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의 33배로 떨어지다 — 아르테미스 II 귀환의 과학
2026년 4월 10일 오후 5시 7분, 태평양 샌디에이고 해안에서 약 9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흰 낙하산이 피어났다. 오리온 우주선 '인테그리티(Integrity)'가 10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임무 통제실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고, 승무원 가족들이 모인 관람실에서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완벽한 정중앙 착수"라는 무선 보고가 들어오자 NASA 관계자들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이로써 와이즈먼과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 캐나다 우주국 소속 제러미 핸슨. 이 네 명이 아폴로 17호 이후 53년 만에 심우주 유인 비행을 완수했다. 특히,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은 나중에 "이 아름다운 행성이 우주에서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잠깐이라도 세상이 함께 느껴주기를 바랐다"고 했다. 하지만, 착수 불과 몇 분 전, 이 캡슐은 음속의 33배, 시속 약 4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기권 재진입 — 불덩이가 되는 6분
귀환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착수 직전의 대기권 재진입이다. 달에서 돌아오는 우주선은 지구 저궤도에서 귀환하는 우주선보다 훨씬 빠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돌아오는 캡슐의 재진입 속도가 시속 약 2만 8천 킬로미터인 데 반해, 오리온은 시속 약 3만 9천 킬로미터였다. 대기권 진입 시 발생하는 열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데, 이 때문에 달에서 돌아오는 속도에서는 열 차폐막 표면이 섭씨 약 2,800도까지 달아오른다. 이는 무려 태양 표면 온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 열을 버텨내는 것이 오리온의 열 차폐막이다. 직경 약 5미터인 이 차폐막의 핵심 소재는 에이브코트(Avcoat)라는 물질로, 에폭시 수지와 실리카 섬유를 혼합해 만든다. 재진입 시 에이브코트는 서서히 타들어 가며 열에너지를 기화와 함께 바깥으로 내보낸다. 캡슐 벽체를 지키기 위해 차폐재 자체가 소모되는 구조이다. 이 과정에서 캡슐 주변에 붉게 빛나는 플라스마가 형성되고, 전파가 이를 통과하지 못해 약 6분간 교신이 끊긴다. 임무 통제실이 가장 숨을 죽이는 시간이다.
사실 이번 재진입에는 보이지 않는 복병이 있었다. 바로 2022년 아르테미스 I 무인 시험 비행에서 오리온의 열 차폐막이 예상보다 심하게 손상됐다는 사실이 사후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100곳이 넘는 균열과 탈락 흔적이 발견됐고, 탑승자가 있었다면 위험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인은 재진입 시 에이브코트 아래에 고온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인 것이었다. NASA는 열 차폐막을 전면 교체하는 대신 에이브코트의 기공성을 높여 가스가 새어 나올 수 있도록 소재를 개선하고, 재진입 경로를 완만하게 바꿔 고온 노출 시간 자체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옳았다. 열 차폐막은 이번에 제 역할을 해냈다. 임무마다 항상 예비 임무(Precursor)가 항상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유인 탐사 임무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낙하산 11개의 물리학
열 차폐막 구간을 통과한 오리온 캡슐은 여전히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것을 안전하게 착수할 수 있는 시속 약 30킬로미터로 줄이는 역할을 낙하산 시스템이 맡았다. 네 가지 종류, 총 11개의 낙하산이 정해진 순서대로 펼쳐지며 속도를 단계별로 흡수했다.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은 포워드 베이 커버 낙하산 3개이다. 직경 약 2미터의 케블라 소재 낙하산으로, 캡슐 앞부분을 덮고 있던 덮개를 분리해 그 안에 접혀 있는 나머지 낙하산들이 전개될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어 드로그 낙하산 2개가 펼쳐져 캡슐을 안정화하고 속도를 시속 약 240킬로미터로 낮춘다. 그다음 파일럿 낙하산 3개가 거대한 주 낙하산을 끌어당겨 펼치고, 마지막으로 면적이 각각 약 1,000제곱미터에 달하는 주 낙하산 3개가 완전 전개되며 최종 감속이 이루어진다.
각 단계 사이의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낙하산이 엉키거나 파손될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쳐 개발되고 수백 번의 지상 시험을 거친 시스템이지만, 실제 비행에서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 NASA 측은 종류별로 낙하산 하나씩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승무원이 안전하게 착수할 수 있도록 이중 안전 구조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오리온이 해면에 닿는 순간의 속도는 시속 약 27~30킬로미터. 자동차로 천천히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직경 5미터짜리 금속 캡슐이 4명을 태운 채 바다에 부딪히는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승무원들은 특수 설계된 좌석에 몸을 단단히 고정한 채 재진입 내내 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순간
귀환 드라마의 뒤편에는 조용한 기록이 하나 더 있다. 아르테미스 II는 4월 6일, 지구로부터 약 40만 6천 킬로미터 지점에 도달했다. 1970년 아폴로 13호가 달 뒤편을 통과하며 세운 기존 기록을 넘어선,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도달한 거리였다. 임무 전체 비행 거리는 약 111만 킬로미터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승무원들은 인간의 눈으로 처음으로 달의 뒷면을 직접 바라보았다.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 영원히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이는 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조석 고정 때문인데, 지금껏 궤도 탐사선의 카메라로만 알려져 있던 이 면을, 이번에 네 명의 인간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4월 6일에는 달 너머로 지구가 가려지는 우주 개기일식도 목격했다. 유인 우주 비행 중 우주 개기일식을 관측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었다.
착수를 마친 네 명은 USS 존 P. 머사 함으로 옮겨진 뒤 곧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로 이송돼 임무 후 의료 평가와 재활 과정에 들어갔다. 심우주에서 10일을 보낸 몸은 지구 중력에 다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방사선 피폭량 평가도 뒤따른다.
아르테미스 II는 달에 착륙하지 않았고, 달 궤도를 돌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임무가 실제로 검증한 것들 — 생명유지 시스템, 열 차폐막, 낙하산, 심우주 항법, 통신 — 은 달 착륙과 화성으로 가는 길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음속 33배로 대기권을 뚫고 내려온 이 작은 캡슐 안에, 인류의 다음 행선지가 실려 있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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