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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글: 푸른하늘 편집부
2011-07-25

비행기가 구름 뚫으면 비(rain) 내린다. 구름 속 수증기는 ‘과냉각’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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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비행기가 지나간 맑은 하늘에는 하얀 비행운이 생깁니다. 구름이 있는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놀랍게도 비행기 크기만 한 구멍이 뚫립니다. 이런 구름 구멍은 오래 전부터 관찰됐는데요.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한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국립대기연구소에서 비행기가 만든 구름 구멍에 대해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지나가면 비가 내린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정답부터 이야기하면 이건 구름 속 수증기가 ‘과냉각’ 상태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보통 물은 0℃가 되면 얼음으로 변하고, 100℃부터 수증기가 됩니다. 그런데 구름에 있는 물은 꼭 그렇지는 않아요. 구름 속에 있는 수증기는 주변 온도가 0℃보다 낮아져도 얼지 않는 거죠. 이렇게 0℃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도 물이 얼지 않는 경우를 ‘과냉각’이라고 부릅니다.



구름 속 수증기는 ‘과냉각’ 상태… 0℃ 아래서도 얼지 않아

 
‘과냉각’ 현상은 물이 다른 성질을 가진 액체로 변했거나, 순수한 물(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매우 깨끗한 물)일 때 일어납니다. 물에 소금이 섞여서 성질이 변한 간장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강물이 꽁꽁 어는 겨울철에도 간장은 잘 얼지 않는데요. 물에 소금 등의 물질이 들어가서 간장이라는 다른 액체로 변했기 때문이죠.

순수한 물의 경우에는 얼음이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그래서 급하게 온도를 0℃로 낮춰도 얼지 않습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물 알갱이가 특별한 모양으로 늘어서야 얼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물 알갱이 사이에 먼지가 끼어 있다면 이 시간은 줄어듭니다. 먼지가 중심이 돼서 물 알갱이를 끌어당겨 쉽게 뭉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순수한 물은 얼음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 받을 물질이 없어서 천천히 얼게 됩니다.

만약 순수한 물의 온도를 갑자기 낮춰서 0℃ 아래로 만들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 알갱이들이 특별한 모양으로 늘어설 시간이 부족하겠죠. 그래서 물은 얼음이 되지 못하고 ‘과냉각’ 상태의 물이 됩니다. 보통 순수한 물은 영하 39℃까지 ‘과냉각’ 상태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구름 속에 있는 수증기가 바로 이런 ‘과냉각’ 상태의 물입니다. 구름에 구름씨(보통 요오드화은이나 염화칼슘)를 뿌려서 비를 내리는 ‘인공강우’도 ‘과냉각’ 상태인 수증기를 이용한 것입니다. 다른 물질이 구름 속에 들어오면 물 알갱이들이 뭉쳐서 비나 눈이 되기 쉬울 테니까요.



비행기 날개에서 온도 20~30℃내려가… 구름과 만나면 비 내려

2007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국제공항, 미국 국립대기연구소의 앤드루 헤임스필드 박사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랐습니다. 비행기는 공항 위에 있는 구름을 뚫고 지나갔고, 덕분에 구름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구멍이 난 구름 아래에서는 곧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세로 32km, 가로 4km 지역에 45분간 내린 눈은 5cm까지 쌓였습니다.

‘과냉각’ 상태의 수증기가 모인 구름이 비행기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헤임스필드 박사가 비행기를 타고 보여준 것처럼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립니다. 그 이유는 비행기의 날개 끝이나 프로펠러의 온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빠르게 날면 공기도 빨리 흐르게 됩니다. 특히 비행기 날개 끝이나 프로펠러에서는 공기가 다른 쪽보다 빠르게 뒤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되면 이 부분의 온도가 낮아지게 되는데요. 이때 내려가는 온도가 20~30℃ 정도 됩니다. 과냉각 상태보다 20℃가 넘게 온도다 낮아지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물이 얼지 않는 한계의 온도(보통 영하 39℃)보다 훨씬 낮습니다. 아무리 순수한 물이라도 얼음덩이가 되고 마는 것이죠.

결국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만난 구름 속 수증기는 얼음 알갱이가 됩니다. 이것은 주변의 수증기와 계속 뭉치게 되는데요. 얼음 알갱이가 어느 정도 무거워지면 땅으로 떨어집니다. 이때 땅 위의 온도가 낮으면 눈이 되고, 온도가 높으면 비가 돼 내리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7월 1일자에 실렸습니다. ‘비행기가 구름에 구멍을 내면 비가 내린다’는 흥미로운 소식. 이것은 앞으로 국제공항 근처의 폭우나 폭설의 이유를 밝히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지나가는 걸 본다면 우산을 준비하는 센스를 발휘해도 좋겠습니다.

글: 푸른하늘 편집부
저작권자 2011-07-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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