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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현정 리포터
2026-05-15

지구 어딘가에 ‘내 이름’이 새겨져 있다? NASA·USGS 랜드샛 위성, 50년 지구 관측의 기록을 대중에게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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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어딘가에 내 이름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면 어떨까.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강물이 구불구불 흘러 그린 'S'가 나타나고, 빙하가 갈라진 자리에서 'E'가 떠오른다. 아마존 숲 가장자리를 잘라낸 농경지 경계가 'M'을 이루고, 알래스카 하구의 퇴적층이 'K'를 닮았다. 고도 705킬로미터 상공에서 반세기 넘게 지구를 촬영해 온 랜드샛(Landsat) 위성이 그 글자들을 모두 모아 지구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인류를 향한 메시지를 완성했다.

NASA와 USGS(미국 지질조사국)는 올해 지구의 날을 맞아 이 위성 이미지로 이름을 조합해 주는 웹 도구 '랜드샛으로 내 이름 쓰기(→ 바로가기 Your Name in Landsat)'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이름을 입력하면, 세계 각지에서 촬영된 실제 위성 이미지가 글자마다 배치된다. 각 이미지에는 촬영 좌표가 붙어 있어 클릭 한 번으로 그 장소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작은 캠페인 하나가 인류 최장수 지구 관측 프로젝트의 과학적 유산으로 들어서는 문이 되고 있다.

랜드샛으로 찾은 사이언스(Science) ⒸYour Name in Landsat
랜드샛으로 찾은 사이언스(Science) ⒸYour Name in Landsat


랜드샛 위성이 포착한 지구 지형지물, 강이 'S'를, 빙하가 'E'를 그리다

NASA의 'Your Name in Landsat' 인터랙티브 도구는 사용자가 이름을 입력하면 랜드샛 위성 이미지에서 포착된 지구 지형지물로 그 이름을 시각화해 그래픽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프로젝트는 랜드샛 커뮤니케이션·공공 참여팀 소속의 로스 월터(Ross Walter), 앨리슨 누스바움(Allison Nussbaum), 진저 버처(Ginger Butcher)가 개발했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사실 이 도구는 사람의 실제 이름이 지구 어딘가에 이미 새겨진 것을 찾아주는 게 아니라, 강·호수·섬·농경지 경계·해안선·빙하 균열처럼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알파벳 형태와 닮은 실제 위성 이미지를 조합해 이름을 구성한다. 

사용자가 그럴듯해 보이는 이미지를 보고 놀라워하는 이면에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는 인지 기제가 있다. 이는 무질서한 시각적 자극에서 익숙한 패턴, 특히 인간의 형상이나 글자를 찾아내려는 본능적 기재다. 구불구불한 하천이 'S'로, 옥스보(oxbow) 호수가 'C'로, 농경지 블록이 'L'로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 하나를 구성하는 이미지에는 꽤 구체적인 정보가 붙어 있다. 그래서 사용자로 하여금 랜드샛 데이터가 지표면을 30미터 해상도로 기록한다는 것, 즉 야구 경기장 내야 크기의 면적을 한 픽셀로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또한, 랜드샛 위성은 가시광선 너머의 전자기 스펙트럼 영역—근적외선, 단파적외선, 열적외선—을 감지해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지표 정보를 정밀하게 포착한다. 사용자가 이름 한 글자 속 이미지를 클릭하는 순간, 그것이 어느 나라 어느 좌표에서 찍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위성 원격탐사가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오는 방식이다.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랜드샛 위성은 다양한 파장대를 활용해 지표면의 식생, 수계, 지형지물을 입체적으로 포착한다. ⒸNASA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랜드샛 위성은 다양한 파장대를 활용해 지표면의 식생, 수계, 지형지물을 입체적으로 포착한다. ⒸNASA


1972년의 도전, 53년의 기록, 랜드샛 미션의 역사

랜드샛 역사의 시작은 5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7월 23일, NASA의 지구자원기술위성(ERTS-1)이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델타 900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나중에 '랜드샛 1호'로 명칭이 바뀐 이 위성은 지구를 관측하기 위해 명시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지구 관측 위성이었다.

당초 1년 운용을 목표로 설계됐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이 프로그램이 반세기를 넘어 계속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6년간 궤도를 돌았고, 지구 표면의 약 75%를 촬영했다. 위성이 보내온 첫 이미지들은 텍사스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을 60미터 해상도의 위색(false-color) 영상으로 담아냈고, 과학자들은 도로, 공항, 농경지를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마치 새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 같았다. 해상도를 보며 '이것 봐라', '저것도 보인다'고 소리쳤다"고 당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잭 헤이스는 회고했다. 또, 발사 당시 NASA 국장 제임스 플레처는 "우주 시대의 단 하나의 우주선, 세계를 구할 하나의 성과를 꼽으라면 나는 ERTS와 그로부터 발전될 위성들을 선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랜드샛 프로그램은 5개 이상의 후속 위성을 성공적으로 운용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연속 지구 관측 기록을 쌓아왔고, 랜드샛 넥스트(Landsat Next) 3기 소형 위성군은 2030년대 말 발사를 목표로 현재 개발 중이다.

