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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글 : 푸른하늘 편집부
2010-07-12

화산재가 항공기에 치명적인 이유! [항우연 공동] 엔진·계기판 마비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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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승객 여러분, 기장입니다. ‘작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여객기의 엔진 4개가 모두 멈췄습니다. 곧 정상화시키겠습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모두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1982년 6월 24일, 인도네시아의 하늘을 지나던 영국여객기 보잉747의 엔진이 정지했다. 여객기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힘을 내는 엔진 4개가 모두 정지했으니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기장은 작은 문제라며 승객을 안심시켰지만, 사실 큰 문제였다. 이 때 여객기 높이는 상공 11km였다.

기장은 조난신호를 보내며 문제의 원인을 살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떤 물질이 엔진 속의 공기압축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여객기를 자유 활강시키면서 맑은 공기로 엔진을 씻어 내렸다. 하지만 엔진은 쉽게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여객기가 상공 400m 높이에 이르러서야 엔진 2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여객기의 계기판도 말을 듣지 않았고, 유리창에도 뭐가 끼었는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나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객기는 비상착륙에 성공했고, 263명의 승객 모두 안전하게 내릴 수 있었다. 비상착륙한 뒤에 여객기 엔진이 모두 정지한 이유가 밝혀졌다. 바로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있던 화산이 폭발해 만든 화산재 구름이었다.

비상착륙의 원인은 화산재 구름

당시 자바섬에 위치한 갈룽궁(Galunggung) 화산이 대규모로 폭발했고, 이때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비행기 항로까지 번진 상태였다. 이 사실을 몰랐던 영국 여객기는 인도네시아 상공을 비행하다 화산재 속을 통과하게 됐고, 엔진이 멎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고 이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화산재가 조금이라도 있는 하늘은 폐쇄한다’는 규정을 세웠다.

지난 4월 유럽의 공항이 마비됐던 것도 화산재 때문이었다.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ökull) 화산이 뿜어낸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유럽 하늘에 가득했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대체 화산재가 무엇이기에 항공기에 무리를 준다는 것일까?

화산재는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가 화산 폭발로 분출되면서 뿜는 암석 부스러기 중 하나다. 입자의 크기는 지름 2mm 이하로 아주 작아서 모래와 비슷하거나 점토처럼 곱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하면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경우도 있어 공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스며들 수 있다. 항공기 엔진이나 계기판 등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항공기 엔진에 화산재가 들어가면 엔진이 바로 멈춰버리는 이유는 규소 때문이다. 화산재 속에는 유리의 원료가 되는 규소가 포함돼 있는데, 이것은 뜨거운 엔진에서 녹아버린다. 규소는 1100℃가 넘는 높은 온도에서만 녹지만 비행기 엔진은 이보다 더 뜨거운 1400℃의 온도에서 가동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에 녹은 규소가 엔진 구석구석에 들어가 엔진 작동을 마비시키게 된다.

항공기 운행 중단, 사회적 피해로 연결

화산재는 항공기 계기판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항공기의 계기판은 외부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져 화산재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계기판에 화산재가 들어가면 고도와 속도 등 항공기의 상태를 제대로 표시할 수 없어 항공기 운항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화산재는 항공기 엔진과 계기판을 마비시켜 항공기를 추락하게 만든다.

화산재가 지름 4~5mm 정도로 뭉쳐지거나 화산 가스, 공기의 수증기와 합쳐지는 것도 문제다. 화산재 입자는 마그마 속에서도 녹지 않고 고체로 남을 정도로 단단한데, 그것들이 덩어리가 되면 조종석 유리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커먼 화산재가 항공기에 달라붙으면 조종사의 시야를 가려 정상적인 비행을 할 수 없다. 이렇게 달라붙은 화산재가 항공기 꼬리 부분의 무게를 늘려 이륙과 착륙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산재 입자가 전기를 띠고 있어 전파도 방해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통신까지 마비되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이처럼 화산 폭발로 나오는 화산재는 여러 모로 항공기에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항공기 운항 중단이 사회적 피해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자 중요한 외교 일정이 미뤄졌고, 항공운송업체는 약 17억 달러(약 1조 88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승객을 태운 여객기들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 화산재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해야겠다.
글 : 푸른하늘 편집부
저작권자 2010-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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