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하늘에서 화성에 밀려 이인자가 되었던 목성이 드디어 일인자의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달 지구에서 6200만 km까지 가까워지면서 가장 밝게 빛났던 화성은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밝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목성을 저녁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올해 말까지이다. 목성은 12월 21일 저녁에 토성과 거의 하나가 되는 멋진 장면을 연출한 후 해가 바뀌면 저녁 하늘에서 사라지게 된다. 목성을 저녁 하늘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내년 여름 이후이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가을 하늘에 숨겨져 있는 작은 보석 같은 별자리인 도마뱀자리와 조랑말자리이다. 가을 은하수 속을 헤엄치듯 미끄러져 가는 도마뱀자리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별자리인 조랑말자리를 찾아 서쪽 하늘로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자.
사자자리유성우
이번 주 밤하늘에는 볼거리가 무척 풍성하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달이 서쪽 하늘에 눈썹처럼 가는 초승달로 보이기 시작했고, 목성과 토성, 그리고 화성도 여전히 저녁 하늘을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 밤하늘에서 가장 흥미로운 천체는 별똥별이 될 것 같다. 밤하늘에 섬광을 비추며 나타나는 별똥별은 언제 보아도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특히 오는 17일 저녁부터 18일 새벽까지는 시간당 최대 15개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사자자리유성우가 나타난다.
33년의 주기를 가지는 템펠 터틀(5P/Tempel-Tuttle) 혜성이 지나간 궤도를 지구가 통과하면서 궤도에 흩어져 있던 혜성의 작은 부스러기들이 지구로 끌려들어 와 불타는 현상이 바로 사자자리유성우이다.
사자자리유성우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지구가 혜성 궤도와 만나는 위치가 바로 사자자리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혜성 궤도와 만나는 지점을 유성우의 복사점이라고 하는데 바로 사자자리의 머리 앞부분이다. 마치 사자의 머리 앞을 중심으로 별똥별이 사방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가 혜성 궤도의 중심을 통과하는 시간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17일 저녁 8시 경인데, 이 시간에는 사자자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정 이후 사자자리가 높이 떠오르는 새벽 무렵에 별똥별이 더 많이 보일 가능성이 크다.

초승달이 목성과 만나는 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달이 드디어 저녁 하늘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달이 보이지 않는다고 달이 뜨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달은 매일 같이 뜨지만 하현달부터 그믐달까지는 자정 이후에 뜨기 때문에 새벽에만 볼 수 있다. 물론 달을 전혀 볼 수 없는 날도 있다. 바로 음력 1일, 즉 해와 달이 같은 방향에 있는 합삭이 그날이다. 하지만 합삭에도 달이 뜨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와 함께 떠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 일요일이 바로 음력 10월 1일 합삭이었다.
이번 주에는 오른쪽으로 볼록한 눈썹 같은 초승달이 뜨는 시기이다. 달이 가늘다는 것은 그만큼 해와 가깝다는 뜻이다. 즉, 달이 가늘수록 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뜻이기도 하다. 초승달은 해가 지고 난 후 서쪽 하늘에서만 볼 수 있다.
이번 주 목요일 저녁에는 목성 옆에 초승달이 함께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9시 경이면 벌써 달이 지기 때문에 달과 목성을 함께 보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5시가 조금 넘으면 해가 지기 때문에 6시 정도면 서쪽 하늘에서 초승달과 목성을 충분히 볼 수 있다.
목성의 왼쪽에서 약간 덜 밝게 빛나는 별은 토성이다. 초승달은 주말까지 목성 근처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천문대를 찾는다면 망원경으로 달과 두 행성을 함께 볼 수 있다.

가을 하늘의 숨겨진 보석들 '도마뱀자리와 조랑말자리'
밤하늘에는 모두 88개의 별자리가 있다. 그중에는 고대부터 있었던 밝고 큰 별자리도 있지만 만들어진 지 수백 년이 채 안 되는 작고 희미한 별자리들도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있어왔던 별자리는 모두 48개(그 중 아르고호자리가 고물자리, 돛자리, 용골자리, 나침반자리로 나눠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51개)이고 나머지는 160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별자리들이다.
1600년대 이후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별자리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별자리의 수가 너무 많아지자 국제천문연맹은 가장 널리 알려진 별자리들을 중심으로 모두 88개의 별자리로 온 하늘을 정리하였다. 지금부터 90년 전인 1930년의 일이다.
천구를 모두 88개의 별자리로 나누었기 때문에 이제 하늘에는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다. 88개의 별자리 중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별자리가 바로 조랑말자리이다.

가을 하늘의 대표적인 별자리인 천마 페가수스의 머리 앞에 보이는 찌그러진 사각형 모양의 별자리가 바로 조랑말자리이다. 서쪽 하늘에 보이는 독수자자리의 1등성 견우와 페가수스 사각형의 중간에서 찾을 수 있다. 88개의 별자리 중 가장 작은 별자리는 남십자성으로 알려진 남십자자리이지만 이 별자리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다. 조랑말자리 근처에 보이는 화살자리가 88개의 별자리 중 세 번째로 작은 별자리이다.
조랑말자리는 다른 작은 별자리와 달리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있어왔던 오래된 별자리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조랑말은 천마 페가수스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쌍둥이자리의 형 카스토르에게 준 켈레리스(Celeris)라는 말이거나, 헤라 여신이 쌍둥이자리의 동생 폴룩스에게 준 킬라루스(Cyllarus)라는 말이라고 한다. 일설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때려 튀어나오게 한 말이라고도 하는데 신화 속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설은 없다.

도마뱀자리는 페가수스의 앞발과 W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백조자리부터 카시오페이아자리로 이어지는 은하수 속에 보이기 때문에 도마뱀이 마치 물속에서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도마뱀자리는 조랑말자리와 마찬가지로 모두 4등성 이하의 어두운 별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크기는 조랑말자리보다 조금 더 크지만 주변에 희미한 별들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모르면 찾기가 쉽지 않은 별자리이다. 지그재그로 놓여 있는 별들이 마치 도마뱀이 몸을 흔들면서 움직이고 있는 모습으로도 여겨진다.
도마뱀자리는 폴란드의 천문학자 헤벨리우스가 17세기 말에 만든 별자리이다. 그는 처음에 이 별자리를 족제비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고 양서류에 속하는 도롱뇽의 일종인 ‘영원(newt)'자리로 불렀는데, 후에 그 이름이 파충류인 도마뱀으로 바뀌었다. 88개의 별자리 중 파충류의 별자리는 모두 다섯 개인데 도마뱀자리와 남반구 하늘에 보이는 카멜레온자리, 그리고 세 개의 뱀 별자리(뱀, 물뱀, 바다뱀)가 그들이다.

-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관장
- byeldul@nate.com
- 저작권자 2020-1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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