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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장 가는 길 아리랑 2호 발사 현장 생생 리포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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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초석이 될 다목적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아리랑 2호는 우리 기술로 설계한 고해상도 위성으로 한강대교를 지나가는 승용차와 버스를 구분할 수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달 러시아 플레세츠크 현지에서 아리랑 2호 발사를 취재한 이은정 경향신문 과학전문기자의 글을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이은정 기자는 199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아리랑 1호가 발사됐을 때도 현장 취재한 바 있다.[편집자 註]


발사장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2호를 발사하는 러시아의 플레세츠크기지는 러시아 전체 지도에서 서쪽으로 4분의 3지점, 북극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온 지역에 있다. 지도 상으로는 북위 62.9도, 동경 40.3도로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800km 떨어져 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발사장은 궁벽한 외지에 있다. 교통도 불편하고 기후도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플레세츠크로 가는 길은 다른 발사장에 비해 더 멀고 험했다. 취재진은 서울에서 모스크바로 9시간 비행을, 모스크바에서 다시 기차로 17시간을 달려 27일 오후에 겨우 플레세츠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7월은 한창 여름인데도 플레세츠크는 추웠다. 기온예보로는 여름철에 영상 10~30도(섭씨)를 오르내린다고 했는데 체감 온도는 한국의 초겨울에 가까왔다. 설상가상으로 27일 밤에는 비까지 내렸다.


플레세츠크 사람들은 이곳 날씨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플레세츠크는 1년에 3개월은 춥고, 나머지 9개월은 아주 춥다.”


취재진과 참관단들이 여기까지 오는데는 약 이틀이 걸렸다. 그러나 항공우주연구원 사람들은 7개월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왔다.



원래 아리랑 2호 지난해 11월에 발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8일 플레세츠크 기지에서 프랑스의 인공위성 `크라이오셋'(Cryosat)이 3단 점화에 실패하면서 아리랑 2호의 발사도 연기가 됐다. 아리랑 2호를 운반할 위성과 똑같은 로켓(로콧)이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니 위험천만이 아닐 수 없다. 이에따라 발사 일정도 6개월이상 연기돼 7월 28일로 다시 잡힌 것이다.


발사 전날까지도 항우연 연구진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난해부터 우주과학자들 사이에 `우주 수난 시대'라고 할 정도로 세계 여러 곳에서 연이어 발사가 실패하고 있었다. 올 상반기에는 이집트의 아랍셋이 발사에 실패했다.


특히 7월 26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드네푸르 로켓이 실패했다고 알려지면서 연구진들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드네푸르 로켓은 한국 항공대에서 만든 초소형위성 `한누리 1호'가 실려있는 발사체였다. 하필 이틀전에 한국의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이 또 실패한다는 말인가.


연구진들은 서로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로켓 발사의 성공률은 약 80%, 10번 중 2번은 실패한다. 우리가 20%의 실패에 속하지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 10월 8일 크라이오셋 발사 때 로콧은 2단 분리가 제대로 종료되지 않았다. 연이어 3단 점화가 되지않았고 위성은 정상 궤도에 오르지못하고 대기권으로 추락해 타버리고 말았다. 만약 아리랑 2호도 이렇게 실패한다면 6년여동안 2600억원의 연구비를 쏟아부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버린다. 연구진들의 안타까움은 뒤로 한다 해도 국민의 기대는 어떡할 것인가.


항공우주연구원의 위성발사그룹은 지난 6월 20일부터 집을 떠나 플레세츠크에 머물렀다. 플레세츠크는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로 주민의 60%가 발사장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걸어서 30분이면 돌아다닐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연구진들은 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발사장과 호텔만 출입할 수 있었다. 호텔을 떠날 때는 시간을 적고 목적지와 돌아올 시간도 함께 적어야 한다. “연구원을 보호해준다”는 명목이지만 외국인들로부터 감시를 받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주진 단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연구진들은 그 한달동안 아리랑 2호 발사를 위해 점검을 하고 또 했다.


지난 6월 20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의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아리랑 2호가 집을 떠났다. 아리랑 2호는 무게 800kg, 크기는 대형 건물의 엘리베이터(직경 2m, 높이 2.8m)만하다. 이 위성을 비행기로 실은 뒤 다시 기차에 옮겨 6월 23일 발사장에 도착했다. 이후 7월10일부터 연료 주입이 시작됐고 압력 모니터링, 배터리 충전도 함께 시작했다. 7월 13일이 되자 위성체를 최종 점검했다.


7월 17일부터 본격적인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인공 위성에 페어링을 장착했다. 페어링은 인공위성을 둘러싸 위성을 보호하기도 하며, 발사체에 연결하는 고리가 되기도 한다. 7월 21일 아리랑 2호를 발사대로 옮긴 후 또다시 점검을 했다. 발사 이틀전인 26일부터 연료주입이 시작됐으며 배터리 충전도 함께 이뤄졌다.


한국에서 취재를 떠날 때만 해도 위성발사야 원래 성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연구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위성발사를 담당한 연구진들은 전날부터 마음 속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과 참관단도 마찬가지였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2006년 7월 28일 오전 9시쯤 취재진과 참관단들은 발사장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 양쪽에는 쭉 뻗은 자작나무가 끝을 모를 정도로 이어져 있었다. 자작나무의 숲더미 속에서 아리랑 2호가 올라가는 모습이 잘 보일까. 북극의 우울한 날씨만큼이나 불안한 마음이 휘몰아쳤다.

이은정 경향신문 과학전문기자
저작권자 2006-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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