현재 운용 중인 랜드샛 9호는 2021년 발사돼 랜드샛 8호와 함께 궤도를 돌며 동일 지점을 약 8일 주기로 재방문한다. 랜드샛 9호의 OLI-2(작동 지상 영상 장치) 센서는 가시광선·근적외선·단파적외선 등 9개 분광 밴드를 30미터 해상도로, 팬크로매틱(전색) 밴드는 15미터 해상도로 촬영하며, 열적외선 센서(TIRS-2)는 지표 온도를 두 개 밴드로 측정한다.

과학적 신뢰성의 핵심은 '보정(calibration)'이다. NASA와 USGS의 보정·검증팀이 미션 전 기간에 걸쳐 랜드샛 보정을 공동으로 수행하며, 이미지 간 차이가 실제 지표 변화를 반영하는지 아니면 센서 특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정밀하게 가려낸다. 이 때문에 랜드샛 데이터는 전 세계 중해상도 위성 데이터의 '기준점(gold standard)'으로 통한다. 많은 상업 위성 운용사들이 자사 데이터 보정에 랜드샛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다.

1972년 발사된 랜드샛 1호부터 현재 운용 중인 8호에 이르기까지 랜드샛 위성 미션의 변천사 ⒸUSGS
1972년 발사된 랜드샛 1호부터 현재 운용 중인 8호에 이르기까지 랜드샛 위성 미션의 변천사 ⒸUSGS


랜드샛 데이터가 기록한 지구의 변화, 도시는 팽창하고 빙하는 사라져

랜드샛이 50년 넘게 축적한 1,000만 건 이상의 영상은 지구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과거 이미지와 현재 이미지를 겹쳐놓으면 빙하가 서서히 사라지거나 도시가 경관을 가로질러 확산하는 변화가 드러난다.

도시화는 랜드샛이 포착한 변화 중 가장 극적인 축에 속한다. 대표 사례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자주 인용되는데, 1972년과 2022년 이미지를 비교하면 도시 면적 팽창과 함께 인근 미드 호수의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비교가 가능한 것은 랜드샛이 처음부터 도시 변화를 추적하도록 설계된 덕분이다. 랜드샛 1호 발사는 위성 원격탐사를 이용한 최초의 연속 전 지구 도시 모니터링의 출발점이었고, 1982년 발사된 랜드샛 4호부터는 주제도 작성기(TM, Thematic Mapper) 센서가 탑재되며 단파적외선 밴드와 열적외선 밴드가 추가됐다. 공간 해상도는 이후에도 계속 개선됐지만, 이 확장된 분광 정보를 통해 도시 열섬 연구와 대규모 토지 피복 분류가 처음으로 궤도 위 위성에서 시도됐다.

산림 파괴 역시 위성 데이터 없이는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파라과이 차코 지역의 1985년부터 2025년까지 40년 치 랜드샛 타임랩스 영상에는 광범위한 삼림 벌채와 토지 피복 변화가 기록돼 있다. 현재 랜드샛 9호는 랜드샛 8호와 함께 궤도를 돌며 동일 지점을 약 8일 주기로 재방문하는데, 이는 열대 산림 파괴 모니터링, 수질 평가, 작물 상태 보고에서 관측 공백을 줄이는 데 직접 기여하고 있다.

빙하 후퇴는 랜드샛 데이터가 가장 선명한 증거를 제공하는 분야 중 하나다. 알래스카를 비롯한 전 세계 산악 지대에서 1972년 이후 진행된 빙하 후퇴 과정이 아카이브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으며, 일부 빙하는 반세기 동안의 영상에서 완전한 소멸 과정까지 확인된다. 과학자들은 이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빙하 역학을 분석하고 해수면 상승 전망을 보완한다.

최근에는 머신러닝과의 결합이 이 방대한 데이터의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수십 년 치 랜드샛 시계열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은 산림 손실이 가속화되는 구역이나 도시 팽창의 둔화 지점을 연간·10년 단위로 탐지할 수 있고, 빙하 후퇴 속도를 정량화하는 데도 쓰인다.

랜드샛 1호(1972년, 좌측)와 랜드샛 9호(2022년, 우측)가 촬영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일대의 비교 사진 ⒸNASA
랜드샛 1호(1972년, 좌측)와 랜드샛 9호(2022년, 우측)가 촬영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일대의 비교 사진 ⒸNASA


랜드샛 데이터의 활용

랜드샛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는 2008년 공개 정책 전환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커졌다. USGS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랜드샛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는 256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2017년 추산치인 34억 5,000만 달러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미국 농무부는 랜드샛을 이용한 정밀 지도 작성으로 연간 3억 달러의 농업 홍수보험료를 절감하고 있으며, 아이다호주 수자원부는 미계측 지하수 사용량 추산에 랜드샛을 활용해 연간 약 2,000만 달러를 아끼고 있다.

올해 2월 과학저널 『바이오지오사이언시스(Biogeosciences)』에 실린 연구는 랜드샛 데이터가 가진 장기 기록의 위력을 재확인시켜 준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동 연구팀이 1985~2020년 랜드샛 수목 피복 기록을 분석한 결과, 세계 최대 육상 생물군계인 북방림(boreal forest)이 지난 40년간 북쪽으로 이동했음이 확인됐다.

'Your Name in Landsat'으로 내 이름을 찾는 행위는 그래서 더 큰 가치가 있다. 우주 705킬로미터 상공에서 반세기 동안 지구를 지켜봐 온 위성의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행성이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한 글자씩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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