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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글: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2011-09-09

쥐 30마리가 아틀란티스호 탄 사연 우주로 나간 동물들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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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8일 우주로 떠났던 아틀란티스호. 이 우주왕복선은 30년간 활동했던 우주왕복선의 ‘마지막 비행’으로 주목받았죠. 하지만 여기에 타고 있는 손님도 특별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꺼번에 꽤 많은 숫자가 탔거든요. 주인공은 바로 ‘쥐’입니다. 자그마치 30마리나 되는 쥐들이 우주왕복선의 탑승자였답니다. 왜 쥐들은 왜 우주로 나갔던 것일까요?

30마리의 쥐는 ‘골다공증’을 치료할 약을 시험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골다공증은 뼈가 덜 단단해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병을 말합니다. 우주에 가면 뼈 속 칼슘이 한 달 평균 1%씩 줄어들기 때문에 골다공증 치료제를 시험하기 좋습니다. 쥐들은 아틀란티스 호를 타고 우주로 올라가 골다공증 치료제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 쓰였던 거죠.

지난 2010년 5월 14일에는 암컷 쥐 16마리가 아틀란티스호에 실려 우주에 다녀왔습니다. 이들을 관찰한 결과 난소 크기가 줄어든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사실을 바탕으로 포유류는 무중력 상태에서 임신하기 어렵거나 자식을 낳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람과 매우 닮은 쥐 유전자

그렇다면 왜 하필 쥐를 우주에 보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사람과 쥐는 닮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쥐의 유전자는 사람과 80% 이상이 똑같고, 나머지도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실험결과를 사람에게 바로 적용시킬 수 있죠. 덕분에 새로운 약을 만들거나 우주환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을 연구할 때 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아틀란티스호의 탑승했던 30마리의 쥐들이 지난 7월 21일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면서 골다공증 연구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우주에서의 임무를 다한 30마리의 쥐 덕분에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도 좋겠죠?

쥐 말고도 우주에 다녀온 동물은 많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우주왕복선은 지구와 국제우주정거장 사이를 135번이나 오갔는데요. 이때 우주왕복선에 실려 우주에 다녀온 동물은 수십 종, 수백 마리나 됩니다. 덕분에 우주환경이 생물에 주는 영향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도 많았답니다.

이중에서 우주에 가장 많이 나갔다 온 동물을 꼽자면 ‘예쁜꼬마선충’과 ‘초파리’입니다. 이들은 크기가 작아서 좁은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고, 수명이 짧아서 짧은 시간 동안 전 생애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에 비해서 생명구조가 단순하고 유전정보도 모두 알려져 있어서 분석하기도 쉽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흙 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작은 벌레입니다. 이 녀석들은 몸이 투명해 몸에 변화가 생겼을 때 관찰하기가 쉽고, 생존력도 뛰어나죠.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버스호가 폭파됐을 때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물이랍니다.

‘초파리’는 주로 노화유전자를 찾는 데 쓰입니다. ‘초파리’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60~100일 정도지만, 우주에서는 2배로 빨리 늙는 특성이 있거든요. 그러니 생물이 늙는 데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연구하기 좋습니다. 또 이 녀석들은 중력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중력이 약한 우주에서 초파리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중력이 생물에게 주는 영향도 알 수 있습니다.

우주정거장에서 거미줄 친 호랑거미

이밖에도 우주에서 했던 재미있는 동물실험은 많습니다. 2010년 4월 17일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를 타고 온 ‘호랑거미’는 중력이 약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거미줄을 쳤습니다. 처음에는 우주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아무렇게나 거미줄을 만들었는데요. 며칠이 지나자 지구에서처럼 제대로 모양을 갖춘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우주환경에 빨리 적응한 거죠.

지난 5월 16일, 인데버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던 작은 벌레, ‘타디그레이드’도 우주환경에 빨리 적응한 동물입니다. 이 녀석은 이미 2007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갔었는데요. 당시 진공 상태에서 30분 만에 적응해 활기를 되찾았다고 합니다. 조사해 보니 ‘타디그레이트’의 DNA만 약간 손상됐을 뿐 방사능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1.5㎜의 작은 몸을 가진 벌레가 영하 273℃와 151℃를 견디고, 방사성 물질이 지구보다 1,000배나 많은 우주에서도 살아남다니 놀라운 일이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타디그레이드’를 연구하면 인간이 우주에서 살 수 있는 비밀을 풀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 살모넬라도 두 차례나 우주에 다녀왔습니다. 2006년에는 아틀란티스호를 타고, 2008년에는 인데버호에 탑승했죠. 우주에 다녀온 살모넬라는 독성이 훨씬 강해져 있었습니다. 지구에 살던 살모넬라를 주사한 쥐는 전체의 40%가 살았지만 우주에서 12일 동안 살다 돌아온 살모넬라균을 주사한 쥐는 전체의 10%만 살아남았거든요.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살모넬라의 유전자가 변해 독성이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주 살모넬라의 유전자 167개와 단백질 73개가 변해 있었기 때문이죠. 이를 이용해서 미국에서는 살모넬라 백신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우주로 나간 동물들의 활약은 대단합니다. 사람들은 동물들을 통해 더 먼 우주를 꿈꾸고, 더 오래 우주에 있는 법을 알아내고 있으니까요. 우주왕복선은 이제 더 이상 우주로 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주를 향한 동물실험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를 도와줄 동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글: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1-09-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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