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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본 지구 — 아르테미스 II가 전한 가장 오래된 진실 지구는 둥글고,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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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본 지구 — 아르테미스 II가 전한 가장 오래된 진실

2026년 4월 1일 오후 6시 35분(미 동부 시간), 나사(NASA)의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이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탑재된 오리온 우주선 '인테그리티(Integrity)'에는 네 명의 우주인이 탑승해 있었다.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 조종사 빅터 글로버(Victor Glover),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Christina Koch), 그리고 캐나다 우주청(CSA) 소속 제레미 핸슨(Jeremy Hansen). 이들의 목적지는 달이었다. 착륙은 없다. 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4월 1일부터 11일까지, 총 10일간의 여정이다.

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4월 1일부터 11일까지, 총 10일간의 여정이다. ©NPR, NASA
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4월 1일부터 11일까지, 총 10일간의 여정이다. ©NPR, NASA

인류가 달 근방에 사람을 보낸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이었다. 그러나 이 임무가 특별했던 이유는 달에 닿는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달에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보이는 것, 즉 지구 때문이다. 임무 이틀째, 코크는 지구 전체가 창문 한 칸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며 "방금 지구의 믿기 어려운 풍경을 경험했고, 저 전체 행성이 창문 하나에 담기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감동은 사진으로 전 세계에 그대로 전해졌다.

임무 이틀째, 코크는 지구 전체가 창문 한 칸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며 "방금 지구의 믿기 어려운 풍경을 경험했고, 저 전체 행성이 창문 하나에 담기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NASA
임무 이틀째, 코크는 지구 전체가 창문 한 칸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며 "방금 지구의 믿기 어려운 풍경을 경험했고, 저 전체 행성이 창문 하나에 담기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NASA

 

창문 밖의 지구, 오로라와 황도광을 두른 행성

2026년 4월 2일, 지구-달 전이 궤도 진입 연소(translunar injection burn)를 마친 직후, 사령관 와이즈먼이 오리온 창문을 통해 지구를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이것이 아르테미스 II가 보내온 첫 번째 지구 사진이었다.

사진 속 지구는 광활한 어둠 속에 혼자 떠 있었다. ©NASA
사진 속 지구는 광활한 어둠 속에 혼자 떠 있었다. ©NASA

사진 속 지구는 광활한 어둠 속에 혼자 떠 있었다. 지구가 태양을 가리는 순간,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에 두 개의 오로라가 포착됐고, 오른쪽 아래에는 황도광(zodiacal light)이 삼각형 형태로 빛났다. 황도광은 태양계 먼지 입자에 햇빛이 반사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구에서는 관측 조건이 까다롭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뚜렷하게 보인다. 지구가 태양을 품은 듯 역광으로 빛나는 장면, 그 가장자리를 두 개의 오로라가 감싸고 있는 구도는 어떤 작위적인 구성도 아닌, 우주가 만들어낸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또 다른 사진들에서도 지구는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넓고 휘어진 구름 띠에 감싸인 채 우주선 너머로 떠오르는 듯 보이는 지구의 모습은, 행성 전체가 하나의 구(球)임을 단번에 확인시켜 주었다. 인간이 만든 어떤 지도도, 어떤 위성 이미지도 이 장면을 대신할 수 없었다. 창문 하나에 오롯이 담긴 둥근 행성. 그것이 지구였다.

와이즈먼은 창문이 이미 지문으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이 너무 열심히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관해서 창문 청소 절차를 묻는 메시지를 지상 관제소에 보냈는데, 우주의 경이로움 앞에서 우주인들이 얼마나 창문에 달라붙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소소하지만 인간적인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보여주고 있다. 

 

달 뒤편에서 본 지구의 뜨고 짐 — 54년 만의 재현

임무 6일째인 4월 6일은 이번 여정의 절정이었다. 임무 전문가 코크는 달의 중력권에 진입하는 순간 "우리는 이제 지구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달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놀라운 이정표다."라고 표현했다.

오리온은 달 표면에서 약 4,067마일(약 6,545킬로미터) 상공을 통과하며 달 뒤편으로 들어섰다. 이 순간 승무원들은 '지구 짐(Earthset)'을 목격했다. 달 지평선 너머로 지구가 천천히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약 40분간의 통신 두절이 시작되었다. 이 통신 두절은 유인 우주비행 역사상 가장 긴 것 중 하나였으며, 달 너머에 있는 동안, 네 명의 우주인은 지구와 완전히 단절된 채 '인류가 가 본 가장 먼 곳'에서 외로이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리온이 나타났을 때, '지구가 뜨는(Earthrise)'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해당 사진은 확대된 사진) ©NASA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리온이 나타났을 때, '지구가 뜨는(Earthrise)'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해당 사진은 확대된 사진) ©NASA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리온이 나타났을 때, '지구가 뜨는(Earthrise)'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6년 4월 6일 오후 7시 22분(미 동부 시간), 오리온 창문을 통해 포착된 지구 뜨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그보다 약 40분 전, 같은 창문에는 지구가 지는 장면도 담겼다.

