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항공·우주
공채영 객원기자
2005-11-15

우주에서 만난 호프만 이야기 예술의 전당,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미술의 팝아트에서 아인슈타인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연주자의 가벼운 손놀림으로 아름다운 선율에서 듣기 거북한 선율까지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아인슈타인이 캔버스의 주제가 되고, 악기에 물리적 원리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예술과 과학이 결합된 세계로 한 발자국 다가서 보는 것은 어떨까.


예술의 전당에 우주선이 떴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어온다. 우면산 산자락에 우주선이 떴다니 참으로 이상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우주선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알고 보니 오페라의 무대가 우주선이다. 예술의 전당은 오는 22일에서 27일까지 프랑스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를 공연한다.


<호프만 이야기>는 오페레타(희가극) 작곡가로 유명한 오펜바흐(1819~1880)가 남긴 유일한 장편오페라로 독일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의 단편소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 내용은 호프만이 안토니아, 줄리에타, 올림피아 세 여인을 만나면서 꿈꾸고 체험하는 사랑 여행기이다. 극에서 우주선이 등장한다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운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 호프만의 이력을 살펴보면, 관람자들은 연출자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랄 것이다.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은 18세기 후반, 베토벤과 동시대의 사람이고 소설가, 작곡가,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낭만주의 예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쉘리 (Mary Shelly)의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포우(E. A. Poe)의 몇몇 이야기와 함께 과학소설의 문학적 선조로 인용되고 있다. 과학소설이란 용어는 영어의 Science Fiction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원래 이 단어는 1923년 휴고 건스백이 <과학과 발명>지 전부를 과학소설 특집호로 발간하면서, 과학소설의 개념을 “과학적 사실과 예언적 비전이 뒤섞인 멋진 로맨스”로 정의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과학소설의 선구자 호프만의 희극인 <호프만 이야기>는 음악을 만나면서 1881년에 오펜바흐(Jacques Offenbac)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탄생했다. <호프만 이야기>는 바르비에(Jules Barbier)와 미셸 카레(Michel Carr)의 동명 희극을 바탕으로 피에르 바르비에(Pierre Barbier)가 대본을 썼다.


호프만 이야기에서 눈에 띄는 점은 등장인물의 직업이다. 스팔란차니는 극 속에서 이탈리아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기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설정되었다. 오페라에서 과학자가 등장인물로 나온 경우는 드문 경우이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스팔란차니는 산 사람과 같이 보이는 아주 정밀한 젊은 미녀 인형을 만들었다. 이 인형은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걸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인형은 “네” 또는 “아니오” 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오페라 2막이 시작할 때, 과학자 스팔란차니는 실험실에서 자기의 발명품인 기계인형을 보며 자기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인형이라며 기뻐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제자인 호프만에게 실험실을 구경하라고 말하면서 나간다. 여기서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혼자 남은 호프만이 한쪽 구석에 커튼으로 가려진 인형 올림피아를 박사의 딸이라고 여겨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오페라에서 과학자와 실험실이 등장한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인형을 사랑한다는 설정도 당시에 오페라 줄거리와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이는 당시의 상황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호프만 이야기>는 오페라 부파에 해당된다. 오페라 부파는 오페라 코믹이 갖는 낭만주의적 유머 감각이 확대되어 탄생한 양식이다. 물론 오페라 부파의 창시자인 오펜바흐는 낭만주의 음악가로써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낭만주의의 낭만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프랑스의 “le roman (소설,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문학과 예술에서 낭만주의는 19세기 초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20세기 초까지 거의 한 세기를 풍미했다.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은 유럽사회의 산업혁명을 더욱 촉진시켰고, 이와 같은 배경 아래 낭만주의가 태동했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은 낭만적 요소에 독일적 특성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양식이다. 1770년경 초기 독일 낭만주의는 처음에 젊은 괴테, 헤르더, 실러 등을 대표로 하는 문학에서 시작했다. 독일 문학의 일반적인 특징은 전통에 대립되는 태도, 자유의 갈망, 개성의 존중, 중세에 대한 동경 등으로 함축할 수 있다. 그리고 문학에 음악적 요소가 더해진 낭만주의 음악은 고전주의 음악과 다른 특색을 보였다.


그것은 일상생활이 아닌 상상의 세계를 추구하고, 공간적 시간적으로 아득하고 무한한 것을 동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낭만주의 음악은 신비한 것, 신기한 것, 공상적인 것, 경이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호프만 이야기>는 비사실적인 낭만주의적 요소를 극에 가미해 성공한 작품이다. 이 오페라는 구노의 <파우스트>와 함께 19세기 후반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번 공연은 관객이 극장에 들어서면서 기존 오페라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원작과 다르게, 시간은 지금부터 200년 전에서 200년 후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했고, 공간도 지상이 아닌 우주공간이다. 극은 인간들이 환경오염으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우주정거장으로 피신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주인공 호프만도 우주비행사 니클라우스의 안내로 날아서 등장한다. 연출자 이윤택은 “환경과 생태가 파괴된 200년 후의 지구의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사랑도 그 의미를 잃고 있다는 지금의 현실을 담고, 한 인간의 사랑의 역사가 지구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요즘처럼 과학을 주제로 하는 오페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 극은 원작을 우주공간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지만, 관객들은 그 원작 속에 등장한 주인공들을 보면서 과학자가 숨쉬는 오페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일자 : 2005년 11월 22일(화) - 11월 27일(일) 단, 24일(목) 공연 없음

공연시간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사 이 트 : http://www.sac.or.kr/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11-1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