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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조재형 객원기자
2011-05-24

아인슈타인의 ‘실수’는 옳았다? 우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 존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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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대폭발(빅뱅)로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팽창해가고 있다는 빅뱅 이론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안가는 현상임에 분명하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들은 서로를 잡아당기는 중력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물론 질량이 매우 작고 전하를 가져 중력효과 보다 전자기력에 의한 효과가 더 큰 경우는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치로 표현하기조차 힘들만큼의 거대한 중력을 가진 우주 공간의 천체들에게 중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중력에 의해 행성들이 항성을 돌고 우주 먼지와 가스들이 새로운 별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천체들은 서로 멀어져 가고 있으며 이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

멀어지는 천체들… 우주는 팽창한다

이 밖에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근거는 많다. ‘도플러 효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현상이다. 멀리서부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높고 날카롭게 들리는 반면, 관측자를 지나간 후 멀어져 가는 사이렌 소리는 낮은 소리로 들려온다. 이는 소리를 나게 하는 음파가 운동하면서 관측자가 들었을 때 파장이 짧아지고 길어진 듯 들리는 현상 때문이며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 도플러 효과다.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 대신 빛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빛 또한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 가시광선을 예로 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지개 색에서 빨간색 쪽으로 갈수록 파장이 길고 보라색 쪽으로 갈수록 파장이 짧다. 헌데 멀리 있는 천체를 관측하자 이들의 빛스펙트럼이 파장이 긴 쪽으로 몰려있는 ‘적색편이’ 현상이 나타났다. 즉, 그 천체는 관측자인 우리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은 이러한 적색편이 현상을 분석한 결과 천체가 멀어지는 속도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해 냈고 이로부터 허블의 법칙이 만들어졌다.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빠르게 멀어진다는 것은 이들이 단순히 서로를 등지고 운동하고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우주라는 공간 자체가 팽창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 사이에 공간이 많아 공간 팽창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멀어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실수 ‘우주상수’는 옳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관측되기 전까지 우주는 무한하고 영원하며 정적인 공간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이는 희대의 천재라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행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자 우주는 수축 혹은 팽창하는 상태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으로 계산한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우주가 팽창한다는 근거가 없었으며 상식에서 벗어나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에 ‘우주상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우주는 팽창하거나 붕괴하지 않고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가정을 만족케 하기 위한 것이다. 서로 잡아당기는 성질을 가진 중력에 대항해 척력을 작용하게 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후, 허블이 적색편이 현상을 통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의 개념을 철회했다. 그리고 그는 우주상수를 자신의 일생 최대의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 우주상수와 닮은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 관측을 통해 확인된 후, 이 현상을 일으키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현대물리학의 큰 난제였다. 확실한 정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이것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르게 됐고, 이는 암흑물질과 함께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한다고 알려져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눈에 보이는 물질들은 우주의 약 4%밖에 되지 않으며 암흑에너지가 74%, 암흑 물질이 22%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여태까지 알려진 바다.

암흑에너지의 개념이 잡히기 전, 우주는 빅뱅과 함께 팽창해 왔으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주 자체의 중력 때문에 팽창속도가 감소하다가 결국엔 수축할 것이라 예상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에 천문학자들이 Ia형 초신성(type la supernova)을 관측하고 분석한 결과, 빅뱅 후 70억년 까지는 팽창 속도가 감소했지만 그 이후로는 오히려 팽창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결국 우주의 중력을 거스를 만한 힘과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으며 이것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이는 중력으로 인한 우주의 수축에 대항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이 가정한 우주상수와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가 아니냐는 의문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20만개 은하 분석 결과 암흑에너지 존재 확인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가설은 완전히 잘못된 것일까? 최근의 한 연구는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고 있다. 지난 19일, 스페이스닷컴, BBC등의 외신은 “호주 스윈번대의 크리스 블레이크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본 연구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가설이 옳았다는 것을 100여년 만에 밝혀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앵글로 오스트레일리안 망원경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진화탐사망원경(GALEX) 자료들 분석하면서 본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지난 5년 간 20만개의 은하를 관찰했고 이들이 멀어지고 있는 모습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결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바리온 음향진동’을 조사했다. 이와 더불어 은하단의 형성 속도를 조사함으로써 이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서 분석했다. 은하들이 밀집해 있는 은하단의 경우는 그들 간의 중력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것과 암흑에너지가 서로를 멀어지게 하려는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좋은 실험대상이 된 것이다.

연구진은 분석을 통해 우주를 팽창시키는 근본적인 힘은 암흑에너지이며 이것이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블레이크 교수는 “연구 결과는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이 제안했던 우주상수라고 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이 중력으로부터 기인했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었지만 블레이크 교수는 이에 대해 “만약 중력이 그 근원이었다면 우주 생성 후 오랜 시간 동안 암흑에너지의 효과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흑에너지의 존재와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우주의 역사는 물론 앞으로 우주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주가 어떤 모습으로 팽창해 왔으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갈지에 대해 예측하는데 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우주의 근원에 대해 파악하는데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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