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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조행만 객원기자
2007-04-06

한국 우주인 우주에서 뭘 먹을까 전통음식 위주의 한국식 우주식량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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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할 때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역시 식사 시간. 이러한 생각은 우주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년 4월 8일이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우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18개의 과학실험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우주인의 지참 장비는 다양하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우주인이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것이 바로 우주식이다.


현재 우주식은 한국식품연구원에서 만들고 있다. 이 연구를 총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식품자원이용연구본부장)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8월 1일 우주식품개발을 기본연구사업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10월 11일 항공우주연구원 주최 한국우주인 과학실험 과제에 제안, 13개 과제 중 하나로 채택됐다. 이후 개발된 시제품 메뉴를 지난해 11월 23일 SBS 우주인선발대회 합숙 훈련 2박 3일 기간 동안에 우주인 후보 10명에게 제공했는데 모두 잘 먹었다.”


김 박사가 한국 우주인에게 제공할 우주식에는 김치나 고추장, 불고기, 인삼, 녹차 등 우리의 전통식품 5∼10종이 잠정 선택됐다. 수많은 메뉴 중에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이 선택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국 우주인에겐 토종 음식이 제격


태평양 전쟁 당시 미육군성은 고립된 태평양 섬에서 싸우는 미군 병사들에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대답은 의외로 코카콜라와 햄버거.


고립된 환경일수록 사람은 집에서 즐겨먹던 음식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우주인들도 자신이 평소에 즐겨먹던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임무수행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러시아의 우주인들은 탑승 전에 여러 가지 우주식품을 놓고 관능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식성에 맞는 음식을 직접 고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주에 올라가서 먹어보면 전혀 다른 맛으로 인해 고생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구와 판이하게 다른 무중력의 우주환경이 우주인의 입맛마저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또 단순한 음식에 금방 질리기 쉽다. 러시아와 미국의 음식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의 우주식으로 인해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사례도 있다.


“최근에 NASA는 세계 우주식품 품평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 중국 등도 자국의 우주인들에게 적합한 우주식품 개발에 신경 쓰고 있다. 하물며 한국은 특유의 우주식 개발이 전무한 상태다. 그래서 한국 우주인이 다른 나라의 우주식을 먹고 건강하게 귀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이 프로젝트는 출발했다.”


현지에서 찾아낸 최적의 음식


‘한국 우주인에게 영양가 좋고, 안전하며 특히 입맛을 살릴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진 김 박사는 러시아나 미국의 우주식 개발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최대한 수집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지난해 카자흐스탄 현지로 직접 날아가 기존의 우주식품들을 직접 보고 분석했다. 현지인들과 많은 대화도 나누면서 문제점들을 파악했다. 이 때 톡 쏘는 일본의 카레 같은 음식이 인기가 좋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우주인들은 미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자극적인 맛으로 입맛을 회복하기 위해 매운맛 소스를 쳐서 먹거나, 향이 독특한 카레와 같은 식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우주인에게 가장 잘 맞을 우주식의 해답은 먼 데 있지 않았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생리적 변화로 식품에 대한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주인들의 미각을 살려줄 수 있는 식품을 고민 끝에 찾았다. 김치와 고추장, 된장, 불고기, 인삼 등은 오랫동안 한국인 입맛에 길들여지고 자극적인 맛을 가져 우주식에 적격이다.”


김 박사를 필두로 한 7명의 연구팀은 러시아 항공우주국 실무팀과 우주식품 개발 협의를 거쳐서 현재 2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총 연구비 1억 4천만 원이 들어가는 이 연구는 올해 12월 31일 완료된다.


그러나 우주식에 대한 러시아 우주당국의 까다로운 규정과 고가의 심사비용은 넘어야 할 장벽이다.


“러시아 국립과학센터(SSCRF) 산하 생의학연구소(IBMP)는 우주식품 선정을 위해 영양과 저장, 포장 등의 각종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심사비용도 매우 고가이어서 한 품목당 거의 1억원이나 된다.”


철분과 소금 낮고 칼슘과 섬유소 높아야


1960년대 미 NASA의 머큐리 프로젝트로 탄생한 최초의 우주식은 알루미늄 튜브에 담긴 사과소스. 치약처럼 짜먹는 이 우주식은 몇 시간 비행에선 유용했다. 그러나 6개월의 장기체류자가 상주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선 절대로 주식이 될 수 없다. 다행히 지금은 기술 발전으로 메뉴도 350개 이상으로 늘고 1년 이상의 장기저장이 가능해졌다. 피자도 메뉴로 부상 중이다.


전문 영양사들이 분석한 메뉴로 짜여지는 우주식에는 승무원들의 의사도 적극 반영된다. 그러나 가혹한 우주환경의 적응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이 있다. 우주식품들은 철분과 소금 함량은 낮추고 칼슘과 섬유소를 증가시켜야 한다. 부피나 무게도 작아야 한다. 변하거나 부패가 발생하면 절대로 안 된다.


“우주환경에서는 골다공증이 문제가 되므로 칼슘을 높여야 한다. 또 운동부족에 의해 변비가 생길 수 있어 섬유소도 높여야 한다. 반대로 철분과 소금 함량은 낮추어야 한다. 우주에서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연구 중인 김치와 고추장은 저염, 고칼슘 제품을 배합해 만들어지며 김치는 자체가 섬유성분이 높다.”


또 하나 우주식 개발의 관건은 저장이다. 모든 제품이 냉동 건조와 진공 포장된다. 우주식은 냉동이나 열풍으로 수분을 쭉 빨아들인 건조식품이 주종을 이룬다. 건조식품은 저장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건조식품은 완전 멸균상태라 안전하고 협소한 우주정거장에서 유리하다. 냉장고나 냉동고가 없어도 보관할 수 있다. 우주정거장에서는 가열에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지만 온도가 섭씨 80℃ 정도밖에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따뜻한 물만 부으면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건조식품은 우주식에 안성맞춤이다.” 분말 녹차의 경우도 물만 타면 흔들어서 바로 마실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외국인 입맛도 잡아라


한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다국적 공간이다. 우리나라 우주인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일본 등 각국의 우주인들이 어우러져서 생활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공동사용이다. 물론 음식도 마찬가지다.


우주식 개발에 자신감을 가진 김 박사는 여세를 몰아 우주정거장의 모든 외국 우주인들에게도 인기몰이를 할 생각이다.


“우리의 전통 식품인 김치나 고추장은 세계 우주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식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늘과 고추, 파 등의 강한 향신료로 만들어진 우리 전통식품 특유의 발효 냄새는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할 것이다. 인종에 따라서 불쾌한 냄새일 수도 있지만 며칠만 먹어보면 건강에도 좋고 입맛을 돋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오면 기술을 더 발전시켜서 식품업체에 기술이전도 생각하고 있다. 또 전투 현장이나 심해와 같은 극한상황에서 섭취 가능한 특수 비상식량 개발에도 응용될 전망이다.


내년 4월 9일 쯤이면 한국 우주인이 우주에서 김치와 고추장으로 비빈 비빔밥을 먹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7-04-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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