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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조재형 객원기자
2011-04-18

태양 없는 행성에서 살 수 있을까 암흑물질로부터 에너지 얻는 행성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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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 우주의 또 다른 생명체, 혹은 미래에 인류가 정착해 살아갈 수 있을만한 또 다른 천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주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우선 적당한 항성을 물색한다.

태양의 역할을 하는 항성 주위엔 행성들이 돌고 있는데, 그것이 항성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면 생명체 존재 행성의 후보에 든다. 일명 골디락스(Goldilocks)행성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다음으로 행성에 유해한 우주선을 막아줄 자기장이 존재하는지, 행성의 구성 성분이 생명체가 살만한 것인지, 대기의 농도와 성분은 무엇인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물론 생명체 존재의 조건을 지극히 지구와 맞추려 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인류와 비슷한 모습의 생명체를 찾거나 혹은 우리가 먼 미래에 이주해 살아갈 수 있을 만한 행성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는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라 생각되는 ‘모(母)항성의 존재’라는 조건을 깨뜨릴지도 모르는 연구가 있다.

WIMP의 쌍소멸로 인한 에너지 발생

모항성이 필요한 이유는 행성에 에너지를 공급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만한 적절한 온도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항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는 온도가 지극히 낮아 모든 것이 얼 것으로 추정된다. 설사 어떤 천체에 물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액체로 만들 만한 열이 없다면 생명체 존재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모항성이 없더라도 천체를 충분히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열원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암흑물질. 암흑물질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우주 생성 직후에 생겨난 것으로 추측되는데,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검출하기가 어렵다. 질량이 양성자의 100배에 달할 정도로 무겁고 쉽게 붕괴하거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 남아서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WIMP를 검출해 그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이자 목표라 할 수 있다.

WIMP는 보통 물질과는 상호작용이 거의 없지만 이들이 서로 접촉하면 쌍소멸하며 강력한 입자들을 뿜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큰 질량만큼이나 고에너지의 입자를 방출하면 이 입자들은 주변의 물질에 흡수되면서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 페르미 입자물리 연구소의 댄 후퍼(Dan Hooper)와 제이슨 스테펀(Jason Steffen) 박사는 암흑물질에 둘러싸인 행성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열을 받는지 계산했으며 그 결과, 모항성 없이도 액체상태의 물을 가질 수 있는 천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력에 포획된 암흑물질이 행성을 데울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항성이나 행성의 중력에 의해 포획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해 왔다. 암흑물질이 거대한 천체를 통과하던 도중 충돌이나 상호작용으로 인해 에너지를 잃게 되며 그 때문에 천체에 포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것들이 천체 내부에 자리 잡게 되며 포획된 다른 암흑물질들과 충돌해 쌍소멸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측한 것이다. 쌍소멸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열을 내게 되고 그 천체를 데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암흑물질에 의해 열을 받고 있을까? 암흑물질이 우주에 전체적으로 분포돼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지구의 경우 암흑물질의 쌍소멸로 인해 받는 에너지와 열은 매우 미미해 감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지구 주위엔 충분한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이 우주 전역에 존재한다고 예측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공간에 동일한 밀도로 존재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암흑물질은 중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천체의 분포에 따라 암흑물질의 농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 태양계는 은하 중심으로부터 약 2만6천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수치로는 짐작이 쉽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 은하에서 태양계의 위치를 표시한 그림을 보면 상당히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지구는 암흑물질로 인해 받는 열이 태양이 주는 에너지에 비해 지극히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후퍼 박사는 “암흑물질의 쌍소멸로 지구가 받는 에너지는 메가와트 정도지만 태양으로부터 약 1천억 메가와트에 달하는 에너지를 흡수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하의 중심에 근접할수록 암흑물질의 농도는 높아지며 이들의 쌍소멸로 얻는 에너지가 태양의 그것에 비할 수 있는 수준에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모항성 없이도 생존 가능한 천체 있을 수도

연구팀의 계산에 의하면 은하 중심으로 약 30만 광년 이내에 존재하며 지구보다 5배 무거운 행성의 경우는 모항성 없이 암흑물질 만으로도 천체의 표면에 물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열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모항성에서 과도하게 멀리떨어져 충분한 에너지를 받지 못하는 행성이나 항성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행성, 우주를 떠돌고 있는 거대 운석 등의 천체들도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행성의 중력으로 인해 암흑물질은 계속해서 포획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천체 내부에 거대한 에너지원을 지닌 채 우주를 떠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상은 생명체의 거주가 가능한 천체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을 수 있다.

항성계와는 동떨어진 떠돌이 천체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위에 생명이 살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가 뜨지 않아 영원히 어두운 밤일 것이기 때문에 빛을 받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형태의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또한 이런 천체들은 먼 미래에 인류가 찾아 나설 정착지가 될지도 모른다. 모항성에 속해 있는 행성들은 항성의 영향에 의해 환경이 점점 변화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경우는 계속 팽창해 적색 거성이 돼 지구를 뜨거운 돌덩어리로 만들어버릴 것이며 이미 수명이 다해 가고 있는 항성에 속한 행성의 경우는 에너지원이 사라져 차가운 죽음의 행성이 될 것이다.

기발한 상상, 하지만 사실 규명은 거의 불가능

매우 흥미로운 상상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우선 암흑물질로 인해 그토록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행성은 지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지구와 같은 환경을 위해선 지구 주변의 암흑물질 추정치 보다 약 1천만 배는 더 밀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의 밀도가 높은 은하의 중심부에 접근할수록 천체의 밀도도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다른 항성에 가까이 접근할 경우 항성에 의한 에너지까지 더해져 과도하게 뜨거운 행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가설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암흑물질 그 자체다. 암흑물질의 정체와 그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추측만하고 있을 뿐, 정확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암흑물질을 중심으로 설명한 이 가설이 큰 신빙성을 얻기는 힘들다.

본 연구가 사실이라면 이와 같은 천체는 어떻게 발견할 것인지 등에 대해 밝히기 위해선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세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우주에 대해 다시 한 번 넓은 시야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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