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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21-11-03

지구 위협하는 소행성, 미사일로 파괴한다 잡석으로 이루어진 소행성은 금속봉 관통만으로 해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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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격언이 있지만,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는 즐기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바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상황이다. 물론 소행성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작은 소행성이라도 지구와 충돌하면 대부분의 생명체는 멸종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비극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과학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인위적으로 소행성을 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DART 프로젝트는 소행성의 경로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 NASA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소형 우주선을 2개의 쌍둥이 소행성에 실제로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실제로 변경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프로젝트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기획되어야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로 다가오는 모든 소행성의 존재를 빠짐없이 감시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존하는 관측기술로는 모든 소행성의 접근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다가오는 소행성을 갑자기 발견하여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을 때를 고려한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갑자기 나타나는 소행성은 파괴만이 해답

지난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운석이 폭발하면서 수천 명의 주민들이 다치고 수천 채의 건물이 파손되는 등 인근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당시 과학자들은 지상에 떨어진 운석 조각을 분석한 결과, 지름 20m에 총 중량이 1만 3천 톤에 달하는 소행성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폭발 당시 위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40배에 해당하는 규모였지만, 다행히 지상에 충돌하기 전에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더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운석에 의한 피해도 피해이지만, 당시 과학자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하여 폭발할 때까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망원경으로 쉽게 관측하여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운석이 지구 코앞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 대해 충격을 받은 것이다.

러시아 상공에서 폭발했던 운석의 유성운 ⓒ wikipedia

그 이후 과학자들의 소행성 충돌에 대한 대처방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크고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소행성들은 현재 연구하고 있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사례처럼 지구에 초근접한 소행성들은 전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령 크기가 작은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할 때, 이를 레이더가 포착한다 하더라도 현존하는 인류의 기술로는 소행성을 비껴가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다가오는 소행성을 파괴하는 길밖에 없다.

탄도 미사일 아닌 금속봉 관통시켜 소행성 파괴

소행성을 파괴하는 하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에도 등장했던 핵폭탄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핵폭탄을 사용하는 것은 소행성 충돌만큼이나 여러 가지 위험성을 안고 있다.

효과는 가장 확실하겠지만, 만약 대기권에서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발시켰을 때 발생하는 방사선 낙진은 대기를 장기간 오염시킬 수 있다. 소행성 충돌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위험이라면, 핵폭탄 사용은 오랜 시간에 걸쳐 고통받는 위험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러시아 과학자들은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가정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파괴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한 바 있다. 99942아포피스(Apophis)라는 이름의 이 소행성은 축구경기장 3개를 합친 어마어마한 크기로서 지난 2004년 처음 발견됐다.

소행성의 궤도 상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오는 2036년이면 지구에 최대한 접근하여 위협을 줄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러시아 과학자들이 99942아포피스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ICBM으로 소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려 한 것이다.

비록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이 프로젝트 추진을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지구 가까이에서 핵폭탄이 터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인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봉 탑재 미사일 지구 근접 방어 시스템의 개요 ⓒ Alexander Cohen

이처럼 소행성 파괴가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미 캘리포니아대의 ‘필립 루빈(Philip Lubi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새로운 시각에서 소행성 파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루빈 교수와 연구진은 소행성이 갑자기 등장했을 때를 대비하는 전략인 ‘지구 근접 방어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다. ‘종말 단계 행성 방어(Terminal Planetary Defense)’란 이름의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처럼 공중에 뜬 대상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방어 시스템 역시 미사일로 소행성을 요격하는 것이지만, 차이점이라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합금으로 이루어진 금속봉들을 탑재하는 것이다. 파괴력은 핵폭탄에 비할 것이 못되지만, 금속봉들이 총알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 소행성을 관통하면 산산조각이 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루빈 교수는 “소행성의 경우 대부분 잡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강한 외부의 충격이 있으면 산산조각이 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밝히면서 “이렇게 부서진 조각들은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타버리기 때문에 지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1-1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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