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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만의 유인 달 비행, K-라드큐브도 함께 날았다 아르테미스 II 발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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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II 발사 성공!

2026년 4월 2일 오전 7시 35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 39B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나사(NASA)의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이 오리온(Orion) 우주선을 싣고 깊은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 것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인간이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을 향해 출발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2026년 4월 2일 오전 7시 35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 39B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Jim WATSON/AFP via Getty Images
2026년 4월 2일 오전 7시 35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 39B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Jim WATSON/AFP via Getty Images

특히, 이 로켓 안에는 우주비행사 4명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기술이 응집된 초소형 위성 'K-라드큐브(K-RadCube)'도 함께 우주로 향했기 때문이다. 

 

열 번의 날짜 변경 끝에 이룬 발사

사실, 아르테미스 II의 발사 날짜는 무려 열 번이나 변경되었다. 수소 누출, 헬륨 흐름 이상, 북미 한파 등 크고 작은 기술적 문제들이 발목을 잡으며 당초 2026년 2월 목표는 두 달이나 밀렸는데, 이에 발사 당일에도 긴장은 쭉 이어졌다. 카운트다운 52분을 남기고 비행 종료 시스템(FTS)에서 결함이 발생해 발사 준비 상황이 'No-Go'로 전환되었지만, 엔지니어들이 우주왕복선 시대의 레거시 장비를 급히 꺼내 문제를 해결하며 예정 시각에 발사를 강행했다.

나사 제러드 아이잭먼 국장은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54년의 짧은 막간극이 끝났다. 나사는 다시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우주임무에 복귀했다"고 선언했다. ©NASA
나사 제러드 아이잭먼 국장은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54년의 짧은 막간극이 끝났다. 나사는 다시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우주임무에 복귀했다"고 선언했다. ©NASA

예상치 못한 변수는 또 있었다. 발사 직후 크리스티나 코크 비행사가 "화장실이 스스로 꺼지며 경고등이 켜졌어요"라고 설명하며, 오리온 우주선 내 화장실 고장을 미션 컨트롤에 보고했다. 지상팀은 임시방편으로 개인 휴대용 소변 장치를 사용하라고 안내하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처럼 우주 비행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언제나 존재한다.

나사 제러드 아이잭먼 국장은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54년의 짧은 막간극이 끝났다. 나사는 다시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우주임무에 복귀했다"고 선언했다.

 

역사를 새로 쓴 승무원 4인

아르테미스 II의 승무원은 아폴로 시대와 선명하게 대비된다. 아폴로의 24명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이번 임무에는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 캐나다 우주국 소속 제러미 한센이 탑승했다. 글로버는 저지구궤도 너머를 비행한 최초의 유색인종, 코크는 최초의 여성, 한센은 나사 임무 사상 최초의 비미국인이 됐다.

이번 임무에는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 캐나다 우주국 소속 제러미 한센이 탑승했다. © Bill Ingalls/NASA via AP
이번 임무에는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 캐나다 우주국 소속 제러미 한센이 탑승했다. © Bill Ingalls/NASA via AP

조종사 빅터 글로버(49)는 캘리포니아 포모나 출신의 해군 대위로, 출발 전 언제나 길 스콧-헤런의 '하얀 사람들의 달'과 마빈 게이의 곡을 들으며 아폴로 시대를 되새긴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코크(47)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28일을 보낸 여성 최장 체류 기록 보유자인데, 10일이면 괜찮다고, 지난번보다 훨씬 짧다고 밝히며 여유를 보였다. 반면ㅡ 캐나다의 제러미 한센(50)에게는 이번이 첫 우주 비행이다. 발사 전 그는 "달을 보면 이제 예전보다 좀 더 멀게 느껴진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50)은 2020년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뒤 두 딸의 반대를 설득하며 임무에 지원했다. 그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 달을 돌아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단 네 명뿐입니다. 저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라고 밝혔는데, 다음 날 아침 그의 딸들은 직접 만든 달 모양 컵케이크로 그를 응원했다고 한다. 

 

10일간의 여정 — 아르테미스 II는 무엇을 하나

아르테미스 II는 달에 착륙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10일 동안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아르테미스 II는 달에 착륙하지 않는다. © NASA
아르테미스 II는 달에 착륙하지 않는다. © NASA

발사 직후 ~ 1일 차: 발사 약 8분 후 SLS 로켓의 코어 스테이지 엔진이 꺼지고 분리된다. 오리온 우주선은 지구 궤도에 진입해 약 25시간을 머물며 모든 시스템을 점검한다. 이 구간에서 승무원들은 상단 추진 단계(ICPS)와 분리된 뒤 오리온을 수동으로 조종해 그 주위를 비행하는 도킹 연습을 수행한다. 미래 유인 달 착륙선과의 랑데부를 대비한 훈련이다.

2일 차: 오리온의 주엔진이 점화되며 지구 중력을 벗어나 달을 향해 출발한다. 참고로 달까지의 거리는 약 40만km이다.

3~5일 차: 달을 향해 비행하며 생명유지장치, 심우주 통신 시스템, 방사선 차폐 능력 등을 유인 환경에서 처음으로 검증한다. 우주복 착용 시험, 심폐소생술(CPR) 시연 등 심우주 생존 훈련도 이어진다.

