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2월, 너비 17~20m짜리 유성이 러시아 우랄지역 첼랴빈스크 상공 대기권에 진입해 폭발하며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파리 에펠탑보다 무거운 1만 3000톤 정도의 질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성은 초속 19㎞의 속도로 날아와 지상 약 30㎞ 높이에서 폭발했다. 이 폭발로 유성 파편과 함께 뜨거운 먼지 및 가스 구름이 생성되고 엄청난 충격파가 지상을 덮쳤다.
대기권 충돌 전 이 유성의 운동에너지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6~33배에 달했다. 유성 충돌로 인한 충격파로 첼랴빈스크 인근 지역의 건물빌딩 7200채가 유리창이 깨지거나 지붕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1500명이 유리 파편 등에 맞아 부상 당했다.
문제는 이 유성이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까지 지구에서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유성이 태양과 너무 가까워 빛을 통한 식별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밤하늘에서 석탄덩이 찾기”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지구로 돌진해 오는 이런 ‘지구 근처의 물체들(near-Earth objects, NEOs)’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단하면서도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 16일 미국물리학회(APS) 4월 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발표자로 나선 에이미 메인저(Amy Mainzer) 박사는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소재 제트추진연구소에서 NASA의 소행성 탐지 임무를 수행하는 수석 과학자로, 이 회의에서 NEOs를 인지하는 방법과 향후의 충돌 방지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NASA의 지구 방위 조정 사무국(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의 업무도 함께 설명했다.
메인저 박사는 “유성이나 소행성, 혜성 등이 지구에 충돌하기 며칠 전에 이 사실을 발견한다면 우리의 선택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우리는 NEOs가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이를 발견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벌고, 가능한 한 폭넓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밤하늘에서 석탄덩어리를 집어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
메인저 박사는 “NEOs는 대부분 크기가 작고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본질적으로 희미하게 보인다”고 말하고, “일부는 마치 프린터 토너처럼 검어서 똑같이 검은 우주공간에서 이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NEOWISE의 열 적외선 망원경 활용
이 때문에 제트추진연구소와 칼텍(Caltech)에 있는 메인저 박사팀은 눈으로 보이는 빛 대신에 NEOs의 고유한 특성인 열을 이용하고 있다.
소행성과 혜성은 태양빛을 받아 데워져 적외선 열 파장에서는 매우 밝게 빛나기 때문에 NEO 광범위 적외선 탐사(Near-Earth Object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NEOWISE) 망원경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NEOWISE는 지난 2009년 12월 우주 공간의 적외선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발사된 적외선 망원경 탑재 탐사선으로, 그동안 소행성(asteroid)을 포함한 수천 개의 마이너 행성(minor planet)과 수많은 별무리를 발견했다.
메인저 박사는 “NEOWISE를 활용하면 물체 표면색에 관계없이 대상 물체를 발견할 수 있으며, 크기와 다른 표면 특성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인저 박사팀은 NEO에서 발견한 표면 특성을 통해 이 물체가 얼마나 크고 무슨 물질로 구성돼 있는지를 알아내 이것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어떤 전략을 써서 방어할 것인지를 계획하게 된다.
예를 들면 방어전략 중 하나는 NEO가 지구 충돌 궤적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물리적으로 ‘밀어버리는(nudge)’ 것이다. 그런데 이 미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하기 위해 질량과 크기 및 조성 등 NEO의 세부사항이 필요하다.
태양계 형성 탐구 등에도 도움
천문학자들은 또한 소행성의 구성을 조사하면 우리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인저 교수는 “이 물체들의 구성 물질은 태양계가 형성될 때의 원재료만큼 오래됐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흥미롭다”며, “우리가 발견한 사실 중 하나는 NEO는 구성 물질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메인저 교수는 NEOs 탐색을 지원하는 기술로 진보된 카메라 기술을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소행성의 위치를 확인하고 크기를 측정하는 훨씬 더 포괄적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NASA에 새로운 망원경인 네오캠(Near Earth Object Camera, NEOCam)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행성 탐사에는 NASA뿐 아니라 일본도 별도 임무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발사한 소행성 탐사선인 하야부사2는 소행성 류구(Ryugu)에서 샘플을 수집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노력들은 소행성이나 혜성, 유성이 지구와 충돌해 참사를 일으키는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는 한편, 태양계의 구성과 생명체의 근원에 대한 답을 구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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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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