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큐브샛 발사가 급증하면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인공위성 추진제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미항공우주국(NASA)은 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신개념 큐브샛을 시험 발사했다. ‘PTD-1’이라 명명된 이 위성은 앞으로 지구 저궤도를 돌며 새로운 추진 시스템의 성능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NASA가 ‘물’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이유
인공위성의 수명은 추진 시스템의 작동 여부와 직결된다. 추진력이 있어야 궤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추진기가 고장 나거나 연료가 떨어지면 폐기 수순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부분 큐브샛은 추진 시스템을 생략하곤 한다. 매우 작은 크기에 복잡한 추진기와 부피가 큰 연료 탱크를 넣기 어렵고, 기술력과 제작비 문제로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추진 시스템을 갖추려 해도 기존 연료는 사용하기 힘들다. 흔히 사용되는 로켓 추진제는 추력을 높이기에 유리하지만, 독성이나 폭발 위험성이 있어서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은 값비싼 중대형 위성 등과 함께 발사되기 마련인 큐브샛 설계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물은 추진제로서 몇 가지 이점이 있다. 휘발성이나 독성이 없어서 기존 로켓 연료보다 훨씬 다루기 쉽고, 그 자체로는 폭발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착안한 NASA는 새로운 인공위성 추진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물을 연료로 사용하면 우주까지 안전하게 싣고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위성 궤도에서 전기분해를 통해 발생한 수소와 산소를 연소시킨다. 비록 추력은 약하지만, 간단한 구조로 구현할 수 있어서 큐브샛에 제격이다.
테스트 큐브샛 발사
지난달 24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으로 30x25x10cm 크기(6U)의 ‘PTD-1(Pathfinder Technology Demonstrator 1)’이 발사됐다. 약 11kg 무게에 불과한 PTD-1은 NASA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가 주도해서 개발 중인 물 추진 시스템을 시연하기 위한 큐브샛이다.

지금까지 큐브샛에 추진기를 장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특히 이온엔진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온엔진은 크세논, 크립톤 등의 가스를 이온화해서 전기장을 통해 고속 분사하는 방식으로 하야부사 탐사선이 사용해서 유명세를 떨쳤다.
PTD-1에 탑재된 물 추진기는 항공우주 스타트업인 테더스 언리미티드(Tethers Unlimited)사에서 개발한 ‘HYDROS-C’ 추진 모듈이다. 양쪽의 탱크에 물이 담겨 있고,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와 산소를 발생시킨다. 그 가스를 모아 중앙의 연소기에서 점화하면 1.5N 정도의 약한 추력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기-화학식 추진기의 비추력은 310초(연소 효율의 단위)가량이다. 이온엔진을 제외하면 여타 추진 방식에 필적하는 수준이고, 미약한 추력이나마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 그리고 연료가 구하기 쉬운 물이라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팰컨 9, 최다 위성 발사 신기록 세워
PTD-1 발사 당시 팰컨 9 로켓에는 143대의 각종 위성이 탑재되어 있었다. 이는 2017년 인도의 PSLV(104대)가 세운 최다 위성 발사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함께 발사된 위성 중에는 크립톤 이온 추진기를 장착한 스타링크 위성 10대가 포함된다. 스타링크는 고가의 크세논 대신, 조금 성능이 떨어져도 저렴한 크립톤을 연료로 채택했다. 그러나 여전히 물보다는 훨씬 비싸다.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평균 44W의 전력은 PTD-1의 새로운 물 추진기를 작동하는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기술은 미래에 소행성이나 달, 화성 등에서 발견한 물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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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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