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태양에 한 개의 위성이 전부인데다 달의 크기도 작다. 물론 이런 환경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구의 하늘은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외계 행성이 배경이 되는 여러 영화나 소설 등엔 매우 이질적인 우주환경이 등장한다. 태양이 2개 이상이거나 주변에 거대한 위성이나 소행성 등이 떠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토성과 같은 고리를 가진 행성이 하늘 위에 떠있는 것. 합성이나 그래픽 작업을 통해 만든 이와 같은 이미지는 영화나 컴퓨터 배경화면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
태양계에서 2번째로 큰 위성, 타이탄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하늘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천체들이 있다. 바로 토성의 위성들이다. 토성계라고 불릴 만큼 토성은 수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우선 7개의 큰 위성들이 있으며 궤도가 확인된 위성은 60여개, 그 외에 궤도가 불규칙하거나 크기가 자잘한 위성들 까지 모두 합치면 수백 개가 넘는다. 하지만 그 수 많은 위성들 전체 질량의 99%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상위 7개의 위성이다.
이들에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들의 이름이 붙었으며 그 중 가장 큰 것이 타이탄이라는 위성이다. 타이탄의 지름은 약 5천150km로 태양계 위성들 중 목성의 가니메데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태양계 첫 번째 행성인 수성보다도 크다. 하지만 타이탄이 위성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단지 크기 때문만이 아니다.
타이탄은 현재 인류가 알아낸 천체들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타이탄은 짙은 대기를 가지고 있다. 대기의 대부분이 질소이며 메탄과 아르곤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대기는 약 38억 년 전의 원시지구 대기와 유사하다. 질소는 현재 지구 대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뿐만 아니라 타이탄엔 바람, 비와 같은 기상활동과 화산활동, 지각운동과 같은 지질활동 등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함께 유기화합물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타이탄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거나 혹은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원시지구와 흡사한 타이탄을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지구에서의 생명체 탄생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타이탄 탐사의 일등 공신, 카시니-호이겐스 호의 활약
이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의 공동 탐사선으로 NASA의 카시니 궤도선과 ESA의 호이겐스 탐사선으로 구성돼 있다. 1997년에 발사돼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했으며 호이겐스 호는 2005년 타이탄에 착륙했다.
토성 탐사선인 만큼 토성의 고리를 통과하며 찍은 사진을 보내오거나 토성의 대기에서 번개가 치는 것을 발견하는 등의 활약을 했다. 하지만 정작 더 관심이 가는 것은 토성보다는 타이탄. 혹여나 생명체의 징후가 발견될까 타이탄으로부터 오는 정보엔 모두들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해 NASA가 외계생명체에 대한 중대발표를 예고하자 많은 사람들은 ‘타이탄에서 생명체가 발견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카시니호는 타이탄에 극저주파를 보내 반사돼오는 파장으로부터 내부에 액체 층과 얼음 층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찍어온 사진으로부터는 표면에 액체 호수가 존재할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했다. 실제로 호이겐스 탐사선이 타이탄에 착륙해 촬영해 보내온 자료들로부터 타이탄 표면에 존재하는 메탄 호수와 강 등을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카시니호가 수집한 자료들로부터 수소 가스가 타이탄의 대기에서 하강하다가 지표면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포착된 바 있다. 관련 학자들은 이것이 타이탄에 존재할지 모르는 생명체가 호흡과 같은 작용을 통해 소모한 것이라 예측한다.
이렇게 지구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타이탄에 지구와 가장 다른 것이 있다면 물 대신 메탄이 존재하는 것 외에 온도를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온도가 매우 낮은 것. 이에 지구의 자연에선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메탄이 액체 혹은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얼마 전인 지난 해 말, 타이탄에서 ‘얼음 화산’이 발견되기도 했다. 뜨거운 용암 대신 얼음을 비롯한 액체성분이 분출되는 것이다. 이는 타이탄에서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매우 활발한 지질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역시 카시니호가 발견한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타이탄의 화산에 대한 논의는 있어 왔지만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카시니 호가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3차원 지형분석을 통해 얼음과 액체를 분출하는 얼음 화산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타이탄이 지구와 더욱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외에 타이탄을 뒤덮고 있는 짙은 메탄 대기와 호수 등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의문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카시니 호를 타이탄에 매우 근접시켜 지나가게 하면서 토성과 타이탄 사이의 자기권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카시니 호에 탑재된 여러 장비들을 이용, 타이탄과 토성으로부터 중력, 계절 변화, 기상현상 등에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수십억 년 후엔 지구처럼 풍요로워 질 수도
비록 지구생명체에게 필요한 물이나 산소는 없지만 이미 NASA의 인(P)대신 비소(As)로 생존 가능한 생명체 발표는 기존의 생명체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매우 편협했다는 것을 깨닫게 한 바 있다.
온도가 매우 낮을지라도 그 환경에서 얼마든지 메탄과 질소를 가지고 생존 가능한 생명체는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원시 지구에서처럼 번개와 같은 현상을 시작으로 생물체가 탄생하고 그 활동으로 인해 전체적인 환경이 변화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은 수십억 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타이탄의 환경과 구조 등으로 봤을 때, 언젠가는 지구처럼 풍요로운 곳이 될 것이라 예견할 수는 있다. 태양은 현재 별의 일생 중 주계열성에 속하며 점점 나이를 먹게 되면 크기가 증가하고 적색 거성이 될 것이다. 물론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그렇다면 타이탄은 지구를 삼키는 태양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대피처가 될 지도 모른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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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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