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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권예슬 리포터
2025-04-10

우주에서 만든 된장 맛은 어떨까? 미소의 짠맛과 감칠맛은 유지하면서도 견과류 풍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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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칠맛이 매력인 미소 된장을 우주에서 발효시키는 실험이 진행됐다. 견과류 맛이 풍부하게 나면서도 섭취하기 안전하다는 결론이다. ⒸJ.D.E

▲ 감칠맛이 매력인 미소 된장을 우주에서 발효시키는 실험이 진행됐다. 견과류 맛이 풍부하게 나면서도 섭취하기 안전하다는 결론이다. ⒸJ.D.E

2008년 4월 12일,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는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우리 발효 식품인 김치를 중심으로 한 한식을 우주에서 선보인 날이다. 우주인들은 멸균 처리한 우주식을 주로 섭취한다. 앞으로는 우주인들이 장 담그기 명인들처럼 직접 장을 담가 먹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매사츄세츠공대(MIT) 및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연구진은 우주에서 ‘미소 된장’을 발효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렸다. 

 

우주인들의 집, ISS

국제우주정거장은 연구소이자 집이다. 6명의 우주인이 지구 약 400㎞ 높이의 저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이 기지에서 실험하고, 생활한다. 무중력, 방사선 노출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요인과 제한된 공급망, 고립, 문화적 차이를 넘어 ‘원팀’을 구성해야 하는 독특한 환경이다. 국적도 다양한 우주인들이 있는 이곳에서 식량을 설계하고 조달하는 일은 ISS에서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우주 탐사의 복잡성은 우주 음식을 연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준다. 실험을 위해 생물학적 재료를 우주로 보내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까다로운 안전·보관·운송 요구 사항이 존재한다. 신선한 음식 샘플을 연구하는 것은 우주인이 직접 섭취를 해서 실험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어렵다. 긴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에서 식량 개발은 최우선 순위는 아니었기에 우주인의 식량에 대한 감각적 분석 결과도 거의 없다. 우주인들이 우주에서는 평소보다 미각과 후각이 감소하고 짠맛, 매운맛, 감칠맛이 풍부한 음식을 선호한다고 보고했을 뿐이다.

▲ 우주정거장의 승무원들이 추수감사절 만찬을 즐기고 있는 모습. ⒸNASA

▲ 우주정거장의 승무원들이 추수감사절 만찬을 즐기고 있는 모습. ⒸNASA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선진 식품 기술 프로젝트(Advanced Food Technology Project)’를 통해 화성 여행 등 장기 임무에 필요한 식품을 연구한다. 안전성, 영양, 유통기한 및 비용이 주요 고려 사항이다. 현재 ISS에서 섭취하는 식품은 대부분 동결 건조된 상태로 재활용 식수와 함께 제공된다. ‘베지(Veggie)’라는 채소 생산 시스템을 사용해 식용 식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우주 최초의 신선 식품은 2015년 재배에 성공한 적색 로메인 상추다.

발효 식품은 건강상의 이점이 많다. 김치를 비롯한 몇 가지 발효 및 저온 살균 제품이 ISS로 보내졌지만, 이들은 ‘우주와 같은 조건’에서 실험된 후 보내졌다. 아직 실제 우주에서 식품 발효를 수행한 적은 없다. 

▲ 김치, 라면에 이어 다양한 한식이 우주식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 김치, 라면에 이어 다양한 한식이 우주식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30일 동안 우주에서 미소 된장 발효

미국과 덴마크 연구진은 우주인의 새로운 식량으로 ‘미소 된장’에 주목했다. 미소 된장은 콩과 소금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의 조미료다. 미소를 고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실용적이다. 단단하고 견고한 구조를 가져 ISS의 다른 실험과 장비를 손상시킬 위험이 적다. 두 번째는 과학적이다. 미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최근 급증한 만큼, 연구의 과학적 가치도 높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맛도 좋다. 강한 풍미와 풍부한 감칠맛으로 우주인의 풍미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짠맛과 매운맛은 무중력 환경에서 감각을 되살리기 좋다. 또한 미소는 영양가가 매우 높고, ISS의 다문화 환경에서 동아시아권의 문화를 표현하기 유리한 식재료다.

제1저자인 조슈아 에반스 덴마크대 박사는 “저궤도 우주 환경에서는 무중력과 방사선 증가 등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이는 미생물의 성장과 대사 작용 그리고 발효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연구진은 우주에서 식품 발효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우주에서 발효된 음식의 맛이 지구에서 발효된 음식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연구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30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미소 된장을 발효시키기 위해 저염 스타일의 미소를 제조했다. 미소 혼합물은 식품의 통합인증 안전 관리 기준인 ‘해썹(HACCP)’ 기준에 맞춰 덴마트 코펜하겐에서 생산됐다. 연구진은 이를 삼등분하여 실험 시작까지 냉동 보관했다. 각 부분은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하여 ISS, 미국 매사추세츠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발효됐다. 연구진은 발효 과정의 온도, 습도, 압력, 가스 방출 및 방사선을 측정하기 위해 미소를 환경 감지 상자에 보관했다.

▲실험 설계. 미소 된장 재료를 3등분 하여 ISS와 덴마크, 미국에서 발효를 진행했다. ⒸiScience

▲실험 설계. 미소 된장 재료를 3등분 하여 ISS와 덴마크, 미국에서 발효를 진행했다. ⒸiScience

2020년 3월 연구진은 미소가 담긴 작은 용기를 ISS로 보냈다. ISS의 발효 온도는 약 36.3℃로 지상(19.9~23.1℃)보다 더 높았다. 환경 감지 상자가 다른 발열 장비 사이에 단단히 보관되어 있어 주변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발효 온도는 미생물 군집 형성과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방사선의 경우 ISS 발효 환경의 방사선율이 지구보다 약 120배 더 높았다.

연구진은 30일 우주여행 후 귀환한 미소와 지구에서 발효한 미소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사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소 된장은 우주에서도 성공적으로 발효됐다. 평가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소 된장의 특징인 짠맛, 감칠맛 등 풍미가 모든 표본에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지구에서 발효한 미소 된장과 비슷한 냄새와 맛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주 발효 미소 된장은 견과류 같은 맛이 더 강했다. 성분 분석 결과 박테리아 군집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섭취하기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 ISS에서 발효한 우주 미소(가운데, 861)와 지구에서 발효한 미소의 색감과 맛, 향 그리고 성분을 비교했다. ⒸMaggie Coblentz

▲ ISS에서 발효한 우주 미소(가운데, 861)와 지구에서 발효한 미소의 색감과 맛, 향 그리고 성분을 비교했다. ⒸMaggie Coblentz

에반스 박사는 “생명체가 우주와 같은 새로운 환경으로 여행할 때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연구”라며 “미래 장기 우주 임무에서 새로운 형태의 요리가 가능해져 우주인의 웰빙과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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