다. 마녀가 내는 퀴즈를 풀어야만 마녀를 물리칠 수 있다. 과학여행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도로시가 돼 회오리 바람에 날아간 소리 속 과학 원리를 찾아 세상의 예쁜 소리를 듣기 위해 전시에 빠져들고 있었다.
체험과학교육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황북기 교수는 인천어린이과학관에서 이색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하는 소리 속 과학여행’이 바로 그것인데, 제목부터 과학이 재미있을 것 같다.
황 교수는 학생들에게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어떻게 끌어낼까 고민하다가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기존의 ‘오즈의 마법사’ 동화 스토리에 상황을 각색하여 여러 가지 과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을 집어넣었다.
과학 원리를 체험을 통해 배우고 기술이 어디에 응용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STEAM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과학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기획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특히 전시에 이용되는 30여 종이 넘는 과학 체험 기기들을 모두 황복기 교수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과학 원리를 스토리텔링 기법에 녹여내
‘오즈의 마법사’를 소재로 소리 속 과학 원리를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하여 담아낸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도로시가 되어 소리를 되찾기 위한 미션을 진행해야 한다.

전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머리가 짚으로 만들어져 생각을 할 수 없어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허수아비를 구하기 위해서 소리의 3요소를 찾아야 한다. 미션에 참가한 관람객들은 다양한 소리 체험을 통해 소리의 높이, 세기, 맵시를 알게 되고, 나아가 모기를 퇴치하는 스마트폰 어플도 수컷 모기의 날개짓 소리와 동일한 주파수를 사용한 것이라는 STEAM의 T(기술)를 체험하게 된다.

양철로 만들어져 심장이 없어서 따뜻한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양철나무꾼은 스피드건과 초음파를 통해 도플러 원리를 배우면서 자신의 심장이 뛰는 모습을 알게 된다. 이 미션에서는 소리를 내는 물체의 이동이나 관측자의 이동에 따라 소리의 형태가 변하는 ‘도플러 효과’를 알게 되고 이러한 원리가 레이더 탐사, 음파 탐지기에 이용된다는 E(공학)를 체험할 수 있다.
고양이 소리를 내는 겁쟁이 사자를 우렁찬 소리를 내는 용감한 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명 원리를 터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길이가 같으면 고유 진동수가 같기 때문에 같은 길이의 막대가 동시에 흔들리게 된다는 점에서 고유 진동수를 가지는 우리 몸 속 기관들을 음악으로 공명시켜 치료하는 음악 치료 분야가 있다는 A(예술)를 알 수 있게 된다.

과학 관련 상설전시관 만들고 싶어
주말에만 열리는 ‘과학쇼’에 참석한 학생들은 웃고 신기해하며, 서쪽 마녀가 보여주는 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서쪽 마녀가 소리를 바꾸어버리는 마법에 참가한 학생들은 헬륨가스를 마시고 목소리가 변하는 체험에서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 안에서 소리가 더 빠르게 진동하기 때문에 높은 소리가 나게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또한, 진동관을 이용하여 공기를 없애버리니 소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에서 다양한 소리와 관련된 과학 원리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예를 들어 주파수라는 과학 지식을 이론으로 배우면 금세 잊어먹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익히면서 자신의 가청주파수도 알아보고, 이러한 과학을 응용해 모기 퇴치도 할 수 있고 개를 못 짖게 만드는 기계도 만들 수 있다는 점까지 알게 되면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고 응용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외에도 춘향전이나 심청전 같은 이야기를 소재로 과학쇼를 하고 있는데,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과학과 관련된 상설 전시관을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통해 빛에 대한 과학, 화학 이론 등을 이야기로 풀어가며 대중들에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 정영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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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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