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항공·우주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2011-03-28

소리보다 빠른 ‘꿈의 헬리콥터’ 등장? [항우연 공동] 하이브리드 헬리콥터, 음속 넘을까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소리보다 빠르게 나는 ‘꿈의 헬리콥터’가 나올 수 있을까요? 현재 헬리콥터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가 시속 300km 정도니까 4배 이상 빨라져야 합니다. 헬리콥터가 탄생한 이후 수 십 년 동안은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고속 헬리콥터의 시험비행이나 개발 소식이 종종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날 수 있었던 것은 1947년부터입니다. 로켓 엔진을 달았던 ‘벨 X-1’이 최초로 소리의 속도를 돌파했죠. 이후 여러 전투기가 초음속으로 날기 시작했고, 1958년에는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도 등장했습니다. 2003년 ‘콩코드’가 사라진 후에도 ‘초음속 여객기’ 개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헬리콥터가 초음속으로 날았던 기록은 없습니다. 회전날개를 이용하는 헬리콥터의 구조 때문입니다. 헬리콥터는 어떤 구조로 돼 있는 것일까요?

헬리콥터가 나는 원리… 회전날개 기울여 양력‧추진력 발생

비행기가 윗면이 도톰한 유선형의 날개에서 양력(위로 뜨는 힘)을 얻는다면, 헬리콥터는 ‘로터(회전하는 부분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서 양력을 얻습니다. 2~4개의 날개가 붙어있는 로터가 돌면 양력과 추진력이 동시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헬리콥터의 날개는 비행기와 달리 위아래가 똑같습니다. 이런 날개로 어떻게 양력을 얻는 것일까요?

자동차를 타고 실험하면 이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달리는 차에서 손을 내밀고 앞으로 살짝 기울여 봅시다. 그러면 손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바닥 위와 아래에 바람 받는 넓이가 달라지자, 흐르는 공기 속도가 달라졌고, 이런 속도 차이가 양력을 만든 것입니다. 헬리콥터는 이런 원리를 이용해 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회전시켜 양력을 얻습니다.

비행기는 제트엔진을 이용해서 추진력을 얻지만, 헬리콥터는 이마저도 날개로 해결합니다. 날개의 각도를 조정하면 양력의 크기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뜨고 내릴 수 있는 거죠. 날개를 더 많이 비스듬하게 만들면 위로 뜨고, 수평에 가까워지는 땅에 내리는 것입니다. 또 로터의 각도를 앞뒤 양옆으로 세우면서 이동합니다. 날개가 달린 로터에서 양력과 추진력이 모두 나오는 셈입니다.

하지만 로터를 무조건 빨리 돌린다고 속도가 높아지지 않습니다. 주변 공기의 흐름이 복잡해져서 위험한 상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소리보다 빨리 날게 되면 날개가 부러질 위험도 있어요. 이 때문에 헬리콥터가 만들어지고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최고 속도는 300km 정도로 머물렀습니다.

‘시코르스키 X2’, 시속 430km 기록… 더 빠른 헬리콥터도?

헬리콥터 최고 속도의 역사가 새롭게 써진 것은 최근 일입니다. 미국에서 ‘시코르스키 X2’를 만들고 2010년 9월에 있었던 시험비행에서 시속 430km라는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이 헬리콥터는 2개의 로터와 꼬리 날개를 이용해서 속도를 높였습니다.

보통 헬리콥터 중앙에 있는 로터가 회전하면 몸체는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회전시키는 힘을 ‘토크’라고 부르는데 이 때문에 속도를 더 높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코르스키는 중앙에 있는 로터의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로터 2개를 달아 토크를 줄였습니다. 또 뒷부분에 꼬리날개를 수직으로 달아서 헬리콥터가 앞으로 나가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이제 겨우 시속 430km까지 속도를 내게 된 헬리콥터. 소리보다 빨리 난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초음속 헬리콥터’는 어떻게 만든다는 것일까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항공기제조사 보잉은 고속 비행기와 헬리콥터의 기능을 합친 ‘하이브리드 헬리콥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날 때는 회전날개를 접고 고정날개로 비행하자는 것이죠.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런 방법을 이용한 헬리콥터는 이론적으로 초음속 비행이 가능합니다.

‘디스크 로터 헬리콥터’라 불리는 이 비행체는 중앙에 회전날개를 집어넣을 수 있는 원형의 디스크(disk)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회전날개를 이용해 이‧착륙하고, 빠르게 비행할 때는 디스크 안으로 회전날개를 넣습니다.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 헬리콥터의 로터 부분에 원반 모양의 동그란 판이 달려있습니다. 여기서 4개의 날개가 들어갔다 나왔다하는 것입니다.

회전날개를 감추면 비행기처럼 장거리 고속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날개가 돌아가면서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 달려 있는 고정 날개로 양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속도도 시속 550∼730㎞까지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몸체 아래에 달려 있는 고정 날개 때문에 ‘틸트로터 항공기’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스크 로터 헬리콥터’는 위에 로터가 고정돼 있는 점이 헬리콥터와 더 닮았습니다.

이번 여름에 20% 축소 모형으로 시험할 예정인 ‘디스크 로터 헬리콥터’가 개발되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헬리콥터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소리보다 빨리 날 수 있으려면 아직 여러 가지 문제를 더 풀어야하지만요. 헬리콥터 연구가 더 많이 진행돼 더 빠르고 안전하게, 또 다양하게 이용될 꿈의 헬리콥터가 나오길 기다려 봅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1-03-28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