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이란 시에서 가을밤의 별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호명을 했다. 이 시처럼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중 하나에 정말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최근 인기그룹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행성을 선물 받았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김희철의 국제팬클럽이 게자리의 한 행성 이름을 ‘희님(Heenim)’으로 등록해 선물한 것.
연예인 팬클럽이 이처럼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붙여서 별을 구입해 연예인에게 선물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종종 있었다. 가수 토니안과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등이 팬클럽으로부터 별을 선물 받았으며, 인기그룹 신화의 경우 별을 파는 외국회사가 국내 진출 기념으로 ‘SINHW’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별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별은 정말 개인 소유가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1967년 1월 27일 국제연합(UN)이 체결한 ‘외계우주조약’에 의하면 외계 우주공간은 어떤 국가의 전유물도 될 수 없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우주인들은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를 달에 꽂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달 역시 외계 우주공간이므로 어떤 국가나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성조기를 달에 꽂은 행위는 국제 조약을 위반한 행위였다. 그러나 이는 단지 상징적인 행위일 뿐 소유나 정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냥저냥 넘어갔다.
별에 대한 법적인 효력은 없어그럼 연예인들이 팬들로부터 선물 받는 별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민간 기업체에서 돈을 받고 별에 이름을 붙여 파는 기념적인 행위일 뿐 소유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또한 별 이름도 그 기업 자체에서 발행한 증서에 해당 별의 사진 및 천문학적 위치도 등이 적혀 있을 뿐 실제 국제적으로 별 이름을 공인 받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과학계에서 우주의 천체에 이름을 붙일 권한이 있는 기관은 국제천문연맹(IAU)뿐이다.
별을 파는 민간 기업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79년에 설립된 미국의 USC(Universal Star Council)란 회사이다. 이 업체는 고객이 산 별 이름의 목록이 미국 국회도서관에 공식적으로 보관된다며 영업을 시작했지만, 그 별 이름이 과학계에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법적인 효력도 없다.
2005년 초에는 미국 USC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별 1천500만 개의 등록 권한을 받은 USC코리아가 설립돼 국내에서도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편 최근에는 나만의 별을 받을 수 있는 웹 기반의 온라인 인맥 구축 서비스인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등장했다. ‘스타플’이란 이 서비스는 미국 해군관측소가 공개한 별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 10억 개에 이르는 별을 좌표화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다.
여기에 가입하면 실제 우주에 존재하는 별 하나를 자기 별로 받게 되는데, 그 별에 자기 관심사를 담아두면 관심사가 같은 별끼리 자동으로 연결돼 다른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이뤄져 정보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다.
별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오늘날 널리 알려진 유명한 별들의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된 것들이 많다. 그것은 고대 아라비아에서 일찍이 천문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별들이 점차 많이 발견돼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이름만으로는 별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1603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바이어는 각 별자리 구역 내에 있는 별에 밝기 순으로 그리스 문자를 붙인 새로운 명명법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오리온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알파오리온, 그 다음 밝은 별은 베타오리온 등으로 부르는 방식이다.
그 후 1729년 영국의 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는 별자리의 맨 서쪽 별부터 차례대로 아라비아 숫자를 붙이는 플램스티드 명명법을 새로 개발했다. 그리스 문자는 개수가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24개로 한정돼 있는 데 비해 플램스티드 방식은 숫자를 사용함으로써 별자리의 별 개수가 아무리 많은 경우에도 문제가 없다.
현재 성도(星圖)에서 사용하는 별의 공식 이름은 대부분 이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해 표기되고 있다.
오늘날 천문학의 발달로 항성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들의 발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외계 행성들의 경우 발견된 순서나 항성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어머니 별인 항성의 이름 바로 뒤에 알파벳 소문자를 붙인 이름을 지어준다.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날아다니는 혜성의 경우에는 보통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천체 이름으로 사용된다. 76년마다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한 핼리혜성은 영국의 천문학자인 에드먼드 핼리가 76년 주기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헤일-봅 혜성 같은 경우는 두 사람이 동시에 발견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름이 모두 붙여졌다.
소행성을 발견한 경우에는 발견자의 이름이 붙는 것은 아니지만 발견자에게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한 사람이 수십 개의 소행성을 한꺼번에 발견했다 해도 거기에 모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3년 새로 생겨난 시드니 규정에 의해 한 사람이 두 달에 한 번, 한 번에 2개의 소행성까지 이름 신청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즉, 한 사람이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소행성의 수는 아무리 많아도 1년에 12개 이하인 셈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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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9-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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