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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2010-09-27

물 위를 달리는 비행기, ‘시스타 CD-2’ [항우연 공동] 물과 땅 자유롭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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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미국 동화 중에 ‘하늘을 나는 배, 제퍼(Zephyr)’라는 작품이 있다. 여기에는 자신이 마을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소년과 소년의 배인 ‘제퍼’가 등장한다. 폭풍우 치던 어느 날 제퍼를 타고 바다에 나갔던 소년은 난파됐고, 무인도에서 무의식 중에 ‘하늘을 나는 배’를 보게 된다. 이 배 옆에서 ‘제퍼’도 함께 날고 있었다. 이를 본 소년은 배로 하늘을 나는 방법을 고민했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공중에서 배를 띄워 딱 한 번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뽐내기 위해 배을 타고 다시 하늘을 날려고 했을 때는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책 속에는 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 배가 하늘을 나는 장면을 만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배는 물에 잘 뜰 수 있게 유선형으로 만드는데, 이런 형태만으로는 하늘을 날기 어렵다. 배는 부력을 키우기 위해 안을 비우고 겉모양을 크게 만드는데, 이때 단면적이 커져 공기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이이다.

만약 배로 하늘을 날고 싶다면 날개 달린 몸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하늘을 나는 배’로 잘 알려진 ‘위그선(Wing-In-Ground Effect Craft)’도 배보다 비행기와 더 닮았다. ‘물 위를 달리는 비행기’인 수상비행기도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상비행기는 육상 활주로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많이 이용되다가 항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수상비행기 한 대가 새롭게 등장해 사람들의 눈을 끌고 있다. 미국의 수상비행기 전문회사, ‘도니에르 시플레인(Dornier Seaplane)’이 개발한 ‘시스타 CD2(Seastar CD2)’가 그 주인공이다. 수상비행기 시대가 다 지나간 지금, 사람들이 ‘시스타 CD2’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시스타 CD2에 관심을 갖는 이유

우선 성능이 눈에 띈다. ‘시스타 CD2’는 현재까지 만들어진 수상비행기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650마력의 터빈 엔진을 장착해 1시간에 320km를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위에서 날 때도 다른 수상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를 낸다. 또 바퀴가 부착돼 있어 땅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다. 물과 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수륙양용기(Amphibian Flying Boat)’로 제작된 것이다.

소금물에 부식되지 않도록 복합소재로 기체를 제작한 것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금속 소재로 만든 수상비행기는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에 닿으면 부식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수상비행기는 유지·보수에 많은 노력이 들었다. ‘시스타 CD2’는 유리섬유와 탄소섬유로 만든 복합소재로 소금물 부식을 완전히 차단했다.

초창기 수상비행기의 디자인을 빌려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것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사실 시스타 CD2를 개발한 항공사는 1920년대 초부터 수상비행기를 만들어 왔다. 당시이 회사의 수상비행기는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져 1920년대와 1930년대에 큰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의 수상비행기들은 커다란 날개에 버팀목을 연결해 몸체 위에 붙인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런 날개는 ‘파라솔 날개(parasol wing)’라고 불리는데, 조종석에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파라솔 날개는 비행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날개가 물살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어 수상비행기의 날개로 많이 사용됐다.

파라솔 날개 위에는 일자로 연결된 두 개의 엔진이 올라간다. 덕분에 정면에서 비행기를 보면 비행기 몸체 위에 날개가 있고, 날개 중간 위쪽에 작은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비행기 몸체에는 커다란 보조 돌출판(sponson)도 부착되는데, 이는 비행기 몸체가 물 위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사용된다.

시스타 CD2는 이 회사의 독특한 디자인을 이어받으면서, 몇 가지만 현대적으로 보완했다. 파라솔 날개에 버팀목 몇 개만 추가했고, 일자로 배치한 엔진은 그대로 가져왔다. 큰 날개는 양력을 받을 수 있어 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엔진은 수상비행기의 가장 높은 부분에 위치하므로 물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보조 돌출판은 그 크기를 조금 줄였다. 물 표면에서 끌림을 최소화해 물에서 하늘로 떠오를 때 더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크기가 작아져도 물에서 비행기를 똑바로 유지시키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배가 약간 거친 물살을 만나거나 이륙할 때 흔들리는 현상도 과거보다 훨씬 개선된 상태다. 내부도 안락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최고급 가죽 시트로 꾸며져 눈길을 끈다.

비행과 항해 모두 가능

이렇게 전통적인 디자인에 현대적인 감각을 적용시켜 새롭게 태어난 ‘시스타 CD2’의 탑승인원은 총 12명이다. 이미 유럽 항공안전기관(EASA)와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승인을 받아 개인 여행이나 수상 인명 구조용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사람들에게 ‘배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흔히 위그선을 떠올린다. 배로 분류되면서 하늘을 날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그선은 실제로 바닷물 표면에 닿은 채로 항해하지는 않는다. 바다 위 1~5m 정도 떠서 빠르게 날아갈 뿐이다. 날개로 양력을 얻고, 수면에 가까이 날 때 물체를 공중에 띄워주는 ‘표면효과(Ground Effect)’가 커진다는 점도 이용한다. ‘수면 가까이서만 나는 배’인 셈이다.

반면 ‘시스타 CD2’ 같은 수상비행기는 하늘을 날기도 하고, 바다나 강에서 항해도 할 수 있다. 비행기 몸체도 배처럼 생겨 부력을 얻고, 날개에서 양력도 얻는다. 따지고 보면 수상비행기가 위그선보다 ‘하늘을 나는 배’에 더 가까운 셈이다. 2011년 출시 예정인 ‘시스타 CD2’가 강과 바다, 하늘을 멋지게 누빌 모습을 기대해보자.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0-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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