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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주기술 아리랑 2호 발사 현장 생생 리포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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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초석이 될 다목적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아리랑 2호는 우리 기술로 설계한 고해상도 위성으로 한강대교를 지나가는 승용차와 버스를 구분할 수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달 러시아 플레세츠크 현지에서 아리랑 2호 발사를 취재한 이은정 경향신문 과학전문기자의 글을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생생 리포트 2회부터는 서서히 공개되고 있는 아리랑 2호 모습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이은정 기자는 199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아리랑 1호가 발사됐을 때도 현장 취재한 바 있다.[편집자 註]

아리랑 2호의 발사 성공은 한국의 과학계에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러시아 우주기술의 장래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구 소련의 경우 냉전 체제에서 우주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러시아의 경제 악화로 항공우주산업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의 군사 시설과 우주기술을 자랑하던 러시아는 요즘 인공위성과 로켓의 상업용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가린우주센터를 통해 민간인들이 우주여행을 하거나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들이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과거 국방용으로 만들었던 미사일은 대대적으로 발사체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에 아리랑 2호를 쏘아올린 ‘로콧’도 원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었다. ‘SS-19’라는 미사일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로 개조한 것이다. 미사일과 로켓은 원리가 거의 같다. 간단히 말하면 발사체의 끝부분에 탄두를 실으면 미사일이 되고 인공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로콧의 전체 길이는 29m, 직경은 2.5m, 총 무게는 107톤이다. 대부분의 인공위성 발사체처럼 3단 로켓이며 액체엔진을 사용한다. 로콧의 제작은 러시아의 흐루니체프사가, 발사 용역은 독일의 유로콧(Eurockot)이 담당한다.


로콧은 원래 미사일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100kg의 작은 위성밖에 발사할 수 없어 상업용으로는 부적합했다. 흐루니체프사는 미사일의 페어링(위성체가 놓여지는 발사체의 뾰족한 앞부분)을 크게 변경하고 상단의 모터도 바꾸었다.


로콧은 미사일 시절 148회 발사 중 145회 성공해 98%의 성공률을 자랑했다. 한편, 2000년 상업용 발사체로 바뀐 뒤 로콧은 7번의 발사를 했다. 아리랑 위성이 발사되기 전, 7회 발사 중 6회를 성공했다. 실패한 한번이 바로 아리랑 2호 발사 직전의 크라이오셋 위성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흐루니체프사와 유로콧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연이어 두 번을 실패한다면 로콧은 발사체로서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로콧의 마티아스 옴(Matthias Oehm) 사장은 아리랑 2호 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와 한국의 참관단들과 함께 발사 현장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져 있었으며 상당히 걱정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는 임상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게 연신 “자동차는 시험운행도 하고 리콜도 할 수 있지만 로켓은 예행연습이 없기 때문에 항상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옴 사장의 표정은 말 그대로 ‘환히’ 밝아졌다. 그는 발사 성공 첫 날과 둘째 날 열린 축하연 내내 싱글벙글하며 보드카를 들이켜 얼굴이 상당히 상기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군용 기술을 이용한 많은 대형 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로콧은 러시아의 발사체들 중에 ‘작은 급수’에 속한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발사체는 역시 소유즈와 프로톤.



소유즈는 1967년 4월 23일 첫 발사된 이래 미르(Mir) 우주정거장에 연결되어 우주비행사를 전송하거나 귀환시키는 임무를 담당해 왔다. 소유즈는 최대 길이 51m, 폭 10.3m, 이륙중량(발사할 때 연료와 탑재체를 모두 합한 중량)이 31톤이다. 2003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한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인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유일한 연결 수단이다.


프로톤은 무거운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거대 로켓이다. 프로톤(프로톤K)은 1967년 처음 발사돼 2006년 5월까지 303회나 발사했다. 최대 길이 53.2m, 폭 4.1m이며 이륙중량이 702톤에 달한다. 인공위성 무게 22톤까지 발사할 수 있다. 흐루니체프사는 1995년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함께 상업위성발사회사인 ‘인터내셔널 런치 서비스’(ILS)를 설립해 많은 위성을 프로톤으로 발사했다. 흐루니체프사는 2001년 새로운 프로톤 로켓(프로톤M)을 개발해 2006년 5월까지 11번의 발사를 시도했다.


러시아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러시아 연방우주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발사체 ‘앙가라’를 준비하고 있다. 앙가라는 21세기형 발사체로 하나의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인공위성의 무게에 따라 발사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념을 이용했다. 마치 로고블럭을 붙이듯이 발사체의 1단에 추가로 2개 혹은 4개의 엔진을 붙여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저궤도, 중궤도, 정지궤도 등 여러 가지 궤도에 모두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엔진연료도 경유와 액체 산소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다. 앙가라는 최대 길이 65.4m, 폭 7.4m, 이륙중량 790톤이다. 러시아는 2010~2011년에 앙가라 발사체의 첫 시험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구 소련은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해 인류의 우주 역사에 명예로운 기록을 남겼다. 1961년 4월 유리 가가린이 탑승한 보스토크 1호는 세계 최초로 사람이 직접 우주를 비행한 기록이다. 구 소련의 전성기에는 연간 120대의 인공위성을 발사해 현재까지 소련이 보유한 인공위성은 약 3천100대에 달한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1991년부터 발사 대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통신위성을 비롯한 기상위성, 정찰위성, 미사일 경계위성, 항행위성, 해양 수색위성, 국제 우주정거장 등 모든 분야의 위성을 갖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조금씩 국제무대에 알려지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만난 서견수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흐루니체프사에 파견 근무 중)는 “러시아가 그동안 국가 주도로 군사용 로켓을 만들어 왔으나 이제는 발사체 상업 시장에 뛰어들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러시아가 개발했던 일부 기술들을 다른 나라에 이전해주고 러시아의 로켓을 이용한 발사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상태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러시아의 변화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이 우주기술을 다른 나라에 잘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수한 기술은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내년 초에 선정될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러시아의 가가린우주센터에서 약 1년간 훈련을 받은 후 2008년 4월 소유즈 로켓을 타고 우주정거장에 올라간다. 또 2007년 고흥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인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KSLV-1)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는 러시아에서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온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10여 명 정도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발사체 개발에 종사하고 있지만 아리랑 2호 발사 때 지원 인력으로 러시아에 다녀왔다. 러시아어를 할 수 있고 러시아의 연구원들과 일해 본 경험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번 글을 위해 필자는 출장에서 만났던 ‘러시아 유학파’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주발사체사업단에서 당분간 발사체 개발에만 전념하겠다며 연구원 개인의 신상이나 얼굴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가 고흥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올라가면 이들을 ‘공식적으로’ 인터뷰할 수 있지 않을까. KSLV-1의 발사 성공을 기원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은정 경향신문 과학전문기자
저작권자 2006-09-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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