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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 100년 전 한 여성이 밝혀낸 우주의 성분 우주의 성분표를 다시 쓴 그녀의 박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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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한 여성이 밝혀낸 우주의 성분

2026년 4월, 영국 문화유산 단체 잉글리시 헤리티지가 런던 노팅힐, 랜스다운 로드 70번지의 한 주택 외벽에 파란 명패를 달았다. 100년 전 한 소녀가 그 집에서 자라며 별을 꿈꿨기 때문인데, 그 소녀는 나중에 별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이 되었다. 세실리아 페인-가포슈킨(Cecilia Payne-Gaposchkin, 1900~1979), 아쉽게도 그녀의 이름은 오랫동안 그가 해낸 발견의 크기에 비해 너무 조용했다.

랜스다운 로드 70번지의 한 주택 외벽에 파란 명패를 달았다. ©ianvisits.co.uk
랜스다운 로드 70번지의 한 주택 외벽에 파란 명패를 달았다. ©ianvisits.co.uk

 

식물학도에서 천문학자로

세실리아 페인이 처음 케임브리지 뉴넘 칼리지에 입학했을 때 전공은 식물학이었다. 방향을 바꾼 것은 우연한 강연 하나 때문이었다. 1919년, 아서 에딩턴 경이 일식 관측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는 강연을 들은 뒤 페인은 천문학으로 전공을 바꿨는데, 에딩턴은 이후 그의 초기 경력을 독려한 멘토가 됐다. 이 에딩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에딩턴 경이 맞다.

페인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로 건너갔고, 하버드 천문대 소장 할로 섀플리의 지도 아래 연구를 시작했다. ©Getty Images
페인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로 건너갔고, 하버드 천문대 소장 할로 섀플리의 지도 아래 연구를 시작했다. ©Getty Images

하지만, 케임브리지는 그녀에게 학위를 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1948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여성에게 정식 학위를 발급하지 않았다. 수업은 들을 수 있었지만 학위는 받을 수 없었다. 페인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로 건너갔고, 하버드 천문대 소장 할로 섀플리의 지도 아래 연구를 시작했다.

 

우주의 성분표를 다시 쓴 그녀의 박사 논문

1925년, 하버드의 여자 대학인 래드클리프 칼리지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25세의 세실리아 페인은 논문을 완성했다. 별의 대기, 즉 별을 둘러싼 가스층의 성분과 물리적 상태를 분석한 연구였다. 제목은 '항성 대기(Stellar Atmospheres)', 그런데 별의 대기를 들여다보는 이 작업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어졌다. 대기의 성분을 정밀하게 분석할수록 별 자체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답은 당시 주류 과학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바로 별이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과학계는 별의 성분이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철, 칼슘, 마그네슘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별의 주성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페인의 결론은 그 전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이었다.

페인이 이 결론에 도달하는 데 결정적인 도구가 된 것은 인도 물리학자 메그나드 사하가 개발한 이온화 이론이었다. 사하의 이론은 원자가 온도에 따라 얼마나 이온화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를 분광학과 결합하면 별빛의 흡수선 패턴으로부터 별의 대기 온도와 원소의 존재 비율을 정량적으로 추출할 수 있었다. 페인은 이 방법을 적용해 수백 개의 흡수선을 분석했고, 수소가 다른 모든 원소를 압도적으로 넘어서는 양으로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처음에는 묵살당했다

물론, 이 결론이 처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프린스턴 대학교의 저명한 천문학자 헨리 노리스 러셀 역시 페인의 논문을 검토한 뒤 수소 함량이 그토록 높다는 결론은 "명백히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러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이 러셀 역시 '헤르츠스프룽-러셀 도표'의 그 러셀이 맞다.

헤르츠스프룽-러셀 도표 ©Richard Powell
헤르츠스프룽-러셀 도표 ©Richard Powell

페인은 자신의 계산을 믿었지만, 논문에 "이 결과는 실제 수치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구를 사실상 강요받아 삽입해야 했다. 흥미로운 점은 4년 뒤, 러셀은 독자적인 분석을 통해 별은 주로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 발견의 공로는 한동안 러셀에게 돌아갔다. 페인이 먼저 밝혀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논문 발표로부터 약 35년이 지난 뒤, 우크라이나 태생의 미국 천문학자 오토 스트루베는 페인의 논문을 "천문학 역사상 쓰인 가장 뛰어난 박사 논문"이라고 평했다. 오늘날 과학사를 다루는 학자들도 대체로 이 발견의 공로를 페인에게 돌린다.

 

왜 이 발견이 중요한가

수소가 별의 주성분이라는 사실이 확립되면서 우주의 화학 조성에 대한 이해 전체가 바뀌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원소 구성은 수소가 약 74%, 헬륨이 약 24%, 그리고 나머지 모든 원소를 합쳐도 2%에 불과하다. 즉, 지구와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질소, 산소, 철 같은 원소들은 우주 전체 물질의 극히 일부라는 말이다. 한편, 우리은하에서 측정한 수소와 헬륨의 비율 역시 페인이 1925년에 계산한 수치와 일치한다.

이 발견은 별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결정적이었다. ©Getty Images
이 발견은 별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결정적이었다. ©Getty Images

이 발견은 별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결정적이었다. 별이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수소 원자핵들이 합쳐져 헬륨이 되는 핵융합 반응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이론과 맞물려 별이 수십억 년 동안 빛을 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토대가 되었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고 길을 밀고 나가다

1925년, 페인은 래드클리프 칼리지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인물이 됐다. 당시 하버드 대학교 역시 여성에게 직접 박사 학위를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래드클리프를 통해 학위가 수여됐다. 1927년에는 미국 저명인사 인명록 아메리칸 맨 오브 사이언스에 별 표시를 받은 가장 젊은 천문학자가 되었다. 

물론, 그녀의 직위 역시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버드의 행정 기록에서 그의 이름은 수십 년간 정식 교수가 아닌 '비공식 연구원' 신분으로 남아 있었다. 1956년, 마침내 하버드 대학교 문리과대학의 첫 번째 여성 정교수로 임명되었고 같은 해 천문학과 학과장도 맡게 되었다. 

노팅힐의 작은 주택 외벽에 달린 파란 명패는, 뒤늦게나마 그 빚을 갚는 일이다. ©Ion Keen
노팅힐의 작은 주택 외벽에 달린 파란 명패는, 뒤늦게나마 그 빚을 갚는 일이다. ©Ion Keen

그리고 오늘날, 세실리아 페인-가포슈킨이 별이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밝힌 지 100년이 지났다. 그녀의 발견은 오늘날 항성 물리학과 우주 화학의 기초로 교과서에 적혀 있지만, 그 결론이 처음 나왔을 때 "명백히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은, 과학의 역사가 안타깝게도 항상 발견의 역사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노팅힐의 작은 주택 외벽에 달린 파란 명패는, 뒤늦게나마 그 빚을 갚는 일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6-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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