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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 년 전 화성 암석에서 꺼낸 분자 생명의 재료인가, 우연의 산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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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 년 전 화성 암석에서 꺼낸 분자 — 생명의 재료인가, 우연의 산물인가?

2026년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논문 한 편이 실렸다. 이는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게일 분화구의 35억 년 된 암석에서 20여 종의 유기 분자를 검출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중에는 DNA와 RNA의 전구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의 분자도 포함돼 있었다. 논문을 이끈 플로리다 대학교의 에이미 윌리엄스 교수는 "이 검출 및 발견은 매우 심오하다"고 전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화성에서 질소 헤테로고리 화합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성이 한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화학적 환경을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NASA
그러나 화성이 한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화학적 환경을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NASA

이 발견이 생명의 증거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화성이 한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화학적 환경을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35억 년 전 암석, 어떻게 열었나

큐리오시티가 이번에 분석한 암석은 게일 분화구 안쪽의 글렌 토리든(Glen Torridon) 지역에서 채취한 것이다. 'Mary Anning 3'라는 이름이 붙은 시추공에서 드릴로 뚫어낸 점토 함유 사암이며, 퇴적 연대는 약 35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화성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직관적이고 과학적인 이유로 점토 광물은 물이 있어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GA 분석에서 추출한 대표적인 물질과, 다양한 질량 범위를 포괄하는 선별된 m/z 값, 밴드에 대한 가스 크로마토그램 ©Williams et al. 2026
EGA 분석에서 추출한 대표적인 물질과, 다양한 질량 범위를 포괄하는 선별된 m/z 값, 밴드에 대한 가스 크로마토그램 ©Williams et al. 2026

이 암석을 분석하는 데 TMAH(테트라메틸암모늄 하이드록사이드)라는 시약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지구 밖 천체에서 이 시약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MAH는 강력한 용액으로, 분자량이 많아서 기존 장비로는 검출하기 어려운 복잡한 유기 분자들을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해 식별 가능하게 만든다. 큐리오시티에 탑재된 SAM(화성시료분석기) 장비는 이 시약을 담은 컵을 두 개 갖추고 있는데, Mary Anning 3 샘플이 그 첫 번째 사용 대상이 되었다. 

물론, 연구팀은 지구에서도 검증을 진행했다. 태양계 초기의 유기 분자를 다량 포함한 것으로 유명한 머치슨 운석을 TMAH로 처리했을 때 화성 샘플에서 나온 것과 유사한 분자들이 검출됐다. 실험 방법 자체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20여 종의 분자, 그 중에 무엇이 있나

이번 분석에서 총 20종이 넘는 유기 분자가 검출됐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것은 7종이며, 대부분이 화성에서 처음 발견된 물질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질소 헤테로고리(nitrogen heterocycle)이다. 탄소 원자들이 이루는 고리 구조 안에 질소가 포함된 분자로, DNA와 RNA를 구성하는 핵산 염기의 전구체에 해당하는 유형이다. 스펙트럼 분석 결과는 다이메틸인돌(dimethylindole)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런 구조의 분자가 더 복잡한 질소 함유 분자의 화학적 전구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검출은 매우 의미 있다"고 밝혔다. 화성 표면과 화성 운석에서 질소 헤테로고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실의 실험 결과와 비교한 SAM-Flight 모델의 방향족 분자 식별 결과 ©Williams et al. 2026
실험실의 실험 결과와 비교한 SAM-Flight 모델의 방향족 분자 식별 결과 ©Williams et al. 2026

함께 검출된 벤조티오펜(benzothiophene)도 주목할 만하다. 황을 포함한 이 유기 화합물은 운석에 포함된 거대 유기 분자 구조에서 자주 발견되는 성분으로, 화성에서 확인된 유기 분자 중 현재까지 가장 크고 복잡한 구조에 속한다. 나프탈렌도 이번에 처음으로 화성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이 외에도 메틸기와 에스테르기를 가진 방향족 분자들, 황·산소·질소를 포함한 다양한 유기물이 검출되었다. 

 

생명의 흔적인가, 지질의 산물인가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이 유기 분자들은 어디서 왔는가"

현재로서는 세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첫째, 고대 화성에 존재했던 생명체가 만들어낸 유기물이 암석 속에 보존됐을 가능성이다. 둘째, 운석이 화성 표면에 충돌하면서 우주에서 유입된 유기 분자가 암석에 스며든 것일 수 있다. 실제로 머치슨 운석처럼 탄소질 운석에는 다양한 유기 분자가 포함돼 있으며, 태양계 전역에 걸쳐 이런 운석의 충돌이 이루어진다. 셋째, 생명과 무관한 지질화학적 반응, 즉 열이나 압력 또는 물과 암석의 화학 반응을 통해 유기 분자가 합성됐을 가능성도 있다.

아쉽게도 현재 큐리오시티의 장비 수준으로는 이 세 가지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유기 분자의 존재 자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기원을 식별하는 데 필요한 동위원소 분석이나 분자 구조의 세밀한 비대칭성 측정은 화성 현지에서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명확한 결론을 위해 화성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화성 샘플 귀환 임무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NASA와 ESA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화성 샘플 귀환(Mars Sample Return) 프로젝트가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35억 년을 버텨낸 분자

이번 발견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보존 가능성이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하고 강한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에 지표가 직접 노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기 분자가 이런 환경에서 수십억 년을 버텨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게일 분화구의 점토 광물이 풍부한 퇴적층에서는 가능했다. 점토는 유기 분자를 물리적으로 감싸 방사선과 산화 반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문에 35억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암석 속에 분자들이 안정적으로 갇혀 있었던 것이다. 엄청나다. 무려 35억 년이다. 

이 사실은 화성 생명 탐사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표에서는 방사선에 의해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지만, 지하 깊은 곳의 점토층에서는 보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번 연구로 다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ESA의 로절린드 프랭클린 로버가 2030년 화성 착륙 후 지하 2미터까지 드릴로 시추할 계획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하로 깊이 들어갈수록 방사선 피해를 받지 않은 유기물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고로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14년째 게일 분화구를 누비고 있다. ©NASA
참고로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14년째 게일 분화구를 누비고 있다. ©NASA

참고로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14년째 게일 분화구를 누비고 있다. 이번 TMAH 실험 결과는 그 긴 여정이 만들어낸 성과 중 하나이다. 연구팀은 현재 큐리오시티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TMAH 컵을 사용한 실험 결과도 분석 중이다. 이번에는 고대 지하수가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거미줄 형태의 암석 구조 지역에서 채취한 샘플이 대상이다.

화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여정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35억 년 전 화성의 암석이 오늘날 지구의 실험실 장비가 해석할 수 있는 분자들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 여정을 계속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5-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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