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질학이나 고생물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적어도 5번의 ‘대멸종’ 사건을 겪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멸종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소행성 충돌이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구의 대멸종을 초래할 사건이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행성 외에도 혜성이나 태양의 이상 활동, 또는 인공위성처럼 사람이 만든 인공우주물체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 우주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같은 의문에 대해 답을 들을 수 있는 행사인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의 네 번째 강연이 지난 24일 온라인상에서 개최됐다.
과학 대중화를 목표로 설립된 카오스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태양계를 시작으로 행성과 은하 등 우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우주 위협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소행성 충돌
‘지구멸망 시나리오’라는 다소 섬뜩한 주제에 대해 발표한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센터장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현상들을 소개하며 대표적인 현상들로 ‘은하 간 충돌’과 ‘초신성 폭발’, 그리고 ‘블랙홀 접근’ 및 ‘우주 방사선 피폭’ 등이 꼽힌다.
‘우주 방사선(cosmic ray)’은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의 각종 입자 및 그들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여 만들어낸 입자들을 가리킨다. 방사선의 일종인 우주 방사선은 별이 폭발할 때나 블랙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우주 공간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우주 방사선은 에너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전자장치는 물론 사람의 DNA까지도 파괴할 수 있다.
이처럼 위협적인 방사선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안전할 수 있는 이유는 지구가 자기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은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의 방향을 우회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자기장이 부족한 다른 행성은 그대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 센터장은 “우주 방사선을 제외하고는 은하 간 충돌이나 초신성 폭발, 또는 블랙홀 접근 같은 사건은 일어날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라고 밝히며 “오히려 태양 이상 활동이나 지구로 접근하고 있는 소행성 등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사건들”이라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의 설명처럼 우주에서 벌어진 사건이 지구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블랙홀의 접근보다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 충돌이 훨씬 높다. 물론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 충돌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소행성이나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인 운석(meteorite)이 지구와 부딪친 사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는 너비 100㎞에 달하는 ‘칙슬루브 충돌구(Chicxulub Crater)’ 조성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이 충돌구가 약 6,600만년 전에 생성되었으며, 이로 인해 당시 번성하던 공룡이 멸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이와 같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운석 충돌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라고 소개하며 “그런 인류가 가진 공포심을 미국의 헐리우드는 적절하게 이용하여 여러 가지 소재를 담아 다양한 운석 충돌 영화들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와 함께 지구 방위에 동참 추진
지금의 상황에서 지구가 우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볼 때 소행성이나 혜성, 또는 여기서부터 떨어져 나온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일일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산하기관인 PDCO(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다양한 크기의 천체들을 막아 인류를 보호하는 일종의 지구방위대 같은 곳이다.
PDCO의 임무는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과 혜성 같은 다양한 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천체들은 지구 대기권 진입 시에 소멸하지만, 크기가 클수록 지상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조 센터장의 설명에 의하면 NASA는 소행성과 혜성 관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현재까지 지구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근처에 있는 천체 중 지름이 1,000m가 넘는 천체 들은 이미 95% 이상 발견된 상태이고, 500m~1,000m에 해당하는 천체도 80%에 달한다.

조 센터장은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소행성만 하더라도 2020년 12월 현재를 기준으로 약 2,000여 개가 존재한다”라고 언급하며 “이같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NASA뿐만 아니라 전 세계도 UN 산하의 국제소행성 경보네트워크(IAWN)와 우주임무기획자문그룹(SMPAG)을 구축하는 등 국제적인 공동대응 체계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구와 소행성 간의 충돌을 예방하는 프로젝트에 몇몇 선진국들이 참여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자연적인 천체보다 인공적으로 만든 천체인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등이 지구로 추락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작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텐궁 1호가 고장으로 인해 지구로 추락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에 휩싸인 일도 벌어진 바 있다. 그 밖에도 국내 합천 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지형이 ‘운석 충돌구’임을 밝혀내는 성과도 거뒀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조 센터장은 “우주 환경 감시기관으로서 천문연구원의 임무는 우주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상황실을 운영하여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국가적 위험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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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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