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밤하늘엔 유난히 밝은 별이 많다. 태양 다음으로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행성·위성 제외)인 시리우스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별이다. 그 외에 겨울철 대표적 별자리인 오리온자리, 마차부자리 등을 이루고 있는 베텔게우스, 리겔, 카펠라 등도 눈에 띄게 밝은 별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세 별은 별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기준 역할을 한다.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그리고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은 다른 별들에 비해 특히 밝으며 이들을 이으면 큰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 이 세 개의 별은 6개의 밝은 다른 별들과 함께 ‘겨울철의 다이아몬드’를 이루기도 한다.
푸르게 빛나는 시리우스와는 대조적으로 베텔게우스는 불타오르듯 붉게 빛난다. 그런데 겨울철 밤하늘의 보석 중 하나인 이 베텔게우스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력붕괴현상 관측, 올해 안에 폭발할 수도
22일 영국 데일리메일지에 따르면 호주 서던 퀸즐랜드대의 브래드 카터 교수가 “베텔게우스가 중력붕괴 징후를 보이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폭발 할 것”이라 주장했다.
베텔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비운의 사냥꾼으로, 오리온자리의 어깨 부분에 위치해 있다. 사람의 형상을 가지고 있으며 허리부분의 ‘오리온 벨트’ 혹은 ‘삼태성’이라 불리는 세 개의 별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별자리다. 게다가 매년 10월 20~24일 즈음엔 오리온자리에서 핼리혜성의 파편으로 추정되는 유성군이 남기는 유성우를 볼 수 있기도 해 잘 알려져 있다. 베텔게우스는 그 중 가장 밝은 알파성으로 겉보기 등급이 약 0.45등급이나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베텔게우스는 직경이 태양에 900배, 질량은 20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구에서부터 약 640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로 640년이 걸린다는 의미지만 우주의 크기와 여러 천체들 사이의 어마어마한 거리에 비하면 거대항성치고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다.
또한 베텔게우스는 별의 일생 중 초신성 폭발을 앞두고 있는 초거성이기 때문에 이미 예전부터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폭발할 수 있다는 추측이 있었다.
초신성 폭발, 초거성이 죽는 순간
막 빛을 내기 시작해 핵융합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항성들을 주계열성이라 하며 현재의 태양이 이에 속한다. 수소가 핵융합반응으로 헬륨이 되면서 중심부는 수축하게 되고 온도는 더욱 상승한다. 이에 외곽의 핵융합반응은 더욱 격렬히 일어나 주계열성은 점점 거대해진다.
주계열성이 거대해지면 항성의 크기에 따라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태양과 같이 질량이 적은 항성은 적색 거성이 되고 끝내 연료를 모두 소진하면 백색왜성으로 수축하지만 베텔게우스와 같이 거대한 항성들은 초거성이 된 후 중심핵에서 핵융합반응이 멈추면 중력에 의해 붕괴가 일어나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현재 우리가 보는 베텔게우스는 이 폭발 직전의 초거성이며, 브래드 카터 교수는 이 중력 붕괴 현상을 두고 폭발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초신성 폭발은 최소 태양의 8배 이상은 무거운 거대항성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폭발의 위력도 대단하다. 폭발과 함께 수많은 입자와 먼지들을 우주 공간으로 흩뿌리게 되며 이 잔해가 성운으로 남기도 한다. 폭발 순간의 밝기는 수많은 항성들이 밀집해 있는 은하 중심부와 견줄 정도다.
2012년 지구 종말론? “관계없어”
이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베텔게우스의 폭발은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항성물질, 상상을 초월하는 빛과 온도는 가까이 있는 천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베텔게우스 폭발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지구 종말론이 고개를 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베텔게우스 폭발이 지구를 종말시킬 만큼의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 많은 과학자들의 견해다.
물론 거리가 가까운 만큼 폭발 현상은 지구에도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브래드 카터 교수에 따르면 폭발 당시의 밝기는 엄청나서 태양 다음으로 밝은 천체인 달보다도 밝게 보일 것으로 추측되며, 낮에는 마치 태양이 2개 떠있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 브래드 카터 교수는 밝혔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약 1~2주 동안 계속될 것이며 그 동안은 밤에도 낮처럼 환한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는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폭발의 징후인 중력붕괴현상을 관측해 올해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추측을 했지만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브래드 카터 교수도 이 현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 했을 뿐 명확한 시기를 예측한 것은 아니다. 빠르면 올해 일어날 수도, 또는 몇 백만 년 후에나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정확한 관측과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폭발 시기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에 베텔게우스의 초신성 폭발을 2012년 종말론과 연관 짓기엔 무리가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만약 폭발이 일어난다하더라도 지구 자기장이 흔들리며 전파방해 등의 현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될 뿐 그 이상의 심각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블랙홀, 우주의 진화 등 연구에 도움브래드 카터 교수는 오히려 초신성 폭발이 지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폭발과 함께 방출되는 수많은 입자들이 지구에 도달할 경우 금, 우라늄과 같은 유용한 광물들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베텔게우스와 같은 초거성이 폭발할 경우 블랙홀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폭발이 일어난다면 두 개의 태양, 달보다 밝은 새로운 천체 등의 신비로운 현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초신성 폭발로부터 방출되는 많은 입자들과 우주 먼지들이 또 다른 항성이나 행성 등의 천체를 만드는 근원이 된다. 이는 별의 탄생은 물론 우주의 전체적인 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현상들로써 충분한 연구가치가 있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1-01-2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