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 있는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
인류 역사상 수성 탐사는 단 두 번의 성공에 그칠 만큼 수성은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베일에 싸여 있는 행성이다.
첫 번째 수성 탐사선은 미항공 우주국(NASA)이 1970년대에 발사한 마리너 10호로 금성의 대기와 수성의 온도를 알아낸 미션이다.
두 번째 수성 탐사선인 메신저(MErcury Surface, Space ENvironment, GEochemistry and Ranging) 탐사선은 약 4년간 무려 4000번 이상 돌면서 수성의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미션이다. 메신저로 인해서 과거 지루하고 특징 없던 수성은 단숨에 연구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행성으로 변했으며 메신저 탐사선은 마리너 10호가 미처 마무리 짓지 못했던 수성 지도를 완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성의 대부분 모습은 메신저호의 기여 덕분이다.


수성은 실제로도 매우 신비로운 행성이다. 대기는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덕분에 수많은 운석이 충돌해서 달과 비슷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희박한 대기는 큰 일교차를 야기해서 -180℃에서 430℃ 정도까지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나큰 일교차는 수성 탐사를 어렵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이다. 탐사선이 수성에 가까이 접근한다면 큰 온도 변화를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력은 지구의 40%도 되지 않지만, 밀도는 지구의 그것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계의 거대 위성들인 가니메데나 타이탄은 심지어 수성보다도 크지만 그들의 밀도는 수성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또한 수성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에 공전 속도는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빠르다. 이 또한 수성 탐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결국 수성 탐사선은 9100만km를 이동하여 태양의 중력권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 수성의 공전 속도는 대략 47.2 km/s에 달한다 (참고로 지구의 공전 속도는 30km/s).
2016년 미항공우주국은 메신저 탐사선의 결과를 분석하여 수성이 지질학적으로 살아 있을 수 있음을 예측했다. 수성에서 단층절벽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행성의 지각이 수축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한 수성의 핵에는 철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수성의 자전을 통한 핵의 회전은 자기장을 유도시킬 수 있기에 수성에는 자기장이 미약하나마 존재함을 예측할 수 있다.
마리너 10호와 메신저 탐사선의 성공 그리고 베피콜롬보의 시작
마리너 10호와 메신저 탐사선의 성공적인 수성 탐사를 기반으로 유럽 우주국은 호라이즌 2000 플러스(Horizon 2000+) 과학 프로그램의 마지막 미션으로 수성 탐사에 매진할 미션을 준비했다. 베피콜롬보(BepiColombo)는 일본 우주국(JAXA)과 유럽 우주국(ESA)의 공동 프로젝트로서 메신저를 이을 인류 세 번째 수성 탐사 미션이다.
베피콜롬보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쥐세페 베피 콜롬보의 애칭을 따라서 명명되었는데, 그는 수성의 자전과 공전의 공명 관계를 발견했으며, 첫 번째 수성 미션인 마리너 10호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성 과학자로 유명하다.

베피콜롬보의 원대한 계획
베피콜롬보의 본래 계획은 수성 자기권 탐사 궤도선(MMO,Mercury Magnetospheric Orbiter), 수성 궤도선(MPO, Mercury Planetary Orbiter), 수성 수송 모듈 (MTM, Mercury Transfer Module) 그리고 수성 표면 탐사선(MSE, Mercury Surface Element) 등 총 4대를 쏘아 올리는 것이었지만 마지막 수성 표면 탐사선은 예산 및 기술적 문제로 인해서 2003년 계획 재검토 중 취소된 바 있다.
첫 번째 탐사선인 수성 수송 모듈에는 과학적인 장비가 탑재되지 않았으며 지구에서 탈출하여 수성에 접근할 수 있는 추진력을 공급해 주는 모듈이다. 베피콜롬보는 기본적으로 수성의 기원과 진화에 관해서 연구할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두 번째 탐사선인 수성 궤도선은 수성으로부터 불과 480~1500km 떨어진 아주 가까운 궤도를 그리면서 수성을 관측할 예정이다. 주로 수성의 형성 과정, 내부, 구조, 지질, 구성 성분 그리고 수성의 분화구에 관해서 자세히 연구하며 수성의 대기와 구성 성분 그리고 역학 등에 관해서 탐구할 계획이다.
마지막 탐사선인 수성 자기권 탐사 궤도선은 이보다 조금 더 큰 궤도로 수성을 돌 예정이다. 수성 자기권 탐사 궤도선은 자기화된 수성의 자기권 구조 그리고 역학을 중점적으로 파헤칠 전망이다. 수성의 자기장 기원에 관해서도 탐구할 계획이다.

베피콜롬보의 계획 변경은 여러 번 발생했다. 메인 탐사선들의 무게가 예측했던 것에 비해서 많이 증가했기에 발사 일정이 늦춰졌고 발사 로켓도 소유스 로켓에서 아리안5 로켓으로 변경되었으며 최종 검토 끝에 베피콜롬보는 2018년 10월 20일에 발사되었다. 2020년 4월 6일과 10월 15일 예정되었던 베피콜롬보의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미션들인 지구와 금성의 근접 통과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베피콜롬보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여섯 번의 수성 근접 통과가 남아있고 2025년 12월경 수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도착 직후 수성 궤도선이 수성 궤도에 투입된다. 수성 자기권 탐사 궤도선 역시 스핀 운동을 하며 관측함을 전제로 설계되었기에 도착 직전까지 수성 수송 모듈에 의해서 보호받다가 수성 모듈은 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2015년 연료가 소진돼 수성 궤도에 충돌하며 미션을 종료했던 메신저는 지름 16m 정도의 충돌구를 남겼다고 이를 '메신저 충돌구'라고 부른다. 베피콜롬보는 인류가 수성에 남긴 최초의 흔적을 수성에 가깝게 접근하는 대략 2024년에서 2025년 사이에 자세히 관측할 전망이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0-12-1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