이 두 장면은 즉각적으로 1968년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의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William Anders)는 달 궤도를 돌며 달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지구를 포착했다. 그는 "와, 저거 정말 예쁘다!"라고 외치며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사진이 '지구 뜨다(Earthrise)'였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지구 환경 운동의 상징이 되었으며, 인간이 처음으로 자신이 사는 행성을 하나의 작고 연약한 구체로 바라본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이 연약한 행성에 살고 있으며 그것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앤더스는 회고했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의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William Anders)는 달 궤도를 돌며 달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지구를 포착했다. ©NASA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의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William Anders)는 달 궤도를 돌며 달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지구를 포착했다. ©NASA

아르테미스 II의 '지구 뜨다' 사진은 재현이었다.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아폴로 8호는 달 표면에서 불과 60마일 상공을 비행했지만, 아르테미스 II의 오리온은 최소 100배 더 높은 고도를 지났다. 지구는 그래서 조금 더 작게 보였다. 그러나 달 지평선 위로 둥글게 솟아오르는 푸른 행성의 본질은 58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캐나다 우주인 핸슨은 달 접근 직전 지상과의 교신에서 "지금 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정말 믿을 수 없다."라고 표현하며 이 기록이 오래 유지되지 않기를, 즉 다음 세대가 더 멀리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52,756마일 —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날

2026년 4월 6일 오후 1시 56분(미 동부 시간),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은 지구로부터 248,655마일이라는 아폴로 13호의 기록을 넘어섰다. 임무 최대 거리는 252,756마일, 아폴로 13호 기록보다 4,111마일 더 먼 곳이었다.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날이었다.

아폴로 13호의 기록은 1970년 세워졌다. 산소 탱크 폭발이라는 비극적 사고로 달 착륙을 포기하고 달을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세운 기록이었다. 그 기록을 넘어선 것은 아르테미스 II였고, 이번에는 계획된 비행경로의 결과였다. 역설적이게도 아르테미스 II는 아폴로 13호가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궤도 기법, 즉 자유 귀환 궤도(free-return trajectory)를 사용했다. 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최소화하면서 지구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사령관 와이즈먼은 임무를 마치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리는 지상 250해리 위에 있었고, 그것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250,000마일 단위의 숫자를 다루고 있다. 지상 관제소가 이 우주선을 달 쪽으로 혹은 지구 쪽으로 향하게 할 때마다, 인간이 반드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매일 상기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달 뒤편을 돌면서 승무원들은 과학 관측도 수행했다. 충돌 크레이터, 고대 용암 흐름의 흔적, 달이 수십억 년에 걸쳐 식어가며 형성된 표면 균열과 산등성이들을 사진으로 담고 구두로 기록했다. 색깔, 밝기, 질감의 차이도 보고했으며, 이는 달 표면의 구성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글로버는 달의 명암 경계선(terminator)을 보며 교신에서 이렇게 말했다. "빛의 섬들, 블랙홀처럼 보이는 계곡들. 시각적으로 너무 매혹적이다."

"빛의 섬들, 블랙홀처럼 보이는 계곡들. 시각적으로 너무 매혹적이다." ©NASA
"빛의 섬들, 블랙홀처럼 보이는 계곡들. 시각적으로 너무 매혹적이다." ©NASA

그리고 달 뒤편에서는 또 하나의 역사가 더해졌다. 우주선,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정렬되며 약 한 시간짜리 개기 일식이 우주에서 펼쳐졌다.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은 '우주'에서 개기 일식을 목격한 최초의 인간이 됐다. 달 가장자리 주위로 태양 코로나가 빛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지구에서 보는 일식과는 완전히 다른, 달 너머 우주에서 바라본 일식이었다.

우주선,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정렬되며 약 한 시간짜리 개기 일식이 우주에서 펼쳐졌다. ©NASA
우주선,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정렬되며 약 한 시간짜리 개기 일식이 우주에서 펼쳐졌다. ©NASA

 

지구는 둥글고, 하나

임무 출발 전, 사령관 와이즈먼의 우주선에는 아폴로 8호가 달에 가져갔던 실크 패치가 탑재됐다. 짐 로벨(Jim Lovell)이 달에 가지고 갔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아폴로 8호의 로벨은 2025년 8월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을 위한 기상 음성 메시지를 녹음했다. "나의 옛 동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역사적인 날이다. 바쁘겠지만, 경치를 즐기는 것을 잊지 마라."라고 전해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의 당부대로, 승무원들은 경치를 즐겼다. 창문에 지문을 남기며 지구를 바라보았고, 달 뒤편에서 지구가 지고 다시 뜨는 것을 목격했으며, 우주에서 일식을 감상했다.

오리온 우주선에서 촬영한 달의 모습 ©NASA
오리온 우주선에서 촬영한 달의 모습 ©NASA

아르테미스 II의 오리온은 2026년 4월 10일(미 동부 시간 기준) 태평양 샌디에이고 인근 해상에 스플래시다운 할 예정이다. 달을 돌고 돌아온 네 명의 우주인이 다시 둥근 지구에 발을 디딜 것이다. 그들이 찍어 보낸 사진들은, 이미 수십억 명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지구를 보여줬다. 1968년 앤더스가 그랬던 것처럼, 2026년 아르테미스 II도 지구를 하나의 구체로, 하나의 행성으로, 하나의 집으로 다시 보게 만들었다.

지구는 아름답고, 둥글고, 하나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인류는 다시 달까지 갔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4-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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