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우주청을 출범 시키다
지난 2025년 4월 20일, 이집트 카이로의 이집트 우주도시에서 아프리카 우주청(AfSA: African Space Agency)이 공식 출범했다. 이는 단순한 조직 신설이 아니라 아프리카 55개국이 하나의 목소리로 우주 개발에 나선다는 역사적 선언이다. 전문가들은 이로서 아프리카 대륙이 우주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중국의 전략적 투자와 서구 세계의 우려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우주 개발 전문가 테미다요 오니오선(Temidayo Oniosun)은 "아프리카에서 우주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는데, 이유는 1960년대 미국의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핵심 인프라를 제공했고, 이것 없이는 "임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달라진 점은 이제 아프리카 국가들이 단순히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설계하고 소유하며 운영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우주항공청(KASA: Korea AeroSpace Administration)은 지난해 2024년 5월 2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산하에 두고 기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부처에서 우주·항공 관련 업무를 이관받으며 출범한 바 있다.
실용주의적 접근: '목적을 위한 수단'
흥미로운 점은 아프리카의 우주 개발은 서구나 중국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니오선은 "아프리카에서 우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즉, 달이나 화성 탐사와 같은 장대한 꿈보다는 현실적 필요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오니오선은 우리는 '달이나 화성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대신 '이 위성을 이용해 우리 마을에 연결성을 제공할 수 있다. 홍수와 가뭄 문제가 있고, 농장 수확량이 좋지 않은데, 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실용적 접근은 아프리카 우주 과학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우주 프로그램 관리자 올루그벤가 올루모디무(Olugbenga Olumodimu) 역시 이러한 아프리카 우주 과학을 "매우 틈새적"이라고 평가한다. 적도 지역 특유의 물리적 조건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태양폭풍의 영향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북반구에서는 주로 항공기와 지상 관제소 간 무선 통신에 위협이 되지만, 나이지리아에서는 석유 파이프라인 성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나이지리아 탄화수소 경제의 핵심 요소이다. 이처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가 있어야 완전한 과학적 이해가 가능하다.
30년간의 협력과 새로운 전환점
유럽과 아프리카는 실제로 30년간 우주 분야에서 협력 해왔다. 이는 2025년 1월 유럽연합이 1억 유로 규모의 새로운 아프리카-EU 우주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이들의 협력을 재확인한 바 있으며, 유럽우주청(ESA)의 아프리카 대외관계 전문가 토마스 바이센베르크(Thomas Weissenberg)는 "지난 5-8년간 협력이 더욱 집약적이 되었으며, 지정학적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 우주청의 출범은 이러한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20년 이상의 우주 프로그램 역사를 가진 국가들과 2017년 설립된 케냐 우주청, 에티오피아, 르완다 같은 신생 우주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올루모디무는 "우주 개발국"과 "우주 희망국"을 구분하면서도, 현재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에서 첫 통신위성을 시작할 때는 일부 작업을 영국 서리 위성센터에서 했고 발사는 아시아에서 했지만, 지금은 아프리카 대륙 자체에서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략적 진출
사실 아프리카 우주청의 성공적 출범 뒤에는 중국의 막대한 투자가 있었다. 바이센베르크는 이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중국이 건물부터 기술 인프라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AfSA 전체 부지를 건설했고, 그들은 투자의 대가로 그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통제권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바이센베르크는 이에 대해서 중국의 통제권을 얻는 방식은 '이토록 간단하다'고 꼬집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23개의 양자 우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위성 발사부터 지상국 인프라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2기, 나이지리아 2기, 알제리·수단·이집트 각 1기씩 총 7기의 위성을 발사해 주었으며, 나미비아에는 중국 원격측정추적지휘소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집트와의 협력이다. 2023년 6월 중국이 카이로에 위성 조립·시험 센터 건설을 완료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주도의 국제 달 연구소(ILRS) 협력을 포함한 일련의 우주 협정을 체결했다. 2023년 발사된 MISRSAT-2는 600km 상공에서 자원 조사, 환경 재해 모니터링, 도시 계획, 농림업 작물 성장 평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위성은 중국 지원으로 건설된 조립·통합·시험(AIT) 센터에서 제작되어 아프리카 최초로 완전한 위성 개발 역량을 갖춘 사례가 되었다.
베이더우(BeiDou) 위성항법시스템은 아프리카 농업, 도시계획, 인프라 건설, 교통 서비스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모잠비크 가자 주 샤이샤이 시에서는 현지 농민들이 베이더우 기반 드론을 사용해 농지 조사, 파종, 살충제 살포를 하고 있다. 수동 살포가 시간당 약 2,000-2,700 제곱미터만 커버하는 반면, 드론은 수백 무를 동시에 살포하고 야간작업도 가능하다.
미국 우주군 사령관 스티븐 화이팅(Stephen Whiting)은 이러한 중국의 우주 분야 급속한 발전에 대해 "숨이 멎을 정도의 성과"라고 표현하며, 개발도상국과의 파트너십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실제로 지난 2년간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경쟁하기 위해 저궤도 통신위성 발사를 가속화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 원조를 삭감하면서 미국의 국제 우주 파트너십이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연방정부 규모 축소를 주도하면서 역사적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지원해 온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의 우주 부문 개발을 위해 자금과 기술 전문성을 제공하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평화연구소 싱크탱크에 따르면, 중국은 위성과 지상국 자금 지원을 포함해 아프리카에서 23개의 양자 우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향후 전망과 과제
AfSA의 출범은 아프리카가 단순한 우주 기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엔지니어링 인재를 활용해 자체 우주 기술을 개발하려는 아프리카의 노력이 성공한다면, 이는 글로벌 우주 경제와 거버넌스 구조에서 대륙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 역량 구축, 그리고 아프리카 우주 부문의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발전을 보장하는 정책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바이센베르크는 AfSA의 미래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아프리카는 유럽보다도 더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지원이 있는 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19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아프리카 우주 경제는 2026년까지 1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어 우주 인프라 개발의 핵심 무대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의 아젠다 2063에서도 아프리카 외우주 프로그램을 "아프리카의 경제성장과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핵심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격상시켰다.
물론 우주 협력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새로운 우주 경쟁의 위험성도 부각시킨다. 견제되지 않는 강대국들의 우주 경쟁은 아프리카 우주 자산과 인프라의 군사화로 이어져 안정성과 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기술과 전문성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어 우주 영역에서의 자율성과 주도권이 제한될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가치에 기반해 다양한 국제 파트너와 협력하는 다변화된 접근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토착 역량 개발과 민간 부문 행위자 및 연구기관을 포함한 활발한 현지 우주 생태계 조성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우주 프로그램 간의 지역 협력은 자원 통합, 지식 공유, 글로벌 우주 거버넌스에서 아프리카 관점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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