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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이성규 객원기자
2010-12-07

나사 발표, ‘디셉션 포인트’ 닮은꼴 될까 외계생명체 논란에 비춰본 과학-권력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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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현지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상에 알려진 생명체에 대한 근원적인 지식을 바꿀 수 있는 중대발표를 했다. 펠리사 울프 사이먼 박사와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소재 모노 호수 연구에서 인(P) 대신 독성물질인 비소(As)를 이용해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비소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은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이번 나사의 발견은 우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NASA, 독성환경(비소)생존 미생물 발견

즉 연구진이 발견한 미생물은 비소와 같은 독성의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로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인류가 알고 있는 형태와는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나사 본부 에드 웨일러 이사는 “태양계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체의 삶, 방식 등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혀야한다”고 말했다.


나사의 발표는 생명체에 대한 근원적인 지식을 뒤엎은 미생물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위대한 발견’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더 선’이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금하는 ‘엠바고(embargo)’를 깼다는 점, 우주생명체 자체가 아니라는 점 등 몇 가지 측면에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나사의 ‘깜짝쇼’라고도 일부 네티즌이 지칭하는 독성환경 생존 미생물의 발견소식은 불현 듯 댄 브라운의 소설 ‘디셉션 포인트(Deception point)’를 떠오르게 한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디셉션 포인트, 나사-우주생물체 소재 다뤄

소설 ‘디셉션 포인트’에서도 나사와 우주생물체의 존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이 소설은 우주미생물의 발견을 다루면서 정치와 과학계의 보이지 않는 ‘결탁’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소설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비롯된다. 대선을 앞두고 나사는 북극 빙붕에서 300년 동안이나 묻혀 있던 우주 암석을 발견했고 그 우주 암석에서 우주생명체의 증거인 화석이 발견된다. 우주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나사의 발견으로 전 세계는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이고 백악관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로 치솟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정치적 음모가 작용한다. 발표에 앞서 현 대통령인 잭 허니 정부의 나사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세지윅 섹스턴 상원의원(차기 대선후보)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섹스턴 상원의원은 별다른 성과를 못 내는 나사의 천문학적 예산을 나사에 지원하는 대신 교육과 복지 예산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35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나사와 날로 격감하는 복지정책에 실망했던 국민들은 섹스턴 의원에 열광하고 나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현 정권의 지지율이 폭락했던 것이다.

섹스턴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며 백악관 정보 담당 연락관으로 일하는 섹스턴 의원의 딸 레이첼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4명의 과학자들은 백안관의 요청으로 우주 운석의 진위와 화석이 외계 생명체인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북극으로 급파된다. 우주 운석 속 화석은 과연 지구에 떨어진 우주생명체의 화석일까.

레이첼 일행은 만약 우주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인류가 같은 형태의 생명체라기보다는 아마도 곤충의 형태를 띤 생명체일 것이라고 가정한다. 인류의 모습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가진 곤충이야말로 지구 이외의 생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첼 일행은 지구의 심해저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하나의 화석을 발견한다. 그들이 발견한 심해저 속 화석은 나사가 발표한 북극 우주 운석 속 화석과 똑같은 모양의 화석으로 이를 통해 백안관의 비밀을 드러나게 된다. 즉 백안관이 대선을 앞두고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가짜 ‘우주 화석’을 나사를 통해 발표했으며, 지구의 심해저에 존재하는 화석의 존재가 이 모든 것이 조작된 증거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나사와 백악관, 국가정찰국(NRO)라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정부부처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끌었지만 과학계와 절대권력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하게끔 하는 문제작이다. 작가 댄 브라운은 소설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정말 진실일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국가 안위를 위한다는 애국심, 그 애국심에 맹목적인 일부 정부기관, 그 정부기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과학이라는 작가적 설정은 진실을 탐구하는 과학 역시 일정 부분 현실에 얽매일 수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디셉션 포인트가 작가적 상상력으로 접근했다면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은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갖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1969년 7월20일 닐 암스트롱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 첫 발을 내디뎠다. 논란의 핵심은 아폴로의 달 착륙이 조작된 ‘역사’라는 음모론이다.

아폴로 달 착륙, 40년 음모론 제기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아폴로 달 착륙 40주년이 되는 지난 2009년 달 착륙 음모론이 제기되는 이유 10가지를 보도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달에는 공기가 없는데 달에 꽂은 성조기가 바람에 날리듯 흔들리고 있는 장면, 아폴로 우주인이 찍은 사진에는 별이 없는 점, 달착륙선이 찍은 달의 표면에 달 분화구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10가지 이유로 지적했다. 로켓 엔진 설계기술자로 일한 적이 있는 미국인 빌 케이싱은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아폴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지 2년 후인 1974년 ‘우리는 결코 달에 가지 않았다’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달 착륙 음모론을 펼치는 일군의 사람들은 미국과 소련간의 우주개발 경쟁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급조했다고 주장한다. 즉 1961년 4월12일 소련이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을 성공했다는 소식에 케네디 행정부가 이를 뒤엎기 위해 아폴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아폴로 달 착륙이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성하지만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했다는 분명하고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역시 음모론을 반박할 만큼 충분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아폴로호의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할 때 달에 남기고 온 착륙 흔적들이다. 지난 2009년 달 궤도 탐사선 루나 리커니슨스 오비터는 아폴로 11호가 남겨둔 착륙 흔적 촬영해 성공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아폴로호의 예처럼 과학을 둘러싼 이른바 ‘음모론’은 끊이질 않고 제기된다. 과학이론은 어떤 가설아래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그 사실이 입증되고 학계에서 인정받으면 타당한 이론으로 정착된다. 새로운 과학적 근거로 기존의 이론이 새로운 이론이 대체되는 것을 토마슨 쿤은 이른바 ‘과학혁명의 구조-패러다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사의 독성 성분에서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의 발견은 기존 생명체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갈음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지구 이외 우주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한 층 더 넓게 해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특이한 슈퍼미생물의 발견이 우주생명체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앞으로 과학계와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1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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