6일 차 — 하이라이트: 오리온이 달 뒷면을 약 3시간에 걸쳐 근접 비행한다. 달 표면에서 약 6,400km까지 접근하며, 이 과정에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이 지점에서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지구로부터 최대 거리 기록을 경신할 예정이다. 달 뒷면을 통과하는 약 45분간 승무원들은 지구와의 통신이 완전히 차단된다.

7~9일 차: 달의 중력을 이용해 지구를 향해 귀환하기 시작한다. 7일 차에 승무원들은 달 뒤편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촬영한다. 1968년 아폴로 8호의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의 현대판을 남기는 것이 목표이다.

10일 차 — 귀환: 오리온이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며 캘리포니아 해안에 낙하산 스플래시다운으로 착수한다. 해군 회수선이 샌디에이고 앞바다에서 대기 중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수집하는 생명유지 시스템의 신뢰성, 심우주 방사선의 실제 수치, 오리온 우주선의 내구성 등의 데이터들은 2027년 착륙선 도킹 연습 임무와 2028년 유인 달 착륙의 실질적 기반이 될 예정이다. 

 

우주에서의 일상 — 작은 캠핑카에서 10일을

오리온 캡슐 내부는 소형 캠핑카 정도의 공간이다. 즉, 4명이 10일을 함께 지내야 한다. 벽과 천장에 고정된 침낭에서 잠을 자고, 하루 세 끼 식사는 정해진 메뉴에서 골라야 하며, 맥앤치즈, 토르티야, 채소 키슈 등 물을 넣어 재수화하거나 워머로 데워 먹는다. 냉장고가 없어 신선 식품은 반입 불가하다.

4명이 동시에 8시간 수면을 취하도록 일정이 짜여 있고, 캐나다 우주국이 개발한 요요 형태의 운동 기구로 하루 30분씩 근육과 뼈 손실을 막는 운동도 필수이다.

한편, 아폴로 시대 우주비행사들이 기저귀와 비닐봉지에 의존했다면, 오리온에는 진공 흡입 방식의 소형 우주 화장실이 탑재되었다. 앞선 설명처럼 발사 직후 고장이 났지만 다행히 곧 해결되었다고 한다. 

 

K-라드큐브 — 삼성·SK 반도체도 함께 날았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K-라드큐브는 국내 개발 탑재체가 나사의 유인 우주 임무에 동행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K-라드큐브는 한국시간 2일 낮 12시 58분경 고도 약 4만km에서 성공적으로 사출되었으며. 이후 K-라드큐브는 밴앨런 복사대를 통과하며 고에너지 방사선을 고도별로 정밀 측정하는 독자 임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밴앨런 복사대는 달을 향해 비행하는 모든 우주비행사들이 필연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여기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향후 유인 달 탐사의 안전 설계에 직접 쓰일 예정이다. 

한편, K-라드큐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자도 부탑재체로 실렸다. 우주 공간의 강력한 방사선 환경에서 국산 반도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 뉴스페이스 시장에서 국산 부품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 이후 미온적인 태도로 비판받던 한국의 우주 탐사 참여가 이번 K-라드큐브를 계기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를 보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전문가들은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 이후 미온적인 태도로 비판받던 한국의 우주 탐사 참여가 이번 K-라드큐브를 계기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를 보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나라스페이스 박재필 대표는 "나사의 배터리 기준과 열폭주 시험 등 기존의 일반적인 큐브위성에서 하지 않았던 기준을 통과해야 했다"며 "1년 1개월이라는 짧은 사업 기간 안에 AI 기술을 활용해 설계부터 발사 준비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한편,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발사 전날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스를 직접 방문해 "우리 기업들이 달과 화성을 넘어 심우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우주청이 든든한 파트너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 이후 미온적인 태도로 비판받던 한국의 우주 탐사 참여가 이번 K-라드큐브를 계기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를 보내고 있다. 

 

달은 이제 '영토'이다 — 아르테미스 III를 향해

아르테미스 II가 그리는 궤도는 10일짜리 시험 비행이지만 그 뒤에는 촘촘한 로드맵이 이어진다. 2027년에는 오리온 우주선과 달 착륙선의 궤도 도킹 연습이 예정돼 있고, 2028년에는 아르테미스 III를 통해 달 남극 유인 착륙을 수행한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도 2030년 이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발사 계획을 이어가고 있어, 달 남극 자원 선점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아폴로 16호 달 탐사대원으로 1972년 실제 달을 밟았던 찰리 듀크(90)는 이번 발사를 지켜보며 "첫 번째 임무들이 성공하고 달 남극에 착륙하기 시작하면 수백만 명이 지켜볼 겁니다.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저도 꼭 볼 겁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54년 전 아폴로의 발자국이 냉전의 산물이었다면, 아르테미스의 발자국은 국제 협력과 자원 경쟁이 뒤섞인 새로운 시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로켓 안에 K-라드큐브가 실렸다는 사실은, 한국이 그 역사의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임을 선명하게 새긴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4-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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