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로, 그다음은 화성이다 — 아르테미스가 묻는 진짜 질문
2026년 4월 1일, 케네디 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이 불을 뿜었다. 선장 리드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 그리고 캐나다 우주국 소속 제러미 핸슨. 아르테미스 II 임무에 탑승한 네 명의 우주비행사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 저궤도를 넘어 심우주로 향했다.
달은 이미 아폴로 계획을 통해서 인류가 여섯 번이나 착륙한 천체이다. 따라서, 이 비행에는 단순히 "우리는 달로 갑니다"의 상징 이상 무게가 실려 있는데, 이는 자본의 흐름을 통해서 해석할 수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은 누적 기준으로 약 930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130조 원을 넘는 규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다시 달로 향하는 데 쏟아붓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달은 텅 빈 돌덩이가 아니다
달 표면의 사진을 보면 황량하고 메마른 황무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나면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달은 지구에서 극히 희귀한 희토류 원소들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풍력터빈, 군사 장비 등 현대 첨단 산업 전반의 필수 소재이다. 지구에서는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고 채굴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어 공급망 리스크가 상당하다. 달에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매장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철, 티타늄 같은 금속도 확인된다. 의료 기기와 초전도체 제조에 쓰이는 헬륨-3도 달에는 지구보다 훨씬 풍부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달이 품고 있는 자원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의외로 물이다. 달의 극지방, 특히 햇빛이 영원히 닿지 않는 영구 음영 크레이터 내부에 수억 년에 걸쳐 축적된 얼음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물을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면 우주비행사의 호흡용 산소를 공급하고, 동시에 적당한 원료가 있다면 로켓 연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달을 화성으로 가는 길의 중간 연료 기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달에 물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달 기지와 화성 탐사의 경제성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달 뒤에 깔린 지정학
아폴로 계획의 동력은 소련과의 냉전이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미국은 우주를 이념 경쟁의 무대로 삼았고,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그 경쟁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아르테미스의 배경에는 또 다른 경쟁자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달 탐사에서 꾸준한 성과를 쌓아왔다. 2020년 창어 5호로 달 표면 샘플을 귀환시켰고, 2024년에는 달 뒷면 착륙에도 성공했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핵심은 어디에 착륙하느냐로 해석된다. 앞선 설명처럼 달 남극 일대에는 영구 음영 크레이터 안에 물 얼음이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 구역을 눈여겨보고 있다.
또한, 1967년 체결된 유엔 우주조약은 어떤 국가도 달을 영토로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일단 특정 지점에 착륙해 시설을 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국가가 그 구역에 접근하는 것을 사실상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법적 소유권과 실질적 점유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자리를 잡는 쪽이 반드시 유리한 구조이고, 그것이 아르테미스를 단순한 과학 프로그램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이다.
달은 화성으로 가는 시험장이다
NASA는 2030년대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5년 화성 궤도선, 45년 화성 착륙선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야심 찬 계획이지만 기술적 난관은 만만치 않다. 화성까지의 편도 여행은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지구로부터의 출발부터 대략 7개월이 걸린다. 그 기간 우주비행사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강렬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고, 지구의 즉각적인 의료 지원도 받을 수 없다. 화성에 도착했다고 친다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화성 표면은 대기압이 지구의 1% 수준이고 평균 기온은 영하 60도에 달한다. 현지에서 자원을 조달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모든 기술을 화성에서 처음 시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뭔가 잘못됐을 때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에서 약 38만 킬로미터 거리에 있고, 통신 지연은 단 1.3초이다. 문제가 생기면 며칠 안에 귀환할 수 있다. 화성에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달 기지는 화성 탐사의 최종 리허설 무대가 되는 셈이다. 생명유지 시스템을 완성하고, 현지 자원으로 물과 산소와 연료를 만들어내는 법을 익히고,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는 주거 시스템을 검증한다. 이 모든 것이 달에서 확인된 뒤에야 화성은 비로소 현실적인 계획이 된다. 달은 목적지가 아니라 경로인 셈이다.
달이 간직한 45억 년의 기억
자원도, 지정학도 아닌 이유로 과학자들이 달에 다시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다. 달 자체가 태양계 역사의 거대한 기록 보관소이기 때문이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가져온 달 암석 시료는 달의 기원을 밝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달 형성 이론은 약 45억 년 전 화성 크기의 천체가 원시 지구와 충돌했고, 그 충돌로 떨어져 나간 물질이 뭉쳐 달이 됐다는 거대충돌 가설이다. 이 가설을 뒷받침한 것이 바로 아폴로 시료였다.
달에는 판 구조 운동이 없고, 풍화와 침식도 없다. 지구는 수십억 년에 걸쳐 지표면이 끊임없이 재생되면서 초기 역사의 지질학적 기록 대부분이 지워졌지만, 달의 암석은 형성된 당시 그대로 표면에 남아 있다.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나아가 지구의 탄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타임캡슐인 셈이다. 아르테미스가 달 남극의 새로운 지점에서 채취해 올 시료들은 아폴로가 열어젖힌 창문을 훨씬 더 넓게 펼쳐줄 것이다.
달 착륙은 아르테미스 IV가 예정된 2028년 이후의 일이다. 화성은 그보다 훨씬 먼 미래이다. 그러나 인류가 지구 너머의 세계에서 살고 일하는 법을 익히는 긴 여정은 2026년 4월,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조용히 다시 시작됐다. 930억 달러짜리 이 프로그램이 결국 묻고 있는 것은 하나이다. 인류는 지구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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